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그는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에서
평화로이 낮잠을 자며 달콤한 꿈을 꾸었다
너무나도 달콤했기에
깨어났지만 깨지 않은 느낌이다
깨어난 현실에선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행복한 감정이 느껴진다는 것은
그 달콤함의 기분이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들떴던 마음은 사그라들고
그 자리엔 짙은 아쉬움이 파고든다
얼마전까지 붕 뜬 마음이 어느새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다
더 가라앉기 전에 이 상태를 벗어나야 함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기 시작했다
차분함과 냉정함을 찾으려
복잡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머릿속을 헤집어 본다
그리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그 안의 그가 호통치며 그의 뺨을 후려친다
이유모를 눈물 한 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리며
그제서야 꿈에서 온전히 깨어났다
조금은 시원해진 입추가 갓 지난 여름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