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ar May 05. 2023

On The Ground

동기부여

어느 날 갑자기 유튜브 알고리즘에 ‘0원으로 살아남기’ 영상 콘텐츠가 나타났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고 있는 세상에서 0원으로 살아남는다니 클릭할 수밖에 없는 후킹이 강한 제목에 끌려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에 나온 사람은 20대 후반의 나이로 댄서일을 하다 어떤 이유로 인해 일을 그만둔 상태였다. 전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일을 그만두는 과정에서 인간관계, 정신적인 고통이 있는 듯했다. 지나온 시간을 다시 살고 싶은데 이미 흘러간 시간을 다시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을 전부 버리고 0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0원으로 살아남기 콘텐츠로 풀어냈다.


첫 영상은 간단하게 짐을 싸고 집을 나오는 것부터 시작한다. 더위와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긴팔, 반팔 상 하의와 속옷, 양말 한 세트가 집에서 갖고 나온 전부다. 키즈카페, 생산직, 공사장 일 등 버킷 리스트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이번에 전부 다 해보려고 한다고 말하는 표정은 설렘과 기대가 가득 찬 얼굴이다.

영상을 계속 보다 보면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떠올려본다. 호기롭게 0원으로 살아남기 목표를 세우고 집을 나온 첫날 저녁부터 잠을 어디서 자야 하는지, 힘들게 돈을 모아 구한 고시원은 알고 보니 바퀴벌레가 가득한 곳이었다던지, 기본적으로 매일 갈아입던 양말, 속옷이 없어서 같은 것을 계속 입는 모습이 나온다. 모두 다 이미 내가 갖고 있는 건데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서 잘 모르고 있었던 일상의 소중함이다.


자기 계발이 중요한 트렌드가 되면서 유튜브에는 동기부여 콘텐츠가 많아졌다. 보통 동기부여는 내가 갖고 있지 못하는 부족한 무언가를 느끼고 채워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트렌드와 반대로 요즘 자주 하고 있는 생각은 ‘비움’이다. 100% 만족하는 일상은 확실히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100% 불행한 일상도 아니다. 불행하다고 느꼈던 순간에 나를 금방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들과 일상이 늘 곁에 있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채워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채워 넣는 것을 멈추고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I worked my whole life. Just to get high just to realize.

난 평생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어. 그리고 깨달았지.

Everything I need is on the ground.

내게 필요한 모든 건 이미 나에게 있었다는 걸.


Rose-On The Ground

https://youtu.be/CKZvWhCqx1s



0원으로 살아남기

https://youtu.be/SzotgBljQ_A

작가의 이전글 눈에 익지 않은 것 그 나름의 가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