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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씨 May 11. 2020

정말 쪼끄만 불빛이 보일 때

Scenes of  Whom : Season 2 Ep 3.

나의 빛을 기록하는 시간.

타인의 빛이 아닌 나의 빛을 찾아나갑니다.

바래지 않는 빛과 색을 찾아서.





Scenes of Whom : 누군가의 장면들


Season 2 Ep 3. 정말 쪼끄만 불빛이 보일 때

: 진창수, 프로 축구선수 편



각자의 분야에서 빛나는 게 인간의 매력이 아닐까요?



Q. 인간의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각자의 분야에서 빛나는 게 인간의 매력이

아닐까요? 장인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되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전국에서 1등을 한 가게가 아니어도 나에게 그 사람이 내린 커피가 너무 맛있고 깊이 느껴지면 그게 좋은 것처럼요. 선수는 좀 다를 수 있는데 그래도 선수도 그런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힘을 안겨줄 수 있고, 웃음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정말 쪼끄만 불빛이 보일 때



축구를 할 때는 각오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스물네 살에 일본에서 한국에 올 때 정말 막막했어요. 더 이상 축구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미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정말 쪼끄만 불빛이 보일 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길이고 목표이기도 하지만, 해보자고 한국에 오는 길에 도전하게 된 거죠. 그래서 한국에서 포천이라는 팀의 기회를 잡게 되었고, 그게 그 당시에는 K4 아마추어팀이었죠. 중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팀 훈련은 주에 서너 번 할까 말까 했고. 월급도 삼십만 원씩 받고.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것도 사지 못하고 처음에는 그랬었죠. 그런데 이제 여기서 어떻게든 시작을 하고 한 단계 올라가면 프로 무대가 좀 보이니까 그 희망을 품고 했었죠.



저는 겁이 없는 것 같아요. 겁이 없이 도전해 온 것 같아요.



저는 항상 도전자 같아요. 축구로 치면 저는 진짜 엘리트도 아니고 완전 유망주도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도 마찬가지고. 작년에 팀과 계약이 만료되고, 지금 제 나이에 팀을 또 찾고 있는데 이것 자체가 사실 많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남들이 봤을 때는 많이 힘들다고 하는 상황인데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저를 안 말리는 것 같더라고요. 하하 내 성격을 아니까 얘는 어차피 말해도 안 들으니까.

스물네 살에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그때도 일본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축구를 워낙 좋아하고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너무 강해서 도전을 계속해 온 것 같아요. 저는 겁이 없는 것 같아요. 겁이 없이 도전해 온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밑으로 가면 조그마한 불빛만 봐도 그 불을 위해서
움직이게 되거든요. 나머지는 캄캄하니까.



Q. 저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뭐 하나 하려고 해도 이게 잘 될까? 고민하느라 일이 늦어지거든요. 그냥 하면 되는데…



저도 그런 생각 많이 해요~ 그런데 사람이 정말 정말 갈 데가 없고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으면 움직이게 되잖아요. 이거 안하면, 내일이면 축구 못하는데. 내일부터 그림 못그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떻게든 뭔가를 해야하는 그런 상황에 놓였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만약 선택지가 많으면 고민을 하겠죠. 그런데 정말 밑으로 가면 조그마한 불빛만 봐도 그 불을 위해서 움직이게 되거든요. 나머지는 캄캄하니까. 그럴 때 보면 추진력이라고 해야하나 앞으로 전진하는 힘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사람은. 이것 밖에 없고, 이것을 하기위한 목표로만 움직이는 거죠. 선택지가 많을 때 자꾸 좋은 것만 꺼내려고 하고 욕심을 내다보면 정리가 안되잖아요. 사람이 대부분은 그런 상황에 놓이잖아요, 보통. 그럴 때 정말 본인이 하고싶은 것,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것, 그게 뭔지 생각해보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


사람이 돈도 벌고싶고, 하고 싶은 게 많겠지만 모든 걸 가질 수는 없잖아요. 이거도 하고 저것도 하고. 그런데 세상을 살기에는 모든 걸 가질 시간도 없고 일 년이 후다닥가는데.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해도 될까 말까인데 한 가지 일을 열정적으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두 가지, 세 가지를 더 할 수 있을까? 열정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제가 한국나이로 서른 여섯이지만 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열정이 없으면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그렇고 선수생활을 더 하고싶다는 마음이 안생길 것 같아요. 축구에 대한 열정, 애착. 열정이 없으면 이십대의 선수여도 미련없이 그만두는 사람도 있고. 그게 나쁜 것은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그 친구들은 또 새로운 곳에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거니까.



경기장 안에 들어가면
그 순간에 너무 집중하게 되면서
아픈 것을 참고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생겨요.
선수니까 우리는. 책임감이 있으니까.
그런 각오를 하고 선수를 하는 거니까.



Q. 부상을 당하면 육 개월에서 일 년도 경기에 참여하지 못 할 수 있는데

몇 개월씩 치료하고 재활할 때 저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겨낼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작년 여름에 힘들게 팀에 들어와서 네 경기 만에 얼굴 뼈가 심하게 부러졌었거든요. 부러지고 나서도 10분, 15분 뛴 것 같아요. 뭔가 아팠는데 그렇게 심하게 골절이 된 지 모르고 경기가 끝나고 나서 알았어요. 그날 경기는 지고 있다가 역전을 해서 이겼거든요. 경기장 안에 들어가면 그 순간에 너무 집중하게 되면서 아픈 것을 참고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생겨요. 선수니까 우리는. 선수는 운동장에서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아파도 해야 할 건 해야 하잖아요. 직업이니까. 책임감이 있으니까. 그런 각오를 하고 선수를 하는 거니까.


경기 후에 바로 응급실로 갔는데 얼굴이 골절되었으니 바로 입원해서 수술해야 하고 회복도 최소 두 달 걸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때는.


감독님이 전화를 주셔서 고맙다고 이렇게 말씀해 주셨을 때 되게 감사했어요. 작년 여름에 제가 어려웠던 시기에 이적했는데 그때 받아 주신 것도 감사해서 그 팀에 되게 보탬이 되고 싶었거든요. 저 자신에게도 앞으로 선수로서도 중요한 시기였는데 제가 이렇게 되고…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그 말 한마디 듣고 다시 재활하고 나아가야겠다고 마음은 그렇게 먹었죠. 그런데 뼈가 붙을 때까지 움직이지도 못하고 밥도 씹어 먹지도 못했고. 그럴 때는 그래도 자기 팀 경기 보고 응원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팀에 도움 되는 게 있을까 하면서도 빨리 경기장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마음밖에 없었어요.  


그만두자 이런 생각은 아예 없었고. 그럴 때 더 느끼게 되는 것도 중요해요. 운동선수 하다 보면 여러 가지느낌이 오니까. 무릎 다쳤을 때도 그랬고… 다시 자기 몸 키우고, 좋은 운동 방법도 배우고, 평소에 필요한 것도 하고.

이런 시간을 보낼 때 다시 경기장으로 가겠다는 마음이 더 강해지지 않을까요?



내가 여기서 축구를 내려놓으면 뭐 없어요.
살기 위해서 하는 것 같아요. 축구를



저도 제 감정을 잘 이겨내지 못했던 때도 있었으니까. 힘든 시간을 버티기가 쉽지 않잖아요 어릴수록. 도망가고 싶고. 자기가 편한 것을 찾으려고 하니까.

내가 여기서 축구를 내려놓으면 뭐 없어요. 살기 위해서 하는 것 같아요. 축구를

저는 다시 태어나도 똑같이 축구 할 거 같아요. 타고난 선수가 아니어도. 또 도전할 것 같아요. 보통 실력이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 크거든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실력이 타고난 건 아니고 그냥 보통. 그래도 프로선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저 자신이 느꼈거든요. 부족하지만 제가 좀 더 잘하면 되지 않을까. 1%, 2% 가능성을 쥐면 나머지는 노력하는 거죠.


나이 드는 것은 늘 아쉽죠. 일반 사람들이 나이 먹는 거랑 다르게 운동선수에게 한 살 더 먹는 것이 두세 살 더 먹는 거랑 마찬가지니까. 축구를 안 하면 세상에서 서른 다 여섯 살은 앞으로도 재밌는, 좋은 나이잖아요. 그런데 축구선수인 저에게는 정말 마지막인 순간이 벌써 와버리니까 안타깝기도 하죠.    



마음은 간절하지만 자기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모르는 친구들



Q. 축구선수가 아닌 나의 모습을 생각 해보신 적은 없나요?


해보긴 하지만 이거다! 하는 이미지는 잘 생각나지 않아요. 저 같은 선수들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다. 꿈이 간절한 친구들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다. 그게 지도자인지 아니면 다른 모습일지는 잘 모르겠는데. 마음은 간절하지만 자기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을 것 아니에요. 다 벽에 일일이 부딪히잖아요. 기술적인 부분일 수도 있고, 본인도 답답함을 느끼는 그런 친구들.



될 거라 믿고 하는 거지 의심을 하고
흔들리면 도전을 못하죠.
안되더라도 그 노력한 시간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보내는 시간과 노력은 저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 된다고 확답은 못 하겠어요. 사람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될 거라 믿고 하는 거지 의심을 하고 흔들리면 도전을 못 하죠. 안되더라도 그 노력한 시간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 보면 하고 싶은 것에 노력하는 것은 좋은 것이죠. 그걸 위해서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죽기 전에 알겠죠. 후회 없이 노력했구나.

노력한 시간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열정과 각오를 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다들 노력하고 있을 거에요~


어차피 이 길을 선택한 이상 그 정도 각오는 되어있으니까. 모든 것은 각오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먹기 –

자기가 가는 길에 있어서 어떤 고난이 와도 이겨낼 마음가짐이 필요한 거죠. 항상 자기에게 편안하고 좋은 일만 있지는 않잖아요. 어떤 선수에게나 어떤 사람에게나 기회는 와요. 그때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용기, 두려워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도전을 안 했을 때 그 현실이 더 두렵지 않아요?








Seoson 2 Ep 3. 정말 쪼끄만 불빛이 보일 때

: 진창수, 프로축구선수 편



내 안의 빛을 찾아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나의 색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의 여정을 걷든 그것은 변색이 아닌 또다른 색의 챕터로 넘어간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사람들을 만나고 그 기록을 모아 이번 겨울은 그림과 함께 책으로 편집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이야기와 말이 이 곳에 잠시 머무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 늦은 봄

삼도씨

*위 프로젝트는 스포잇과 함께 진행하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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