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구석구석, 그 중심엔 다양한 인생이 있다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 소중함을,
날씨가 좋지 않아 출발부터 투덜거려서인지 두리번거리며 봤던 것들은 기억 속에서 금세 지워졌다. 젊음의 거리 대학로, 중년의 멋이 묻어나는 이화벽화마을, 옛사람들의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는 낙산성곽 길, 그리고 다시 태어나는 공간인 동대문 광장시장. 이는 마치 태어나서 노년의 길에 접어드는 우리네 인생과 같은 여행지가 아닐까 한다. 당신을 닮은, 당신의 인생을 닮은 여행지에서 당신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큰 행운일 것이다.
젊음이 넘치는 젊음의 거리, 대학로
대학 교육이 처음 시작된 곳으로 1985년 ‘동숭동 대학로’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하였다.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주도로 ‘문화 예술의 거리’를 만들면서 사용된 명칭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젊음의 거리답게 어느 곳에 눈을 두어도 보이는 것은 젊음뿐이다. 그 뜨거운 열정과 실험 정신이 용광로처럼 쉴 새 없이 불을 뿜어 내는 곳이다. 젊음이라는 코드의 입맛에 맞는 음식점들과 소극장들이 종합 선물처럼 놓여 있다. 지하철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바로 앞에 마로니에 공원이 손님을 맞이하는 잔칫집 평상처럼 펼쳐져 있다. 이곳을 기점으로 혈관처럼 뻗어 있는 골목골목을 누비면 된다. 골목길을 누비다 보면 낙산공원이 위쪽으로 보이고, 이 공원 산책로와 이어진 이화벽화마을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삶의 여유와 멋을 아는 꽃 중년 같은, 이화벽화마을
이화벽화마을은 ‘Connect(잇다)’, ‘Mix(섞다)’, ‘Get Together(함께 어울리다)’를 주제로 하여 2006년 ‘낙산프로젝트’와 함께 가꾸어진 마을이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과 함께 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낙산’은 중심과 경계, 현재와 과거, 과거와 미래, 좁은 길과 넓은 길, 가파른 길과 완만한 길, 치열한 삶과 여유로운 삶이 서로 미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경계를 이루어 그 차이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으나 재료가 섞여서 아주 묘한 맛을 내는 부대찌개처럼 서로 함께 잘 어울려 있는 곳이다. 이 마을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중년의 멋에 푹 빠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골목길을 따라 좁은 계단을 걷다 보면 하늘과 맞다 있는 낙산성곽 길과 만나게 된다.
옛사람들의 지혜가 녹아있는, 낙산성곽 길
낙산성곽 길은 ‘서울 한양도성 길’ 중에서 낙산구간에 해당되는 길이다. 한양도성은 조선왕조 도읍지인 한성부의 경계와 권위를 표시하고, 외부의 침입으로
부터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성이다. 평균 높이 5~8미터이고, 총길이는 18.6km이다. 이 중에서 낙산구간은 혜
화문에서 흥인지문까지로 2.1km, 총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이 구간 전망대에서 서울 도심을 빙 둘러싼 한양도성 길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하늘로 용솟음치려 하는 거대한 용의 꿈틀거리는 힘찬 기세를 느낄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같은 시간대에 공존하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뒤로하고, 성곽 길을 따라 동대문 방향으로 내려오면 흥인지문, 흔히들 동대문이라 불리는 옛 건축물을 만나게 된다.
여행의 백미는 역시 음식, 마지막 여행지를 위해 참아라.
동대문은 한성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도성으로 여덟 개의 문 가운데 동쪽에 있다 하여 동대문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 문은 바깥쪽으로 성문을 보호하기 위해 반원 모양의 옹성을 쌓았는데 이는 적을 공격하기에 합리적으로 계획된 시설이다. 한양도성 여덟 개의 문 가운데 유일하게 옹성을 갖추고 있다. 동대문을 지나 도로를 따라가면 청계천을 중심으로 양 옆에 동대문시장이 즐비해있다. 다양한 살거리들이 있는 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이보다는 동대문의 대표 건축물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ongdaemun Design Plaza, DDP)’를 추천한다. 마치 미래의 어느 공간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곳이다. 옛 동대문 운동장 자리였던 곳을, 2009년에 착공하여 2014년 3월에 개관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이제 이번 여행의 백미인 광장시장으로 가보자.
다시 태어나는 곳, 동대문 광장시장.
광장시장은 광교와 장교 사이에 있다 하여 ‘광장’이라고 명명하였다. 청계천을 따라가다 보면 많은 다리를 만나게 되는데, ‘전태일 다리’라 불리는 버들다리를 지나면, 청계 5가 사거리에 있는 ‘마전다리’를 만나게 된다. 여기부터 광장시장이 시작된다.
시장에 들어선 순간 많은 사람들 때문에 놀라고, 다양한 음식들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이제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무 자리에 앉아 음식을 즐기면 된다. 광장시장의 대표 메뉴인 마약김밥과 빈대떡을 추천한다. 길 다면 긴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낸 후, 시장 아무 곳에나 앉아 막걸리 한 사발과 빈대떡을 먹는 순간, 인생의 고로한 껍질을 깨고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여행정보
대학로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5가 사거리에 시작하여 혜화동 로터리까지에 이르는 문화예술의 거리이다. 서울역에서 당고개 방향으로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여섯 번째 역인 혜화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낙산공원 :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숭동 낙산에 있는 근린공원이다. 낙산은 수도 서울의 내사산(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 중의 하나이고, 북악산의 좌청룡에 해당된다.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 마로니에 공원을 오른쪽으로 두고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온다.
이화벽화마을 : ‘Art In City’라는 큰 이름 아래 소외된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고자 70여 명의 예술가들과 지역 주민이 합심하여 조성한 마을이다. 낙산공원 산책길에 설치된 조각 작품들, 그리고 마을 골목길 곳곳에 그려진 예술작품들은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 되었다.
서울성곽길 http://seoulcitywall.seoul.go.kr
동대문디자인플라자 http://www.ddp.or.kr
광장시장 http://jkm.or.kr
◇음식정보
뽕신 :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숭길 62, 010-9779-0936
카페 크레파스 : 서울특별시 종로구 낙산성곽서 1길 11, 070-8201-4191
순희네 빈대떡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32길 5, 02-2268-3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