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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씨 Feb 01. 2021

그냥 사연이 많은 사람이겠죠.

Scenes of  Whom : Season 2 Ep 10.

나의 빛을 기록하는 시간.

타인의 빛이 아닌 나의 빛을 찾아나갑니다.

바래지 않는 빛과 색을 찾아서. 






Scenes of Whom : 누군가의 장면들


Season 2 Ep 10. 그냥 사연이 많은 사람이겠죠.

: 강수일, 프로 축구선수 편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한국으로 복귀하시면 어머님이 많이 좋아하시겠네요. 



부모님이 가장 바라시고, 저 또한 간절하게 소망하고 있고, 그렇게 되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미래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제 미래가 불투명하고 다시 해외에 나갈 수도 있고 그런 변수가 많잖아요. 한국에 돌아오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은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게 다시 잘 시작하고 마무리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강수일 씨 – 이 한마디에 가슴이 멎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사연이 많은 사람이겠죠.



얼마 전에 집 앞에 주차를 하려고 하는데 누가 차를 애매하게 대 놓은 거예요. 네 칸을 한 차가 다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제 차는 바깥에 대고 전화를 했어요. 차 좀 빼 달라고. 그러고 집에 올라갔는데 전화가 와서 좀 내려오래요. 내려가 보니 아저씨 한 분이 서 계셨고, 저는 차를 처음부터 잘 대면 좋지 않겠냐고 하면서 서로 목소리가 커지게 되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분이 “강수일 씨!” 그러는 거예요. 그런데 그때 제가 아무 말도 못 하겠더라고요. 주차를 그 사람이 잘못하고 어찌 되었던 제 이름 석자를 딱 부르니까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그렇게 왔어요. 


강수일 씨 – 이 한마디에 가슴이 멎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죄송하다고 했어요. 그분도 저에게 사과하셨지만 그렇게 실랑이가 끝나고 집에 올라와서 되게 불안하게 잠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비치고 보이는 일이다 보니까. 


돌이켜 보면 무섭기도 했고 비겁했어요. 그런데 제가 여기에서 작은 불씨라도 살리면 더 이상 작은 일이 되는 게 아니니까….


제가 뛰는 무대가 대한민국이 아닌 해외에서 뛰다 보니까 제가 반성을 하고 용서받을 기회라든지 제가 변했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저의 행복뿐 아니라 나의 나라에서 뛰는 것이 궁극적인 행복이 아닌가 생각해요. 한국에서 다시 잘하고 싶습니다. 비난을 받든 좋은 이야기를 듣든 그런 기회가 내 나라에서 주어지면 좋겠어요. 저도 제가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고 떨리기도 하고요. 





태국 생활은…?



좀 비교적 프리 해요. 태국에서는 주어진 운동시간에 잘하면 나머지 시간에는 관심을 가지거나 신경 쓰지는 않아요. 구단주와 경기가 끝나고 나면 같이 맥주도 한 잔 하고 그런 문화예요. 운동장 안에서 최선을 다해달라,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겠다.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결국 축구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겠죠. 





지금까지 축구만 하고 살아온 인생



네, 축구밖에 하지 않았고…

축구 사고 봉사.

하하하

결국 축구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겠죠.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다시 이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네, 저는 축구 다시 할 거예요. 내 인생에 축구가 전부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그래서 축구가 잘 안되면 많이 힘들고, 축구를 이제 놓아야 한다는 두려움이나 슬픔 같은 감정이 있고. 그래서 현재를 잘 살고 싶은데 그런 걱정들도 좀 드는 것 같아요.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한 번이라도 축구가 아닌 다른 삶을 꿈꾼 적은 있는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고, 축구를 안 했으면 내가 어땠을까 생각해본 것 같아요. 축구를 해서 제가 이만큼 성장하고 발전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느끼는데 제가 만약 축구를 하지 않았다면 사건사고를 내는 문제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축구를 좋아해서 시작했고, 축구를 시작하면서 무서움이나 두려움, 그리고 배움을 얻을 수 있었고, 그런 것들이 계속 쭉 가면서 내 행복이 되고, 내 전부가 된 것 같아요. 

(축구가 제 모든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내 성향이라든지 내가 갖고 있던 것들이 조금 더 크고 튀는 성격 때문에 그런 사건 사고가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그게 사고 뭉치건 즐겁게 살았던 사람이건 어떻게 기억해 주든지
저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특별하게
기억해 주는 자체로 전 좋을 것 같아요. 





나중에 사람들이 묘비명을 써준다면? 좌우명. 기념비의 문구 



생각 안 해봤어요~ 하하.
되게 짧은 시간에 답변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누가 와서 나에게 어떤 말을 써줘도 좋을 것 같아요. 그게 사고 뭉치건 즐겁게 살았던 사람이건 어떻게 기억해 주든지 저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특별하게 기억해 주는 자체로 전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문구가 꼭 들어가지 않아도 좋을 것 같고, 거기에 심지어 비난이라 할지라도 그 또한 좋을 것 같아요!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당신은 자신의 이름을 좋아하나요?



네, 저는 강수일이라는 이름을 좋아해요.  

어릴 적에 축구를 시작하려고 할 때 그때 법적으로 제 신분을 만들었다고 해요. 그전까지 주민등록번호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870715-0000000 이런 식으로 요.


그래서 제가 서울 강 씨의 시조. 인구수 1. 그래서 거기에 대한 자부심도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성적을 내고, 꾸준히 좋은 일도 하고, 다시 한국에 복귀한다고 하면 거기에서 잘 마무리해서 축구선수로서 유종의 미를 거둔다면 좋지 않을까…. 지금 이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일어서서 마무리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해요.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가족과 나



지금은 어머니하고 아버지 하고 살고 있어요.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새아버지와 살고 있어요. 엄청 좋으신 분이고 저도 결혼하면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을 해요. 아버지는 엄마를 위해 많이 배려하시고 지금도 손잡고 다니시고 하는데 그게 참 좋아 보여요. 엄마가 칠십사 세고, 아버지가 칠십 세신데 자기야 자기야 부르는 걸 보면 그런 가정을 저도 꿈꾸게 돼요. 하하.


(친아버지의 나라가 궁금하지는 않은지)

(친아버지의 이야기가) 어릴 때는 되게 싫었는데, 한 번쯤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은 들어요. 그래서 앞으로 한 번 찾아볼 계획이고요. 


제가 한국어를 하면 사람들이 웃을 때도 있어요. 제가 한국말하면 막 웃더라고요. 기분이 나쁠 때도 있고… 어릴 때는 그런 것 때문에 무조건 싸웠는데 그런 것들이 축구를 하면서 바뀐 거예요. 이젠 누가 저에게 욕하거나 놀려도 그냥 듣고, 기분 나쁘겠지만 그냥 흘려보낼 수 있고, 조금씩 무뎌지고 그래요. 사람들이 그러면 제가 어눌한 척 장난치면서 말할 때도 있고요, 하하. 그냥 뭐 미국인이라고 장난칠 때도 있고. 왜 웃냐고 물어볼 때도 있고. 


상대방은 기분 나쁘게 하려고 한 게 아닐지언정 당사자 마음은 또 다르니까요. 그 차이로 인해서 어린아이들, 저 같은 사람은 그렇게 차별을 느끼는 거겠죠. 본인은 의도가 없었다고 한다고 해도요. ‘그런 건 아닐 거야.’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직까지도….'라고 생각은 하죠.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사람들이 똑같지 않고 제각기 다른 모습이니까요.
거기에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모습들. 





인간의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냥. 형태…? 발끝부터 머리 끝까지 생김새랄까요. 보여지는 것들? 사람들이 똑같지 않고 제각기 다른 모습이니까요. 거기에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모습들. 원일이 형 같이 생긴 사람도 있고, 나처럼 생겼는데 한국말 잘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거에서 오는 매력이 아닌가. 





기술이 발전하여 인간에게 고통이 사라진다면 좋을까요?



태국에서 지내면서 비가 한 번도 안 오고 날씨가 진짜 계속 좋았어요. 계속 날씨가 좋고 해가 쨍쨍하고 그래. 그러다 보니 비가 그립더라고요. 비가 그리웠어요. 


고통이 없어지면 좋긴 할 것 같아요. 비교하긴 애매하지만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면 그로 인한 모든 생각들도 사라지겠다는 생각은 드네요. 





강수일을 처음 만난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나요?



궁금해요. 제가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다음 인터뷰할 선수를 만난다면 당신은 강수일이라는 선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솔직하게 들어보고 싶어요, 하하.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그런 사람들은 현재를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주어진 삶을 살고 있는 거죠.





성공에서 우연과 운의 비율



운은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면 운은 항상 그 사람 곁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불평불만이 있는 사람에게는 운이 없고요. 결국 운이 어떤 것인지는 스스로 생각하기 나름이고, 결국 노력하는 사람에게 실현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뭔가 일이 잘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고 힘들다면 자기가 찾고 있는 목적지, 혹은 자기가 하고 있는 것들이 정확하게 나와 잘 맞는지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재미가 하나도 없이 일에 너무 몰두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방해가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래도 결국에는 열심히 노력하고 긍정적인 사람에게 운이 더 따른다고 생각해요. 요즘에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열심히 안 하고 잘되는 사람도 있겠지만요, 하하.


잘되는 친구들은 분명 뭐가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현재를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주어진 삶을 살고 있는 거죠. 잘 돼야 해, 몰두해야 해, 여기서 즐겁게 웃고 떠들고 있을 시간에 연습을 해야 해, 이건 시간 낭비야 이런 생각 없이요.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이렇게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즐겁고 싶어요.
그렇게 살면 조금 더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은 현재를 즐겁게 살고 싶어요. 저는 복귀도 해야 하고 그래서 부모님도 먹여 살려야 하고 이런 생각들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여태까지 못하고 안 하고, 웃고 떠들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도 만나지 못한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냥 이렇게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즐겁고 싶어요. 그렇게 살면 조금 더 좋을 것 같아요. 

들고 온 책도 Having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에요. 이 책에서는 지금 현재를 살라고 말해요.  





강수일 선수의 책 Having. Photo by Jongho Lee





나의 전성기



전성기는 가장 행복했을 때라고 생각하는데 축구를 제일 잘했을 때는 초등학교 때인 것 같아요, 하하.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전성기는 2014, 2015년 그때가 가장 큰 행복이었고 전성기였고, 그런 날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때만큼 행복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앞으로의 전성기.



네, 소망하죠. 그런데 그거에 대한 확신이랄까. 그런 건 조금 예전만큼은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왜냐면 그때가 너무 좋아서. 어떤 걸로 그런 행복이 다시 채워질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그걸 채울 수 있는 행복이 올까 그런 생각을 해요. 


한국에서 마무리를 잘하는 것.
 

그리고 나와 같은 아이들이 운동을 통해서 정신적인 건강이라든지 배움을 누릴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위한 재단이 나 단체도 만들고 싶어요.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고군분투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그들의 목표나 꿈이 얼마나 뚜렷한지는 모르겠어요. 꿈과 목표를 정말 뚜렷하게 잡는 게 필요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그 최선이라는 거는 누군가에 기대서 붙잡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고요. 


분명 쉽지 않아요. 정말 자기의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100프로 다하지 않으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얻을 수 없고 쟁취할 수 없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과정을 거치면서 느끼고 배우는 기회도 없기 때문에 그냥 시간만 가고 세월만 보내게 되는 거죠. 자기 실력과 상황은 빨리 인지하고, 다른 길을 찾아도 되죠. 군대를 빨리 갖다오든, 자기가 좋아하는 다른 분야를 찾아보는 것도 좋죠.  무엇을 하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나이.



내가 축구랑 멀어진다는 것. 내가 뛸 수 있는 무대가 없어진다는 것. 내 모든 것은 축구만 보고 살았는데 축구가 없어진다면 내가 강수일로서 무기력해지고 설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런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점은…?)

그냥 조금 더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이 애틋하다, 그런 걸 느끼는 것. 아직까지 좋은 점을 찾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축구랑 멀어지니까요. 제 다음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살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멋이들어간다…. 정도?

조금 더 차분해지고.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기억에 남는 진심 어린 악수가 있나요?



정말 악수는 많이 한 것 같은데, 하하. 

생각나는 악수는 한국 오기 전에 대표팀의 감독님하고 마지막으로 악수하고 포옹하고 엄청 울면서 선수들하고도 한 번씩 다 악수한 것.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그 악수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엊그제 한 악수도 있지만 그 악수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 상황이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악수인 것 같아요. 





또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잖아요. 

(해 볼만 한 것 같아요!)





Behind Cut...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강수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자신의 하루하루를 꼬박 살아내는 강수일 선수.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늘에 묵묵히 서있는 강수일 선수의 모습에서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강수일 선수
그의 또 다른 여정을 응원합니다.








Seoson 2 Ep 10. 그냥 사연이 많은 사람이겠죠.

: 강수일, 프로 축구선수 편



또 다른 챕터의 시작, 그리고 또 다른 나의 색을 찾아서.



당신의 이야기와 말이 이 곳에 잠시 머무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 한 해의 시작

삼도씨


*위 프로젝트는 스포잇과 함께 진행하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사진의 권리는 스포잇과 address one 스튜디오의 이종호 작가에게 있습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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