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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창 Feb 10. 2018

성과창출 업무매뉴얼(03)

원칙을 따르게 하는 업무매뉴얼

국어사전을 보면 원칙이란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원칙을 일관되게 지킨다는 것은 때론 고루하고 답답해 보이는 고집불통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렇게 원칙주의를 나쁘게 보는 것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지키기 힘든 일이기 때문에, 자신이 못하는 것을 실행하는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원칙이 행동을 지배하지 않고 생각을 지배하는 순간 잘못된 원칙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 흔히들 원칙에만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자신의 업무의 한계를 규정짓고, 스스로 나태해지거나 안주하려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비단 관공서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자주 보이는 일이다. 


그래서 나도 그런 틀을 벗어난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으로,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깨어야 한다고 매우 강조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고정관념의 틀과 실행의 원칙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생각은 원칙을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을 하여도 행동은 원칙을 떠나서는 안 된다. 기존의 틀을 깨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다면, 그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새로운 원칙 또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원칙이 글로 매뉴얼화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가 없다.


2005년 미니골드라는 14K 골드 쥬얼리 중소기업에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한 명의 사람은 대기업의 한 팀과 맞먹는다. 판촉 담당자 한 명, 그래픽 디자이너 한 명, 홍보 담당자 한 명 등, 모든 직원 개개인이 대기업의 한 팀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문제는 일 잘하는 직원은 기회만 되면 다른 회사로 떠나 버린다는 것이다. 그럴 때의 업무 공백이란 매우 심각하다. 어느 누구도 그 일을 대신할 수 없으니, 당시 마케팅 부장이었던 내가 다른 직원을 채용하기 전까지 직접 실무를 담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매번 업무 프로세스나 시스템이 아닌 직원 개인의 역량에 의존해 이루어졌던 일들을 나 혼자 모두 채울 수 없었으며, 후에 후임자가 와도 제대로 된 인수인계도 할 수 없는 큰 공백이 발생하였다.


참으로 아이로니한 일은 중소기업엔 없는 업무매뉴얼이 대기업에는 각 부서마다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는 한 팀에 여러 명이 구성되어 있어서, 누구 한 명이 퇴사나 휴직을 해도 일을 나눠 해줄 수 있는 인력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잘 만들어진 방대한 매뉴얼은 아니더라도, 각각 부서에는 기본적인 업무분장표, 개인별 R&R, 업무의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가 존재하고 있으며, 항상 팀원들 간의 협업이 이루어졌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업무공백이 발생해도 큰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그래서 체계적인 대기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첫직장으로 LG전자에서 가전 대리점 영업을 했다. 1988년이었는데도, 영업사원이 해야할 업무 매뉴얼이 있었다. 내가 입사 후 제일 먼저 본 것이 두툼한 업무 매뉴얼 파일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아침에 출근해서 하루의 대리점 방문 계획과 해야할 일을 정리하고, 10시쯤 되어 대리점이 문을 열면 전화를 하여 아침인사와 함께 어제 판매된 실적을 품목별로 받는 것이다. 당시 회사에선 그것을 실판매 실적 보고라고 했다. 회사가 대리점에 출고하는 것은 판매실적이고, 대리점에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실판매 실적인 것이다. 이렇듯 회사에서 통용되는 용어의 정의부터, 영업사원이 해야할 업무 지침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그후 피어리스 화장품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역시 중소기업인 피어리스엔 그런게 없었다. 그래도 당시 매출이 500억원대인 꽤 큰 회사였는데도 말이다. 당시 나는 LG전자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사원이 대리점 관리하는 방법을 회사에 제안하여 상금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그런 일이 실행이 되어 적용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애경산업 마케팅 출신인 당시 추성엽 팀장, 조서환 상무의 공저, 대한민국 일등상품 마케팅전략에서 발췌

나의 세번째 직장은 생활용품 및 화장품 회사인 애경산업이었다. 그곳 마케팅부에서는 당시 합자회사였다가 결별한지 얼마 안된, 다국적 기업인 유니레버의 마케팅 업무 매뉴얼이 있었다. 영어로 된 무척 두꺼운 서류뭉치였는데, 솔직히 제대로 읽지도 않았었다. 대신 애경에서는 마케팅 코스를 운영하며, 신규입사자를 위한 마케팅 매뉴얼과도 같은 핵심교육을 잘 해주어 적응하기 어렵지가 않았다. 여기서 NPD(New product Development) Process, TV CF 광고 원칙 등, 실무에 필요한 SOP를 자세히 체계적으로 배울 수가 있었다. 


이런게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대비되는 것은 인력과 교육의 여유로움이다. 이는 반대로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지 못한 큰 약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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