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리버풀 옆 블랙풀
리버풀이 아니고 블랙풀? 내겐 생소한 도시가 잡힌 것은 역시 아들의 친구 만남 때문이다. 술 한잔 하며 회포를 풀어야 하니 퇴근 후 저녁에 만나야 하고 자연히 일박을 해야 한다. 아침 일찍 웨일즈에서 출발, 내려서는 기차역 바로 앞에서 트램을 타는 게 특이했다. 검색해 보니 리버풀 트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트램 중 하나며 영국 최초의 해변 트램이라 한다. 트램 정거장 앞 노상에서 검표원이 행선지를 묻고 그 자리에서 차비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옛날 우리나라 버스 안내양 느낌(?). 자연 그대로의 황량한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이 우리나라 해변열차와 비슷하다. 우리가 묵은 임페리얼 호텔 또한 해변 바로 앞에 카메라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길게 뻗어 있었는데, 이름에 걸맞게 입이 쩍 벌어질 위용을 과시하는 외부와 달리 내부는 중세풍으로 무척 엔틱 하다. 주 투숙객 또한 나이가 지긋하신 본토 어르신들로 블랙풀이 해변 휴양도시임을 입증한다.
웨일즈에서 기차 시간만 4시간, 오고 가고 먹고, 여행의 남은 시간은 한나절 정도, 체크인하고 되돌아 도심으로 걸어가며 동네 구경도 하면서 펍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시내로 나가니 이미 카페는 문 닫아(카페나 빵집등 대부분의 가게는 5시면 폐장) 늦게까지 여는 vintro var cafe에서 St. Johns Church을 그리는 걸로 블랙풀 여정 마감. 드넓은 하늘과 땅, 그 사이 띄엄띄엄 미니츄어 같이 예쁜 집들, 서로 잘 아는 듯한 어르신들의 정담이 오가던 길 모퉁이 동네 펍에서의 점심은 파노라마 영상으로 마음속에 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