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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을지 Apr 23. 2024

2곳의 회사에 출근 중입니다.

솔로프리너가 2개의 회사를 다닐 때 장, 단점 

2023년 12월 31일. 솔로프리너로 살아보기 위해 잘 다니던 회사를 호기롭게 퇴사했고, 지금은 새로운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2개의 회사를 다니고 있다.

한 곳은 AI 기술력을 앞세워 북미 시장 타깃으로 하는 B2C 마케팅을.

또 한 곳은 국내 대상 멘탈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B2B2C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한 곳은 주 2일 근무, 나머지 한 곳은 주 2.5일 근무로 총 주 4.5일 근무를 한다.(근데 체감상 주 6일 근무하는 느낌은 왜일까..) 일주일에 2곳의 회사를 출퇴근하다 보니 이게 솔로프리너의 삶이 맞나.. 하는 순간도 가끔 있다.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도전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일 하는 방식과 스탠스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밀려오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 그래도 아직까진 재밌게 하고 있다.


온전히 24시간을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고 싶은 마음.

가능하다면 몇 군데 회사를 동시에 다녀보고 싶은 마음.


'이 2가지가 가능할까'에 대해서 운 좋게 빠른 시일 안에 스타트를 끊었다.

나 스스로를 상품으로 여기며 지금의 내가 실현 가능한 모델인지 검증해보고 싶었다.

그로스 마케팅을 해오면서 나에게 모델링을 적용하는 컨셉이랄까. 꾸준한 Lesson Learen과 Growth Drive를 찾아가며 개선하다 보면 '나라는 상품의 객단가와 리텐션이 좋아질 테고, LTV도 자연스레 상승하겠지'라는 긍정적 마인드로.  


올해 초 몇 군데 회사와 인터뷰, 커피챗을 하고 그중 2곳의 회사와 3월부터 일을 시작해 한 달 반이 지났다. 주변 지인분들이 내가 일하는 방식에 흥미를 보이면서 어떤 부분이 좋은지, 안 좋은지 종종 물어보신다.

이쯤에서 해보는 간단한 소회. 

 

2곳의 회사를 다닐 때 좋은 점

1. 다양한 도메인과 시장, 그리고 조직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 새로운 시장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건 언제나 즐겁다. 정보와 지식 확장에서 오는 즐거움은 미미하다. 오히려 각기 다른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해결 과정들이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큰 영감과 지혜를 안겨준다. 서로 다른 조직문화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 또한 다르다. 이를 통해 내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어떤 건지 나를 더 이해하게 된다.


2. 시간을 밀도 있게 쓴다.

- 주 4.5일을 양분하여 2곳의 회사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회사 측에서도 나의 자원을 잘 써야 하고, 나 역시 주어진 시간 동안 초집중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시간이 충분치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덜 중요한 것들은 대충 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들은 아예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장 임팩트 있고, 중요한 일부터 최우선으로 업무 처리하게 된다. 난 그동안 내가 일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2곳의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얻은 최고의 선물은 시간을 더 밀도 있게 쓴다는 점이다.   


3. 완벽주의가 허물어진다.

- 위 배경으로 인해 하나의 고민을 절대 오래 할 수 없다. 더 깊이 더 오래 생각할수록 좋은 아이디어나 실수를 줄일 수도 있지만 적당한 타임라인에 결과물을 내고, 피드백을 반영하고, 임팩트 있는 또 다른 일을 찾아 나서는 게 몇 배 효율적이다. 고민의 시간을 더 준다고 해서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대부분 축적된 경험으로 가지고 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에 완벽주의는 미덕이 아니다.


4. 솔로프리너에게 중요한 개인 포트폴리오가 병렬로 쌓인다.

- 물론 일정 이상 성과를 냈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걸 해봤다'는 의미 없고 '이렇게 성과를 냈다'가 의미 있을 테니 자신 있게 포트폴리오로 남길 수 있어야 하는데 어쨌든 같은 시간을 쓰면서도 쌓이는 이력이 동시 다발적이다. 회사 이름이 아닌 내 이름 걸고 하는 일들이라 잘하면 퍼스널 브랜딩도 단단해질 수 있다.


5. 정규직 형태가 아니라 서로 부담이 없다.

- 정규직 형태가 아니기에 서로 잘 맞으면 꾸준히 연장될 테고, 누구라도 다른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 바이바이 할 수 있다. 솔로프리너에게 안정적인 수입은 매우 중요하긴 한데 나 같은 성향은 이게 편하다. 내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거나 기여할 게 없다고 판단이 되면 최선을 다해 일하기 어렵고 무기력해지기 때문이다.  


6. 매일 업무 일기를 쓴다.

- 도메인이 전혀 다른 2곳의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심지어 퐁당퐁당 출근을 하다 보니 자칫 정신줄 놓으면 업무 연속성이 끊어진다. 예를 들면 '그저께 내가 무슨 일 했더라..' 이런 느낌. 그래서 매일같이 퇴근 전, or 잠들기 전 오늘 했던 일에 주요 맹점과 히스토리를 간략히 기록해 둔다. 일기와 업무일지 사이의 그 어딘가 쯤으로.

이 과정에서 복기하게 되고 운 좋을 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학교 다닐 때 이렇게 복습했으면 지금쯤..) 역시 무언갈 쓰는 행위는 좋은 습관임에 틀림없다. 강추.


7. 같은 옷 이틀 연속으로 입어도 모른다.

- A라는 회사는 월/수 출근, B라는 회사는 화/목/금 출근이라 퐁당퐁당 출근. 같은 옷을 이틀 연속 입어도 알 길이 없다. 이게 은근 개꿀..



2곳의 회사를 다닐 때 안 좋은 점

1. 정신 안 차리면 잘못 출근할 수 있다.

- 처음 3주 정도는 출근지를 헷갈릴까 봐 캘린더에 매일 아침 8시에 오늘 출근지 알림이 오도록 설정해 뒀다. 고작 2곳인데도 나이가 드니 참.. 다행히 아직까지 실수한 적은 없다. 


2. 연차가 없다. 아프지 말자.

- 주 4.5일 기준으로 하루 8시간 근무지만 어쨌든 솔로프리너의 신분으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별다른 연차가 없다. 지급받는 급여를 떠나 회사마다 정해진 출근 일과 업무량이 있기 때문에 아파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 아니면 그냥 해야 한다. 돈을 덜 받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건강과 고객사를 위해서라도 안 아픈 게 좋다. 

   

3. 4대 보험, 복지, 급여 등 조직으로부터의 안정성이 없다.

- 뭐 이건 너무 당연한 거긴 한데.. 그동안 회사에서 제공받던 고용 안정, 명절 상여, 교통비, 교육, 건강검진, 복지포인트 등 얄짤없다. 무엇보다 스치든, 남아있든 매월 같은 날짤의 월급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을 뒤로한 채 혹시 모를 사태를 늘 대비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나도 아직 모르겠다)


4. 나를 소개하는 방식이 애매해진다.

- 어디서부터 설명해줘야 할까. '저는 현재 솔로프리너로 2개의 회사에서 이런저런 업무를 하고 있는..', '저는 뭐 그냥 이것저것 하는 사람인데요' 참 구차하고 모호하다. 회사를 다니면 명함 한 장 내밀면서 이름정도만 이야기하면 끝날 일을 지금은 나를 무엇으로 정의할지 고민해야 한다. 회사를 나오는 순간 더 이상 나를 보호해 주지도, 대변해주지도 않는다. 온전히 내 이름으로 나를 정의하고 이해시키고 기억하게 만들어야 한다.  


5. 주어진 시간 내 증명해야 한다.

- 사실 이건 이직하는 시니어들도 마찬가지긴 하다. 차이가 있다면 주어진 시간이 좀 다를 뿐. 아무래도 몇 개월 단위 프로젝트 성격으로 진행하는 나의 경우엔 사전 협의된 역할과 업무 범위 내에서 최선의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 잘 되면 서로 윈윈 하는 거고, 잘 안되면 시장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된다. 이건 뭐 회사나 조직 뒤에 숨을 수 없으니 어쩌면 신박한 동기부여로 작용할지도. 물론 내 역량과 별개로 고객사 문제라면 좀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일전에 내 지인분이 그러더라. 계약 전 그런 고객사를 잘 가늠하고 판단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이 말에 동의한다.



요근래 더 와닿는 타이슨 형님의 한마디
사실 내가 생각했던 솔로프리너는..

부끄럽지만 나름 원대한 꿈을 말하자면, 1주 3일 정도 몇몇의 고객사를 컨설팅하면서 오랜 기간 못했던 외부 강의를 하고 싶었다. 허나 나와 티타임을 했던 대부분의 고객사들은 실무 리딩과 액션까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역시나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주어진 현실과 함께 받아들였다. '아직 이렇게 나의 쓰임새가 의미 있는 곳에 잘 쓰이고 있구나~'라는 자기 위로와 함께.


오늘은 오래전 함께 일한 직장 동료한테 요즘엔 어디서 일하냐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작년 말 퇴사했다고 했고 이직했냐고 물어보길래 그냥 퇴사했다고 했다. 시간 되면 내일 만나자고 하더라.

"미안, 나 내일 출근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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