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무. 영. 지"3화 <풍경의 이름으로 오는 사랑 >
오늘 저 북한강 너머 산 능선 사이,
황금빛 태양이 가라앉는 모습에
나는 다시 그를, 그때 거기로 함께 돌아가게 했다.
언제나 그를 생각하면 칼끝 깊이 가슴을 파고 들어와 지워지지 않는
조각을 하나 새긴다. 심장 한가운데 깊게 자국을 남기며 들어 앉는다.
마치 철 철 피가 다 흘러야 아픔이 빠져 나가듯,
아픈 기억을 다 흘린 후 그는 거기에 멈춰 다시 내게 들어앉는다.
저녁 시간이 되며 나뭇가지에 앉은 새의 노랫소리가 짝을 부르듯
이 곳 강 바람은, 진공관을 타고 흐르는 음악에 더해
그와 나의 노래를 만들어 내게 다가온다.
금요일 저녁부터 함께 한 AI세미나, Planting Language 분석,
책 연구 나눔, 그리고 토요일 오늘의 Garden Photography 강의까지
꽉찬 시간의 마디 하나가 지나갔다.
함께 플랜팅을 논의하던 행복했던 시간과, 아름다운 연구 동지들은
내게도 선물같은 시간을 채워 준 뒤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주말이면 우리는 이곳에 모여, 소중히 쌓아온 우리의 정원 꾸러미를 함께 나눈다.
내게 뭐 그리 대단한 게 있다고 그들이 내게 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정원에 관하여 더 연구하고, 더 알고 싶어하고, 더 찾아내려 한다.
그런 그들의 집요한 지적 허기 채우기에, 이해타산 없이
동참하고 그러기에 편한, 실험할 공간을 갖고 있는 내 여건이 그들이 나를 찾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어쩜 새들이 나뭇가지에 깃들 듯 이 공간이 그들의 나무 그늘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한다
나 또한 주말이면 그렇게 이곳에 함께 깃드는 것이다.
한편에선 함께하는 동지들을 만나고,
다른 한편에선 음악으로 더욱 나의 그에게 다가가는 이곳이,
내 일상의 버거움을 피해 숨어 깃들게 하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이곳에서 나는, 가장 좋아하는 정원 실험과 정원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후
그 충분히 연결된 동지감으로 호사스럽게 채워진 내 삶의 허기를 딛고,
내 삶의 가장 안타까운 갈증이 된 그를 다시 불러들여
강물처럼 내 안에 흘러 채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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