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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ar Jan 15. 2023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장점과 단점 그리고 콤플렉스

장점과 단점을 내 입으로 직접 말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사람들에게 들었던 내용을 토대로 답을 한다. ‘책임감이 있고,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편이다’고 얘기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완벽하게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저게 정말 내 장점 혹은 단점이 맞을까? 궁금하다. 책임감이 있어서 하는 행동이라기보다 직책을 맡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여기거나 이거 단단히 잘못된 거 같은데 어떻게 말을 안 하고 넘어가지 같은 ‘당연함’과 연결되어 있기에 내가 가진 성격의 특징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100% 동의를 하는 건 아니지만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을 단점으로 꼽는 것은 내가 했던 말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들이 살얼음판을 걷던 고등학교 3학년 수시철 악의 없이 했던 말이 친구에게 상처를 줬다. 
학교에서 미대 진학을 희망하는 친구들은 30명 내외로 생각보다 엄청 많지는 않아서 이름을 들으면 서로가 서로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는 사이였다. 모든 미술 대학이 수시 전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뽑는 인원도 적어서 수시를 쓴다고 하면 학교에 금세 소문이 퍼졌다. 실기대회 수상도 여러 번 하고 공부도 꽤 잘했던 친구 한 명이 수시를 쓰기로 결정하자마자 우리는 금방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번은 그 친구를 화장실에서 만났다. 수시를 쓰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너는 실기 실력이 좋으니 꼭 붙을 수 있을 거라고 얘기했다. 화장실을 나오면서 거울에 비친 그 친구를 봤을 때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울고 있었다. 옆에 있던 다른 친구들은 ‘솔라는 원래 그래. 널 싫어해서 그렇게 말한 건 아니야’ 
무엇 때문에 우리 사이에 오해가 생긴 건지 다가가서 확인하고 싶었다. 그들이 속삭이듯 말하고 있는데 우연히 내가 들은 거라 말을 덧붙이면 사이가 더 틀어질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못 들은 척 조용히 교실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기억은 서로 다르게 기록된다. ‘나는 절대로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았어!’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때보다 시간이 더 오래 지났으니 기억 기록은 더 많이 변했겠지.

무심코 던진 돌에 상처받았던 적이 나도 있었다. 집안 내력인지 나의 아버지도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편이다. 가끔은 말이 화살이 되어 살을 파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애정이 기본으로 깔린 뒤 하는 말이니까 살을 파고들어도 참았다. 내 말 때문에 상처받았던 친구에게 바로 다가가서 말을 걸지 못했던 것은 그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너무 잘 아니까 그래서 사과의 말을 건네지 못했던 것도 있다. 
내가 끔찍이도 싫어해서 저것만은 닮지 말아야지 했던 것이 어느새 내게 찰싹 달라붙어 나와 하나가 되었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을 고칠 수 없다면 다른 부분에서 오해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했다. 오해가 생길만한 부분은 발화의도를 설명하고 나름의 선을 만들어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했다. +1과 -1이 만나면 0이 되듯 직언을 해야 하는 순간엔 직언을 날려버렸지만 그 외에 시간들은 최대한 따뜻한 말을 했다.


어제는 한 달에 한 번씩 꼬박 1년을 만난 사람들과 마지막 모임을 가졌다. 완벽한 타인으로 만나 시간이 흐르며 제법 서로의 눈빛만 봐도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대충 눈치는 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모임을 하며 사람들에게 들었던 나의 인상은 다음과 같다. 
 “모두가 불편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차가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따뜻하다”
 “가만히 있다가도 꼭 해야 할 말이다 싶으면 해야 할 말을 한다”   

사람들이 해 준 말을 듣자 김이나 작사가님이 말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한 사람의 결이나 질감은 그 사람의 잘 관리된 콤플렉스에서 비롯된다’ 
내가 콤플렉스라고 생각했던 모난 부분을 잘 다듬었고 사람들은 나의 결을 이렇게 기억했다. 직언을 날리지만 관계를 지속하다 보면 직설적인 표현이 가진 거친 질감보다 부드러운 질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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