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살림은 어려워
주말에 장을 봤다.
혼자 있는 날들이 많아지니까 집에서도 이것저것 많이 해 먹게 된다. 있는 것만으로도 맘대로 해 먹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꼭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파, 양파, 마늘, 양배추, 호박! 이것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것들은 금방금방 만들 수 있다. 이름만 보아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은가. 너무나도 매운 앞의 세 야채에 대한 이야기이다.
파와 양파와 마늘은 전부 백합목 백합과의 풀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양파는 두해살이풀, 파와 마늘은 여러해살이풀이라는 정도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신기했던 점은 외국에서 파는 먹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 파를 먹지 않을까, 비슷하게 생긴 리크는 먹잖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갈 때쯤 눈이 짜릿했다.
아, 이 셋은 향신채다.
우리나라만 모든 음식에 넣어서 먹지 외국에서는 알리오(마늘) 올리오(올리브유)라고 이름에도 마늘을 넣어놓고 고작 다섯 알의 마늘을 넣는다. 겨울에 제일 맛있다는 리크(Leek, 파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좀 더 달다고 한다. 아직 나는 먹어보지 못했다.)는 새까맣게 탈 정도로 구워서(!) 그 껍질은 벗기고 단맛만을 먹는다고 한다. 매워서 그렇게 먹는다고 하더라. 한국인은 향신채에 강하다. 마늘 한 스푼이라고 하면 고봉밥 한 술 뜨듯 마늘을 넣는다. 다진 파와 마늘로 기름을 내는 것이 모든 볶음 요리의 시작이고, 양파는 생으로도 와작와작 씹어먹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향신채를 자르다 보니 눈물이 끝없이 났다. 맛있게 먹기 위해서 이런 눈물을 감내해야 하는 것인가, 줄줄 울면서 파와 양파와 마늘 손질을 끝내고 나니 좀 어이가 없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자르다가 눈물을 흘리니. 처음엔 꿈뻑꿈뻑 눈물이 고일 정도였지만 나중에는 도르륵 도르륵 흘러내렸다. 잘 먹기 위해서 이렇게 눈물을 쏟아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니 그것도 또 좀 재미있었다.
살림은 어렵다. 특히 백합과의 습격은 견디기 힘들다. 그렇지만 백합과가 없다면 한국음식은 아무것도 없겠지. 백합과의 습격, 그 날카로움을 견디지 못하면 살림은 어림없다. 살림고수로서의 길은 백합과의 습격을 견디고 이겨낸 자만이 살림의 시옷을 시작할 수 있다.
+1. 향신채 너무 좋다. 고수도 좋다. 차조기도 방아도 좋다. 이 정도면 적응하자.
+2. 어디서 익숙함을 느끼셨다면, 당신도 샤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