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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ba Dec 23. 2016

영국 런던 산책 Day 2

세계일주라는 늦바람의 서막, 유럽여행

2015.12.19. 오전


 전날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런던의 밤거리를 4시간가량 걸었던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되었다.

6시간을 푹 잔 뒤 자연스레 눈이 떠져 숙소 주변을 30분가량 산책한 뒤 가볍게 샤워를 하고 아침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런던 지도와 숙소에 비치된 여행 관련 에세이를 보며 본격적으로 산책할 곳을 물색한다.

마침 런던 북부 쪽의 'KENWOOD HOUSE'와 'HAMPSTEAD HEATH'가 눈길을 끌었다.


드디어!!! 빨간 버스를 타고 하이게이트 스쿨 부근에서 내려 Hampstead Ln을 따라 언덕길을 걷는다. 걷다 보면 어느새 한적하면서도 고즈넉한 숲으로 둘러싸인, 드넓은 초원을 품은 '햄프스티드 히스(Hampstead Heath)'라는 큰 공원을 만난다.

런던의 유명한 공원이라 하면 보통 '하이드 파크(Hyde Park)'와 '리젠트 파크(Regent's Park)'라고 알려진 탓인지 이 곳은 인적이 드물었지만 그 분위기는 일부러 감춰놓은 듯 신비감이 돌았다.

날씨는 코 끝이 찡 할 정도로 쌀쌀했지만 산책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더군다나 날씨 덕분인지 아니면 언덕에 위치한 지리적인 요인 탓인지 어스름하게 낀 안개도 운치를 더했다.


언덕배기엔 나무벤치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 의자에 앉으면 보게 될 풍경이 참으로 이뻤다. 하지만 앉을 수가 없었다.

저 앞에 펼쳐진 모습을, 빈 의자의 뒷모습을 그저 뒤에 서서 볼 수밖에 없었다.

혼자 앉기엔 긴 의자, 앉으면 서글퍼질 것 같았다.

누군가와 함께 앉아야만 할 것 같았다.

함께 바라보아야 할 것 같았다.

의자에 앉으면 펼쳐지는 모든 풍경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 이 곳을 찾는다면 잠시 핸드폰을 꺼두고 조용히 산책하며 사색에 잠기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추천할 만합니다.

<Hampstead Ln>
<Hampstead Ln>
<앉을 수 없던 그 의자>
<운치있는 햄프스테드히스>

'햄프스티드 히스(Hampstead Heath)'에서 이어진 길을 걸으면 새하얀 저택이 나무 사이로 빼꼼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이 바로 '켄우드 하우스(Kenwood House)'이다.

켄우드 하우스는 기네스 맥주회사 사장이었던 에드워드 기네스가 말년에 구입하여 살았을 정도로 건물 자체도 작품이라 봐도 무방할 만큼 매우 아름답다. 또한 기네스가 작고 한 뒤 일반에 공개된 후로 지금까지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작품은 기네스가 수집한 것이다.

켄우드 하우스 앞(인지 뒤인지는 헷갈린다)의 널따란 푸른 초원으로 조성된 정원의 끝엔 제법 큰 연못(호수인가?)이 있어 오리과의 새들의 여유도 볼 수 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이 정원이 영화 '노팅힐(Notting Hill)'에도 나왔다고 합니다.

'켄우드 하우스(Kenwood House)'
'켄우드 하우스(Kenwood House)'
'켄우드 하우스(Kenwood House)의 정원의 호수'
<켄우드 하우스>


2015.12.19. 오후


'햄프스티드 히스(Hampstead Heath)'와 '켄우드 하우스(Kenwood House)'를 느긋하게 둘러본 후 다음 목적지인 '리젠트 파크(Regent's Park)'로 발길을 옮긴다. 리젠트 파크로 향하는 길은 완만한 언덕의 내리막길로 고급주택지인 '햄프스티드(Hampstead)'를 자연스레 구경할 수 있다. 이 곳을 지나는 동안 받은 느낌은 조용하고 깔끔하며 여유로운 분위기로 잘 정돈된 동네로 보였다. 또한 복잡한 도심과는 달리 넓은 주택과 고급 세단들이 많이 보여 한 눈에도 부자동네임을 알아챌 수 있다.

이곳엔 영국의 유명 문인과 화가들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우리나라로 예를 들자면 파주 헤이리 마을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햄프스티드의 번화가>
<햄프스티드 앤틱 상점 골목>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루즈벨트와 처칠>
<햄프스티드의 한적한 주택가>

설렁설렁 걸으며 부자동네를 거쳐 '리젠트 파크(Regent's Park)'에 도착했다.

리젠트 파크는 영국 왕실 공원의 하나로 런던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평일 낮시간에도 공원에서 산책하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런던 시민들의 반려견 사랑을 어림짐작할 수 있는 장면으로 조깅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산책하거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곁엔 아기 또는 반려견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반려견 문화가 정착되어 가고 있어 개인적으로 환영하지만(지금은 반려견이 없어서 아쉬울 뿐) 이 곳에 비하면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이 보일 정도로 반려동물의 관리와 사랑이 남달라 보였다.


리젠트 파크에서도 공원 중앙에 위치한 '매리 여왕의 정원(Queen Mary's Garden)'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다. 여왕의 정원답게 출입문부터 금장식으로 화려하고 정원 내부엔 다양한 종류의 장미들이 잘 분류되어 관리되고 있었다. 겨울과 런던 특유의 잿빛깔의 날씨 덕에 푸른빛의 생동감은 없었지만, 계절과 날씨 따위에 굴하지 않은 장미들의 도도하고 매혹적인 모습은 여지없이 뽐내고 있었다.

<퀸 매리의 정원 정문>
<퀸 매리의 정원 정문>
<퀸 매리의 정원의 정원사>
<퀸 매리의 정원의 장미>
<퀸 매리의 정원의 장미>

장미의 아름다움에 취해 벤치에 앉아 있던 중에 어디선가 영국 다람쥐가 나타나 다가왔다. 다람쥐를 향해 손을 내미니 먹이를 주는 것으로 착각을 한 듯 겁 없이 손끝을 슬쩍 핥는다. 먹이가 없음을 알고는 토라져 훽 돌아서 가버린다. 그렇게 쭉 가버릴 듯하다가 녀석도 나와 놀고 싶어 졌나 보다. 다시 다가오더니 이제는 벤치를 타고 오른다. 오른쪽 어깨를 낮춰서 기울이니 거짓말처럼 어깨 위에 올라탄다.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카메라를 들이대니 신기한 듯 카메라 렌즈에 얼굴을 들이댄다. 그 순간 찰칵 소리가 나고 그 소리에 놀라 녀석이 쪼르르 꽁무니를 내뺐다. 결국 초점이 흐릿한 녀석의 얼굴만이 내 카메라에 남겨졌다.

<손가락 핥는 영국 다람쥐>
<어깨 위에서 다람쥐 찰칵>


2015.12.19. 저녁 이후


리젠트 파크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람 구경 동물구경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늦은 오후가 되었다. 영국의 12월 중순의 겨울은 매서운 한파는 없지만 오후 4시가 넘어서면 급격히 날이 저물고 쌀쌀한 날씨가 된다. 그런 기후인데 많이 걸으며 났던 땀들이 공원에서 죄다 말라버렸으니 한기를 안 느끼려야 안 느낄 수가 없다. 몸에 다시 열을 낼 겸 런던을 더 둘러볼 겸 걸을 요량으로 다음 목적지를 물색한다.


지도를 보니 '내셔널 갤러리'가 눈에 들어왔다. 박물관보다 미술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대영박물관'은 지나치더라도 '내셔널 갤러리'는 지나칠 수 없는 장소이다. 마침 가는 길목에 번화가이면서 게이가 많은 '소호(SOHO) 거리'도 지날 수 있는 경로라서 지체 없이 이동을 하였다.

꽤 많이 걸은 후 땀까지 식은 터라 으슬으슬 추워져서 소호거리 근처의 미국에서 건너온 '별다방'에 얼른 들어가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인다. 쇼윈도 자리에 걸터앉아 밖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노라니 퇴근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말끔한 차림의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눈 앞에 트렌치코트를 입은 수많은 서양인들과 빨간 버스 그리고 클래식한 모양의 검은색 택시들이 펼쳐진다. 런던에 도착한 어제도 영국에 왔음을 실감했는데 카페 안에서 느긋하게 앉아서 바라보니 런던의 풍경이 느린 속도로 눈에 들어와 전날보다 훨씬 더 감흥이 크다.


커피 한 잔과의 여유를 즐긴 후 다시 런던 산책을 시작한다. '옥스퍼드 서커스' 지하철역 부근부터는 쇼핑거리가 펼쳐졌다. 그새 어둑해진 탓에 다양한 매장들의 쇼윈도로 흘러나오는 불빛들과 크리스마스 조명들까지 어우러져 한껏 화려함을 뽐내는 거리가 되었다.

<화려한 옥스퍼드 서커스 거리>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를 지그재그로 비켜가며 정신없이 걷다 보니 세계 4대 뮤지컬에 속하는 '레미제라블'의 전용 극장 '퀸즈 극장(Queen's Theater)'이 눈 앞에 나타났다. 라이온 킹과 더불어 가장 보고 싶은 뮤지컬(애석하게도 표를 구하지 못해 이번 여행에선 보지 못했답니다.)이라서 레미제라블 간판만 보아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레미제라블 전용 퀸즈극장>

'퀸즈 극장(Queen's Theater)'을 지나 '레스터 스퀘어 가든(Leicester Square Garden)' 쪽으로 향하니 간이 놀이공원이 한창 운영 중이었다. 나름 대관람차(라고 하기엔 앙증맞은 크기였다)도 있고 놀이공원의 터줏대감 회전목마도 있었다. 회전목마는 나이가 들어도 보기만 해도 동심을 되찾아주는 신기한 매력의 놀이기구이다.

<레스터 스퀘어 가든의 간이 놀이공원>
<레스터 스퀘어 가든의 회전목마>

'레스터 스퀘어 가든(Leicester Square Garden)' 에는 런던극장협회에서 운영하는 TKTS라는 뮤지컬 티켓 공식 할인판매 부스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오픈(일요일은 11시~16시 30분)하며 웨스트엔드의 뮤지컬들의 티켓을 할인된 가격으로 선착순으로 판매합니다. 당일 표가 가장 저렴하지만 그만큼 일찍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드디어 내셔널 갤러리에 도착하였다. 폐장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에 가까스로 도착하여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었다. 워낙 큰 규모에 다양한 작품들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어 한 번에 다 보는 것은 무리라 욕심내지 않고 여건이 되는 상황 내에서 천천히 둘러보았다. 작품 이외에도 미술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상적인 점은 작품 앞에 편하게 퍼질러 앉아 그 작품을 따라 그리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었다. 특히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었다.


내셔널 갤러리 앞은 그 유명한 트라팔가 광장이며, 광장에선 마술, 노래, 서커스(저글링 같은 묘기) 등 갖가지 버스킹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럴 합창단도 볼 수 있답니다.

<트라팔가 광장>



#여행 #영국 #런던 #유럽 #UK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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