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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은숙 Mar 12. 2017

페밀리  래퍼

월세(월요일 세시)냅시다.

2017.3.6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케이블 TV에서 진행중인 고등래퍼라는 고등학생들의 랩배틀 프로그램이다.

(어느날 딸내미가 보는 첫 방송을 무심결에 같이 보게되었는데 묘한 매력과 사회적 이슈 등등으로 매주 본방사수가 되었다. 사실 )일년 전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오면서 항상 거실에 두던TV를  좀 멀리해야 겠다는 의지로

남편의 책장방에 둔까닭에 TV보는 환경이 그리 좋은편은 아니다. 평상시에는  늦게 귀가하는 남편이 잠시 뉴스 시청을 하는 정도로 사용되는 책장방이 금욜밤 11시에는  딸내미와 내가 자연스럽게 TV앞에 앉게되고 조금 지나면 남편까지 자리를 잡아  넒고 편안한 거실 소파 환경과는 비교되게 불편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마저 왠지 힙합 정신?과 어울리는 듯이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고 빠져든다. 뭘 이런걸 보냐며 자신의 채널권을 빼앗긴 남편의 불만도 잠시,  딸내미의 거창한 설명과 출연한 고등학생들의 실력은 랩에 문외한인 우리부부까지 어느새 반하게 만들고있다.  방송 첫회부터  출연자들중에  유명 연예인 아들과 사생활 문제로 중도 탈락한 국회의원 아들덕에 사회적 이슈를 만들고 지금은 이미 전국 초중고생들의 핵심 대화주제가 되어버린듯 하다. 그동안 '쇼미더머니','언프리티 랩스타'등 장안의 많은 화제를 불러온 랩관련 프로그램이 많았지만 난 그 장르 자체에 별 매력을 못느꼈었다.  할렘가 흑인들 정서에 기반한 리듬이나 느낌이라는 선입견때문인지 한국사람들과는 왠지 어울리지않고  몸을 어정쩡하게 구부리고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가사를 중얼중얼하는 모양이 억지로 그들을 흉내내는 것 같아 보기싫었다. 특히 거칠고  빠르게 그리고 서로의 단점과 약점을 공격하면서  억지로 쎄보이려고 하는 모습들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서로 '내가 제일 잘 났다.' '내가 제일 강해' 누구의 노래처럼 '발라버려' 식의 동물적인? 음악이랄까?  누군가는 '전형적인 기성세대  꼰대'식  사고방식이라 말 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랩은 그 정도였다. 하지만 고등래퍼를 보면서 랩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전문 랩퍼도 아니고 고등학생 실력이 모 얼마나 되겠어?' ...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로서 딸내미 친구들이 다 본다니 한번 같이 봐주지.. 정도의  기대치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매주 본방사수하는  펜이 되버렸다. 특히 나의 랩에대한 기존의 편견을 과감히 깨준 한 고등학교 자퇴생, 존재감없이 조용히 앉아있다가 마지막에 나와 자신의 독학 실력을 맘껏 보여준 그  래퍼. 한 심사위원은' 이 프로그램에 나와줘서 고맙다'는 칭찬까지 하기도한 그 자퇴생. 랩 가사도 이렇게 아름답고 감미로울수 있구나. 자신의 나이와 상황에 딱 맞는 고민과 아픔 그리고 희망이  호소력있게 녹아있는 가사. 3분동안  자신을 온전히 세상에 던지고 즐기는 모습이 멋진 음유시인같았다. 전교회장도하고 공부도 전교권이었는데 어느날 음악하겠다고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그 래퍼.  그래 저 정도 감이면 학교 안다니고 그 시간에 음악하는게 백번 옳지. 딸내미와 나는 격하게 공감했다. 이 시대 모든 중고생이 다 똑같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 공교육은 다양한  재능의 학생들을 수용할 능력이없다. 오로지 국영수의 학습능력에 촛점을 맞추고있다. 그것도 주입식,암기식, 반복적 학습! 초등학생때는 중학내용을 중학교때는 고등내용을 선행하면서 4~5번씩 반복 복습하는 문제풀이 기계를 만들고있다.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지않는다. 모두 정답찾기에 빠져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를 만든다. 창의성은 찾아볼수 없다. 작년에 학교에서 개방하는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석한적이 있다. 수업은 '창의 체험'이라는 시간이었다. 이 과목은 전문 담당선생님이 없어서 다른 과목선생님들이 돌아가며 가르친다고했다. 그래서 그런지 수업내용은 정말 형편없었다. 수업에 집중 못하는 학생들만 나무랄게 아니라는 생각이들었다. 수업내용이 창의성과는 무관하고 지루하기만했다. 시대와 학생은 알파고 수준인데 학교는 아직도 산업혁명을 벗어나지 못한듯하다. 과연 학교의 역할은 무엇일까?선생님의 역할은 무엇일까? 누군가의 TED강연처럼 학교는 창의성을 죽이고있는걸까?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것은 대학 졸업장도 학교 성적도 아닌 창의적이고 융합적 사고라는데...우리의 교육은 그것을 준비하고 있는지 회의적이다. 현실은 창의성을 뒤로한채  오로지 대입이라는 좁은문앞으로 아이들을 몰고있는듯하다. 이러한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수 있을까? 어쩌면 학교를 다니지않고 또는 좋은 대학을 나오지않고도 자기만의 길을 훌륭히 걷는 사람들이 많아질때 조금씩 변화가 생기지않을까? 오늘 여기 아름다운 래퍼의 모습속에서 작은 희망을 본다.

'이제 TV끄고~, 넌 숙제하고~. 난 잠자고~~ㅋㅋ   잠시 우리가족은  흐느적되는 랩퍼 페밀리가된다. 거창한 창의교육보다 어설픈  랩퍼 훙내가 더 재밌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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