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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창 Feb 12. 2018

성과창출 업무매뉴얼(04)

예외 없는 원칙이 없다.

미니골드에서 마케팅 부장으로 근무했을 때, 나는 이런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중소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당했던 마케팅팀과 상품기획팀의 업무 매뉴얼을 만드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부족한 인력으로 매일 바빴던 우리는 거의 매일 야근하다시피 하며 수개월을 매진한 끝에, 지금도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완벽할 정도의 업무 매뉴얼을 완성하였다. 


물론 이는 전사적으로 모든 부서에서 이루어졌던 일이었지만, 다른 부서와 달리 나는 시키니까 하는 대충 형식적인 매뉴얼이 아니라, 진정으로 필요한 완벽한 업무 행동 지침서를 만들려고 했다. 덕분에 직원들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업무매뉴얼을 만드느라 연일 되는 야근에 힘들어하며,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라고 항의할 정도였지만, 그럴 때면 나는 직원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전자제품 사면, 사용방법을 몰라도 매뉴얼만 보고 작동할 수 있죠? 업무 매뉴얼도 그리 만들어야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이 들어와도 매뉴얼만 보면 바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하고, 인수인계도 못하고 떠난 전임자가 없어도, 후임자가 매뉴얼만 보면 자동으로 인수인계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른바, 진정한 ‘매뉴얼’ 이란 단어입니다.”


그 업무 매뉴얼에는 업무 용어의 정의로 시작해서, 직급별 업무의 권한과 책임, 업무의 절차와 흐름도, 관련부서와의 업무 프로세스, 업무 기한, ERP 입력 방법, 그리고 거래선 리스트까지 모두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직원들이 스스로 만든 업무 매뉴얼이 바로 자신들의 기본적인 업무 지침으로 자리 잡게 되자, 책임의식이 강화되어 기한 내 업무처리를 스스로 하게 되었고, 과거보다도 실수도 감소하였으며, 업무 공백이 생겼을 때도 이를 충분히 커버해 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반드시 이런 대공사를 모두 다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원칙은 간결하되 세부적으로 정리되어 문서화된 행동 지침서가 되기만 해도 충분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실행으로 이끌어 주는 강한 연결고리로 작용할 수만 있으면 된다. 마치 연기자가 짜인 극본에 따라 연기하듯이, 실행은 철저하게 준비되고 계획된 원칙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실행의 힘은 구체적이고 세부적일수록 더욱 강해지기 때문에, 이왕이면 제대로 된 업무매뉴얼을 만든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럼 원칙에 따라 업무매뉴얼이 한 번 만들어지면 영원히 변하지 않아야 할까? 정답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도 않다. 원칙이 주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아야 하겠지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전략과 계획을 수정하듯이 일을 실행해 나가다 보면 잘못된 것들은 당연히 고쳐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상에는 예외 없는 법칙이 없고, 업무를 수행해 나가는 데는 반드시 피드백(Feedback)이라는 자정작용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업무매뉴얼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일을 수행해가면서 수시로 수정되며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원칙과 규정의 범위를 과도하게 넘나드는 행위는 애써 만든 업무매뉴얼을 쓸모없게 만들고, 사람들로 하여금 또 한번 잘못된 실행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가 중국에서 마케팅 및 관리 총경리를 하고 있을 때, 영업총괄 임원에게 매우 답답해 했던 것은 그가 자신이 만든 영업의 규정과 원칙을 본인이 스스로 깬다는 것이었다. 같은 임원으로서 당시 CEO 직계라인으로 일을 했던 그는 나의 통제권 밖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가 출장을 한 번 가기만 하면 또 무슨 사고를 칠까 걱정해야만 했다. 나는 그에게 사업자를 만나도 절대로 규정의 한도 내에서만 약속을 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그는 매번 사업자들의 요구를 다 받아 들고 돌아왔다. 회사를 대표해서 나간 임원의 구두 약속은 회사의 신뢰와 직결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약속을 들어주며,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재차 삼차 말을 하였지만 그는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였다.

그의 사고방식은 영업을 하다 보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듯이, 상황이 모두 다른데 어떻게 하나의 규정으로 모두 똑 같이 적용할 수 있겠냐는 식이었다. 물론 이 말에는 동의하나, 기본적인 생각과 행동의 방식이 나는 완전히 달랐다. 해줄 수 있는 것이 있고 해줄 수 없는 일이 있다면, 진정으로 하면 안 되는 일은 원칙을 깨는 일이다. 사무실 지원 규정, 판촉지원 규정 등의 원칙을 특정 한 사람에게 깨는 순간, 회사의 법은 바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의 사람이었으니 문제가 없을 수가 없었다. 여러 문제로 그는 강등을 당하고, 내가 영업총괄을 겸임하게 되어 전국을 순회하며 대리상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때 나는 대리상들로부터 참으로 아이러니한 말을 들었다. 그것은 전임 영업임원이 너무도 불공평했다는 것이다. 그처럼 사업자들 요구를 잘 들어준 사람이 없었는데, 내가 이상하다며 이유를 묻자, 그들의 대답이 이구동성 가관이었다. 한 마디로 그는 다른 사업자들에게 너무 잘해 주었다는 것이다. 누구에겐 이걸 해줬고, 누구에겐 저걸 해줬는데, 왜 나는 안 해주냐, 너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받은 혜택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고, 남들에게 해준 혜택은 불공평하다는 처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그가 수시로 원칙을 깨고 특별히 지원해 준 일은 전혀 고마운 일이 아니라 마땅한 일로 간주되었으며, 나중에는 부메랑이 되어 그의 뒤통수를 강하게 걷어차게 되었다. 또한 대리상들 입장에서 그의 불공평한 처사는 불만의 대상이 되어, 장기적으로는 매출실적에도 악영향을 주었고, 결국 그는 영업임원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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