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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랑 정원예술가 Mar 24. 2024

꽃의 위로로 눈뜨게 된 자연과 사람

치열한 직장 맘을 견디게 하는 것 

참 멋진 일이다. 이쁘고 향기롭고 건강한 생각만 할 수 있다는 것이. 




꽃이  가든(정원), 정원으로 가는 길인 줄도 모른채

그냥 꽃에 취해 풀에 취해 청계산 자락의 야생화 작품 연구실을 어슬렁 거리며 꽃을 배웠다


산에서 한 삽 떠온 듯 자연스러운 야생화 작품 만들기에 유독 빠져 들었다. 

일부러 강아지풀, 혹은 이름 모를 풀들을 캐다가 귀한 야생화 틈사이 함께 심으면

함께 배우는 다른 이들이 짬뽕으로 만든다며 비아냥 같은 지적질들을 했다. 

내겐 꽃이 그랬다, 풀속에 어울려 핀 아이들이 더 이쁘고 싱그러워 보였다. 

어떤 이는 꽃집에서 처음 데려온 이쁜 튤립이나, 백합이나, 작약 한송이가 꽃밭-정원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내겐 그날 거기서 김운희 선생님의 작품 중  유독 탐했던 분홍 산수국 하나가 시작이었다. 

그날은 지갑도 안 갖고 머리 터지는 개발 프젝트를 잠시 잊으려 청계산 숲으로 가던 길이었다. 

숲을 향하다가 아무 데나 그냥 이쁜 꽃이 보이면 차를 세우고, 들어가고 그랬다.

그러다 선생님의 야생화 작품 전시공간을 발견해서 그분의 작품 화분들을 보게 되었다. 

조그만 화분 큰 화분 들 속에 빼곡히 들어차 짱짱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화분속의 야생화가 해맑은 백일의 아기처럼 맑고 사랑스러웠다. 


'그 때 난  한달에 2-3번씩 해외 출장을 다니며 막태어난 아기도 함께 집에서 자라고 있었다.

종일 18시간씩 하는 일에, 어린아이에, 벤처 기업의 공동 대표이며 개발 기획과 개발을 이끄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툭하면 일을 갖고 조용하고 집중 잘되는 장소를 찾아 다녔다. 

그날도 그랬다.  사무실을 훅 빠져나와 기획이 아닌 머리 식히러 산으로 가던 중이었다. '


군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야생화 한 작품 앞에 서 있으니, 내게  "그렇게 좋으면 가져가라"라고 

선뜻 내어 주신 그 선생님 호의로 이 세계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날 트렁크에 가득 차서 문도 못 닫고 

사무실까지 비상 운전을 해서 데려온 그 꽃 한 다발이 바로 시작이었다.

그때 선생님께 받은 그 꽃을 얻어오던 기억을  그림으로 그려본다, 차는 소나타 2.0 이었다 트렁크가 닫히지 않아 뚜껑을 열고 비상 깜빡이를 키고 왔다


 후 10여 년간 풀 꽃에 취해 배우고 놀며 나의 삶과 일에  풀 꽃의 아름다움을 들이게 되었다.


그러다 한 지인이 내가 가꾼 정원과 똑 같이만 해달라는 부탁을 해서,  그 공간을 구상하다 

야생화의 생태 속성만 공부한 것으로 공간을 구상하고 만든다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하며 무식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정원은 그저 꽃 밭이 아닌 자연의 집이자 사람이 생활하는 외부의 집, 즉 바깥의 또 하나의 삶의 

공간임을 알아야 했었다. 그리고 그걸 아는 것과 그것을 만드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 간격을  채우고  익혀야 쓸 수 있음 또한 깨닫게 되었다. 정원 작가로, 자연을 삶에 들이고

함께 살게 하는 공간 디자이너로의 삶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알아야 할 것을 채우는 곳 학교- 꿈꾸고 바라는 바를 배우고 익혀 또 다른 삶으로 이동시켜주는

곳- 난 학교가 좋다. 그래서 영국 정원디자인 학교 1년간의 디플로마 과정으로 아쉬운 디자인 

지식을 채우려 했다. 

하지만, 런던 그 디자인 스쿨에서 만난  수많은 대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방식과 영국 ,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의 정원 스터디를 하며, 이 공부는 학교 안 뿐만 아니라 밖의 자연에서  평생 배우는, 

 끝나지 않는 수행과 같음을 알게 되었다. 

학교는 뭘 가르치는 곳이기보다 평생 공부해야 할 목록을 잘 정리하여 끊이지 않고 공부할 

용기와 방법을 깨닫게 하는 곳임을 또한 알게 되었다. 


그냥 좋아하는 꽃 한 송이 심어 두고 보며 즐기자고 시작한 일이 너무 어마 어마 해졌다. 

그렇게 다시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때 정원 작가가 되고 타인의 꿈과 삶의 공간을 구상, 창작하는 디자이너로 내 직업을 바꿔 놓은 

것은 내  전 직업으로 한 창  잘 나가며 주가가 높던 2009년도의 초 가을 딱 9월 7일이었다. 


그렇게 되는데 꼭 10년이 걸렸다. 그리고 그 후 다시 13년이 지났다. 그러면서 이제야 꽃과 삶의 공간을 

즐기는 짧고 간단한 길을 찾게 되었다. 공부를 많이 해야 쉬운 말로 이야기할 줄 안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그 좀 간결한 방법을 풀꽃 사랑꾼, 정원 사랑꾼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 땅의 일 중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이 일을 운전면허처럼 손에 쥐고 함께 그 긴 여행을 떠나길 바라며.   

그리고  태어나면서부터 꽃 밭에, 자연에  살게 해 주신 아버지의 선물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꽃, #일본산수국,#가든입문,#정원입문,#꽃의위로, #꽃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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