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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ar Dec 06. 2023

작은 점을 잇는 경험

수렴하는 연말정산

오지 않을 것 같던 연말이 성큼 다가왔다. 12월이 되면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한 해를 정리한다. 올 한 해 무엇을 했는지 연초에 세웠던 계획을 꺼내 들고 체크리스트를 지워나가며 지키지 못 한 계획은 좀 더 보완해서 다음 해 목표로 세우거나 올해의 책, 올해의 영화 같은 ‘올해의 ㅇㅇ’ 키워드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새해 계획 중 늘 빠지지 않는 것은 살 빼기와 이직일 것이다. 어디가 끝인지 모른 채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작년의 나와 비교하며 해가 거듭될수록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쉽게 무한 비교 굴레에 빠져 버린다. 이룬 것이 없는 것 같고 다른 사람에 비하면 늘 부족해 보인다. 
각각의 경험이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우리는 쉽게 착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떨어져 있는 경험을 하나의 맥락으로 엮어내는 것이다. 나의 부족함이 한없이 커 보일 때 내가 했던 작은 경험들을 하나의 선으로 이으려는 노력을 한다. 


일을 그만둔 지 6개월이 막 넘어가던 때 우울증이 찾아왔다. 사람을 만나는 게 즐겁지도 않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하던 모임이 다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 달에 한 번 보는 사람들도 나의 감정 변화를 느꼈으니 꽤 큰 우울증이었다.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제일 컸다. 내가 정한 기준이 엄청 높지도 않은데 마음에 드는 회사를 찾을 수 없었고, 불안함 때문에 적당히 나를 불러주는 곳을 가자니 예전에 경험했던 회사들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고민과 방황을 하다 여름이 지나고 새 회사에 들어갔다. 퇴사하고 8개월이 지난 뒤였다. 회사를 선택할 때 늘 ‘도전’을 1순위로 삼았는데 여러 일을 겪고 나니 ‘안전’을 선호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답이 없는 문제지만, 예전이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이었기에 입사일을 정해 놓고 옳은 선택을 한 건지 늘 불안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환경만 비교하면 겹치는 접점이 하나도 없었다. 내 얘기를 들은 지인은 그동안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줬다.
“공간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커리어 맥락이 생기는 거 아니에요? 작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제는 큰 규모의 공간까지 연출하게 되었으니, 솔라님 생각보다 커리어 방향을 잘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직선은 여러 개의 점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올해 마무리는 점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 개수를 세는 것보다 갖고 있는 점을 어떻게 하나로 연결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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