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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 Oct 21. 2021

Too much harmony, 바그다드 카페

Illustration by 김정아



'진한 커피를 마시고 피아노 선율을 이해하며 자식이 없는 그녀가 나타났다.

어느 날, 사막 한가운데 차도 없이.'


이미지 출처 : www.listal.com




모하비 사막의 황량하기 짝이 없는 도로 위에는 바그다드 카페가 있다.

그것과는 별개로 여행 중인 독일인 부부는 아주 큰 싸움을 벌이고, 급기야 남편은 부인 야스민을 두고 차를 몰고 혼자 가버린다. 야스민은 아주 덩치가 큰 짐을 질질 끌고 걷고 또 걷다가 바그다드 카페로 흘러들어온다. 황량한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은 그곳에 자연스럽게 합류한 야스민은 그곳에서 남편이 막 떠나가버린 주인 여자 브렌다를 만난다. 황량하고 텅 빈 사막만큼이나 공허하고 무거움이 어려있던 그곳은 야스민의 매직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공간이 되어간다.




로젠하임(Rosenheim)


'야스민의 남편' 가장 먼저 사막의 길 위에 두고 간 것은 '부인 야스민'이었다. 그리곤 곧 두 번째로 노란 보온병이 버려졌고, 버려진 것의 이름은 로젠하임이었다. 여기에서 영화 도입부부터 품고 있던 의문이 조금은 해소된다.  미국의 사막  한가운데 그토록 낯선 복장을 하고 있는 부부의 사정에 대해서 말이다. 


두 사람은 독일 사람이고,  입고 있던 복장은 독일의 전통복장이었던 것이다. 타국의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시대와 공간이 어긋나는 복장을 한 두 사람과 영화 제목인 바그다드 카페, 영화의 도입부는 낯섦의 집합소 같았다. 그런데 어쩌면 이러한 낯섦은 야스민과 브렌다가 각자가 격은 헤어짐에서 느꼈을 '동화될 수 없는 낯섦'의 감각적 표현이 아니었을까.







하임(Heim)은 독일어로

집, 고향이라는 의미가 있다.



야스민이 그토록 불편한 복장을 하고 걷고 걸어 도착한 바그다드 카페엔 사실 야스민을 기다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노란 보온병 로젠하임이 그것이었다. 둘이 같은 공간에서 공존한다는 것은 이곳이 야스민에게 고향과 같은 품이 될 것을 암시하고 있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로젠하임은 커피머신이 고장 난 바그다드 카페에서 아주 익숙하게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고, 참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버린 이(야스민의 남편)에게 그 첫 잔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땀을 흘리는 야스민과 눈물을 흘리는 브렌다가 첫 만남을 가지게 된다.



이미지 출처 : mondospettacolo





"Magic!"

By Jasmin



야스민은 그녀가 가진 차분함과 넓은 마음으로 바그다드 카페의 가족 한 사람 한 사람과 진정으로 사귀게 된다. 그녀를 가장 의심스럽게 보았던 브렌다는 마지막에는 그녀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 깊은 우정을 나눈다. 로젠하임이 그랬듯, 야스민은 사랑이 고장 난 바그다드 카페에서 아주 익숙하고 진하게 그 자리를 채워주었다. 그리고 바그다드 카페는 서로 간의 유대를 통해 따스한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이미지 출처 : www.listal.com




마지막엔 브렌다를 떠났던 그녀의 남편이 바그다드 카페로 돌아온다. 브렌다는 한층 부드럽고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껴안는다.


영화 초반 길에 버려진 노란 보온병 '로젠하임'을  이곳으로 인도했던 것이 그녀의 남편이었다는 기억 한다면, 그녀의 남편도 이곳, 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이 될 바그다드 카페로 돌아올 운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한때 공동체의 일원이었던 데비는 바그다드 카페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겼다.



"Too much harmony."


이미지 출처 : www.list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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