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적 유치원은...기억이 안나오.
‘처음학교로’를 통한 유치원 신입생 일반 모집이 시작되었다. 희망순을 고려한 추첨으로 이전보다 골치가 아프게 되었다. 게다가 적어도 우리 지역에서는 거의 모든 사립유치원이 처음학교로를 통해 지원을 받아, 딱 3군데만 지원이 가능하다. 폐원한 유치원도 있어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어린이집은 사실 크게 고민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고민을 할 법 하지만 일단 자리난 곳에 보내야만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치원은 부모와 아이가 선택해 지원하고 추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원부터 수많은 고민을 해야한다. 아이도 이제 제법 의사가 생기고, 부모도 아이의 성향이 어느 정도 파악되기 때문에 유치원 선택은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주변 엄마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시설, 거리, 종일반 유무, 교육 과정, 방학 기간이 중요한 기준이 되더라.
시설이야 깨끗하고 안전한지, 조금 욕심을 내면 수영장이나 다목적 강당이 있는지, 넓고 야외 공간이나 주변 자연환경이 잘 갖추어졌는지를 따지게 된다. 거리는 가까운 게 최고라는 의견이 많다. 유치원은 다 거기서 거기니 등하원 편한게 최고라는 생각이다. 동네 친구, 그리고 초등학교 친구와도 연결되니 나름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종일반 유무와 시간은 맞벌이 가정에겐 너무나 중요하고, 사실상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방학 기간 역시 너무 길면 맞벌이는 물론 외벌이 가정도 힘들기 때문에 짧은 유치원이 선호된다. 교육 과정은 크게 둘로 나뉜다.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와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쪽, 반대로 유치원도 학교니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야한다는 쪽이다. 이건 각 부모마다 자신들의 교육관을 따를 것이다.
이렇게 하나 둘 따지다보면... 최선은 없다. 최악을 골라내는 일이 오히려 쉬울까? 끊임없이 비교해도 답이 없다. 추첨 한 번에 앞으로 3년 간의 내 자녀의 교육과 더불어 내년 3월까지 편안한 심신을 누릴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된다.
내 유치원은 어땠지. 4-5층쯤 되는 낮은 건물의 두 개 층을 유치원으로 썼다. 유리창에 시트지로 붙여져 있던 동물 모양, 꽃 이름을 딴 반 이름들, 때마다 유치원에서 봤던 인형극, 여름 캠프, 한 쪽 구석의 피아노, 친했던 친구들, 밥먹을 때마다 불렀던 노래, 소풍 그리고 너무 무서웠던 바이킹 그런 것들이 살짝살짝 기억날 뿐이다. 하나 정말 기억에 남는 건 유치원 졸업 후에 좋아했던 담임 선생님을 위해 친구와 핫케익을 구워 모양내고 병에 담아 선생님 집을, 집까지! 찾아간 것이다. 아마도 아니 역시나...가장 중요한 것은 선생님, 그리고 좋은 선생님을 지지해주고 지원해 줄 유치원일 것이다.
내일부터의 유치원 지원, 2주 뒤의 발표로 나와 내 아이의 3년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면 거리부터 특성화 활동까지 너무나도 따질게 많아지지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무엇보다도 아이의 즐거운 배움을 가능하게 해 줄, 유아 교육 기관으로서의 사명이나 자부심을 가진 유치원과 그 안의 선생님을 살피는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