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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May 24. 2023

백합과의 습격

feat. 살림은 어려워


주말에 장을 봤다.


혼자 있는 날들이 많아지니까 집에서도 이것저것 많이 해 먹게 된다. 있는 것만으로도 맘대로 해 먹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꼭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파, 양파, 마늘, 양배추, 호박! 이것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것들은 금방금방 만들 수 있다. 이름만 보아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은가. 너무나도 매운 앞의 세 야채에 대한 이야기이다.

파와 양파와 마늘은 전부 백합목 백합과의 풀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양파는 두해살이풀, 파와 마늘은 여러해살이풀이라는 정도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신기했던 점은 외국에서 파는 먹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 파를 먹지 않을까, 비슷하게 생긴 리크는 먹잖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갈 때쯤 눈이 짜릿했다.​​


아, 이 셋은 향신채다.

© matthewpilachowski, 출처 Unsplash


우리나라만 모든 음식에 넣어서 먹지 외국에서는 알리오(마늘) 올리오(올리브유)라고 이름에도 마늘을 넣어놓고 고작 다섯 알의 마늘을 넣는다. 겨울에 제일 맛있다는 리크(Leek, 파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좀 더 달다고 한다. 아직 나는 먹어보지 못했다.)는 새까맣게 탈 정도로 구워서(!) 그 껍질은 벗기고 단맛만을 먹는다고 한다. 매워서 그렇게 먹는다고 하더라. 한국인은 향신채에 강하다. 마늘 한 스푼이라고 하면 고봉밥 한 술 뜨듯 마늘을 넣는다. 다진 파와 마늘로 기름을 내는 것이 모든 볶음 요리의 시작이고, 양파는 생으로도 와작와작 씹어먹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돌 3대 마늘 영상 꼭 보세요. 유아 마늘 짤 너무 귀엽긔.....


그런 향신채를 자르다 보니 눈물이 끝없이 났다. 맛있게 먹기 위해서 이런 눈물을 감내해야 하는 것인가, 줄줄 울면서 파와 양파와 마늘 손질을 끝내고 나니 좀 어이가 없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자르다가 눈물을 흘리니. 처음엔 꿈뻑꿈뻑 눈물이 고일 정도였지만 나중에는 도르륵 도르륵 흘러내렸다. 잘 먹기 위해서 이렇게 눈물을 쏟아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니 그것도 또 좀 재미있었다.


​살림은 어렵다. 특히 백합과의 습격은 견디기 힘들다. 그렇지만 백합과가 없다면 한국음식은 아무것도 없겠지. 백합과의 습격, 그 날카로움을 견디지 못하면 살림은 어림없다. 살림고수로서의 길은 백합과의 습격을 견디고 이겨낸 자만이 살림의 시옷을 시작할 수 있다.


​+1. 향신채 너무 좋다. 고수도 좋다. 차조기도 방아도 좋다. 이 정도면 적응하자.


+2. 어디서 익숙함을 느끼셨다면, 당신도 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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