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킨 후, 약속이 있거나 해야 할 일이 있는 날이면 나는 신경이 곤두선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가 반대로 행동하거나, "왜"폭탄을 날리며 안 하고 버티거나, 사소한 것으로 화를 내며 울음과 짜증을 터트리고 자신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고집을 피울 때면 급기야 화를 내는 날도 있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굳어지고 무서운 목소리 톤으로 말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아이는 울음 섞인 얼굴을 하며 "귀엽게 말해."란다. 이 표현에 반성을 하고 다시 정신을 차려본다.
나는 '아이가 말을 안 듣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 잘 안다. 그리고 지난 10여 년간 겪었던 '아이가 말을 안 듣는 상황'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잘 없었다. 하지만, 내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 되어 보니 감정이 올라오고 표출하게 되는 상황을 종종 맞닥뜨린다. 바로 시간과 마음, 체력적인 여유가 없을 때였다. 나 자신이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인식할 때는 무분별한 감정표출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려 노력한다. 잠깐 멈춰 아이와 거리를 두기도 하고, 때때로 남편이나 다른 가족에게 아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략을 사용하기 어려워 실패하는 날도 있다.
만약, 부모인 우리가 아주 여유가 많이 있다면 아이에게 좀 더 긍정적인 양육환경을 줄 수 있을 텐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간이 무한하다면 등원 길에 아이가 물장난과 기차놀이와 나뭇가지 장난을 지루할 때까지 하도록 둘 수 있겠지. 체력적 여유가 많이 있다면 옷 입히고 씻기는 일상적인 활동을 조금 더 재미있게 놀아주며 함께 할 수 있겠지. 물론, 여유가 많다고 꼭 화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삶은 무엇이든지 유한하다. 그렇기에 그것을 인식하고 조절해서 적응하는 것은 필수이겠다. 아이와 함께 하는 삶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유한함을 인식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이 무엇인지 알고 조절하여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나의 여력과 현재 육아의 총량을 알고 적응하기가 부모의 과제 중 하나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