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인사업무를 하고 싶은데, 뭘 준비해야 하나요?(인턴십편)
안녕하세요. 수다쟁이 인사담당자 째아입니다. 인사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쭉 인사만 했으니, 내년이면 어느새
10년차에 접어드네요. 저는 입사초기에 너무너무 좋은 선배님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 덕분에 다양한 프로젝트도 하고 주도적으로 여러가지 고민을 하면서 업무를 할 경험들이 많이 있었어요.
아직도 여전히 알아가야 할 것들이 많고 현업에서 고군분투 중이지만 이제는 경험한 것, 들은것을 나누기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은 마음에 브런치를 시작합니다.
인사업무를 하면서 대학생 친구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이거에요.
"재무나 자금은 법무팀은 관련 자격증을 따면 되는데, 인사팀을 들어가려면 뭘 준비해야 하나요?"
인사팀 입사준비, 참 막막하죠?
사람도 좋아하고 친구들이 나한테 고민상담도 많이 하고, 하니까 인사팀을 해볼까 싶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채용공고도 거의 나오지 않으니 말이지요.
인사팀 선발의 기준은 회사마다 너무도 다르니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보편적으로 인사담당자들이 관심을 기울일 만한 것들 위주로 알려드릴게요 ^^
이건 인사담당자가 되기 위한 준비일 뿐 아니라, 모든 직무의 채용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이야기에요. 회사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점점 학력보다는 직무역량을 중점적으로 보고 사람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직무역량이란 건 대체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 거죠? 내속을 뒤짚어 보일 수도 없고 말이에요. 이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는 인턴십입니다. 나를 면접보는 분들은 다들 오래 직장생활을 한 직장인이잖아요? 그분들의 귀에 가장 쏙쏙 들어가는 말은 바로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랍니다. 특히 자신이 하고 있는 현업과 관련되어 업무를 했다고 하면 질문도 좀 더 구체적으로 나가고 거기서 무엇을 했는지 대화가 조금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 이친구는 막연히 여기저기 서류를 쓴 게 아니라 정말 이 직무에 관심이 있구나를 알 수 있어서 서류에서도 가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인턴십만 하면 다 될까요? 노노노. 오히려 인턴십 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마이너스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어요. 사실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를 떠올리면, 아휴 어떻게 이런것 까지 요구하지 싶은데, 요즘 면접장에 앉아서 지원자분들을 보고 있으면, 다들 너무 훌륭한 경력같은 신입이셔서, 인턴십을 하면서 이런것 까지 준비하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알려드릴게요.
(1)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찾고, 작은것이라도 업무성과를 정량화해보세요
아무리 단순한 업무라도 좋습니다. 복사라도, 엑셀 입력이라도, 성과를 정리해보세요. 비즈니스에서 정량화란, 내가 한 일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아주 좋은 도구입니다. 그리고 작은 업무를 맡았더라도 내가 하는 일이 조금 더 큰 의미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냈는지를 고민해서 정리해보세요. 그 와중에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무언가를 했다면 조금 더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면, 예를 좀 들어드릴게요.
[나쁜 예]
Q. 그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는 동안 어떤 업무를 했나요?
A. 채용업무를 지원하는 일을 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인턴십을 하는 동안 어떤 기여를 했나요?
A. 아, 회사 인사담당님을 도와 각종 잡무를 도와드렸습니다. 서류입력, 전화연락, 책상정리 등 모든 업무를 가리지 않고 최선으로 임했습니다
[좋은 예]
Q. 그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는 동안 어떤 업무를 했나요?
A. 채용업무를 지원하는 일을 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인턴십을 하는 동안 어떤 기여를 했나요?
A. 먼저 지원자분들의 정보를 다시 엑셀에 정리해서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각자 다른 양식으로 제출된 약 400여분의 지원서를 일일히 엑셀에 입력하면서, 인사팀장님이 지원자를 선별하기 쉽도록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이력서를 입력하는 동안 조금 더 선택하는 것이 쉽도록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에, 담당자님께서 중요하게 여기시는 항목이 뭔지 여쭤봐서 혼자 고민하면서 요소별 가점기준을 정리하고 점수화 해서, 담당자님이 한눈에 고득점자를 파악하실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물론, 가점이나 비중은 바꾸실 수 있도록 수식작업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인사담당자가 된다면 그룹 공통 이력서는 어떻게 만들어볼까, 실제 선발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요소들을 도입해볼까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이해가 가시나요?
후자처럼 이야기를 한다면, 이후에 질문이 더 풍성해지겠지요?
"어떤 이력서가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아요?" "우리 회사 이력서 쓰면서 회사 이력서 양식 개선을 해야겠다고 여긴 부분이 있었나요?" "점수화 할때는 어떤 기준으로 했어요?" "그것에 대한 그쪽 회사 인사담당자님분의 평가는 어땠나요?" 이런 대화들로 발전할 수 있을거에요. 그 와중에 오 이 친구에게 일을 가르쳐보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급조하시면 안된다는 겁니다. 아무리 영리하더라도 현업에서 몇년씩 일한분들을 대상으로 그 직무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속이기란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2) 들이댈 것! 현직자분들께 많이 묻고, 관계를 만들어가세요.
우리 회사에도 아르바이트, 인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취업을 준비하고 계시는 분도 있어요. 가끔 지켜보다 보면...왜 이런 좋은 리소스를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가끔 듭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묻지 않아서 기회를 찾지 못해요. 대학생 친구들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쪽의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혹은, " 제가 현재 이런이런 걸 했는데, 혹시 보완할 점이 있을까요? " " 이건 다 했는데 혹시 제가 추가적으로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 하면서 조언이던 관련 업무를 할 기회던 조금 더 내걸로 만들어보세요. 이런 것들을 물어본다면, 바쁜데 물어본다고 때릴 사람보다는, 기특한 마음에 한마디라도 더 해주려는 분들이 많을거에요. 특히 인사담당자 분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이런 것에 열려있는 분들입니다. 저는 프로젝트 해야 하는데, 내부에 도와줄 분이 없어서 막막할 때 그쪽으로 잘 한다고 하는 회사에 전화해서, 인사담당자님 자리로 연결해달라고 해서, 자기소개하고 "이런이런 프로젝트 하고 있는데 조언이 필요하다. 팀장님께서 잘 하신다고 들어서 연락드렸다. 조언 얻으러 가고싶다" 하며 찾아뵌 적도 있어요. 무료로! 사내 회의실에서 PPT띄워놓고 두시간동안 열강해주신 분도 계시답니다. 세상은 두드리는 만큼 열리고, 마음이 따듯한 분들이 정말 많아요! 뭐 거절당하면 어떤가요? 잠깐 무안하면 끝인걸, 일단 두드려보자구요.
(3) 뭘 배웠는지 정리해보세요.
인턴십 기간동안 그래서 본인이 배운것이 무엇인지 정리해보세요. 이것 역시 소소한 것도 상관 없습니다.
"지원자들이 대기실에서 정말 떨고 있었는데 내가 차를 주고 긴장을 풀도록 도와주자 얼굴이 환해지는 걸 보면서, 인사업무 하게 된다면 작은 순간에도 정성을 다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히 사람을 상대하는 업무라고 생각했는데, 엑셀을 사용하고 데이터 작업을 할 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때 했던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려면 뭘 해야했을까 고민하면서 이런이런 엑셀 함수와 데이터화 작업들을 연습했습니다"
"입사 계약서 작성하신 분들의 서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계약서가 생각보다 많은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제가 이 업무를 담당하게 되어도 놓치거나 실수하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사관리 책을 다시 한번 정독하면서 기초적으로 지켜야 하는 노무적인 것들을 학습했습니다"
등등. 성격과 했던 일과 장점에 따라 내용은 천차만별이겠지요. 자기만의 언어로, 그 경험을 녹여내어 '그 기간동안 자신이 무엇을 배웠고, 그래서 그 이후에 무엇을 했는지" 정리해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아니 인턴십 기회 얻는것도 힘든데, 저것까지 해야 한다구요? 라는 원망의 눈빛이 저를 향하는 듯 하지만....
많은 지원자 분들이 이런 경험과 관점을 가지고 면접관님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답니다.
소중하게 얻는 기회, 꼭 위의 내용들 기억하셔서 면접자리에서 나를 빛내는 도구로 잘 사용해보세요.
인사담당자를 꿈꾸는 여러분을 응원하며,
다음번에는 인사담당자의 필독서 추천편으로 돌아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