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가수 조정석'을 통해서 본 부탁의 놀라운 능력
지난달 30일, 넷플릭스에서 '신인가수 조정석'이라는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이 공개됐다. 평소에도 음악에 진심이었던 배우 조정석이 100일간 8곡짜리 정규앨범을 만드는 도전기를 담은 예능이었다. 가수들도 정규앨범을 내는 데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가수는 경력이 쌓이기 전까지 본인이 쓴 곡만으로 앨범을 채우지 못하는데, 조정석은 100일 안에 8곡을 직접 완성해 앨범을 발매해야 했다.
평소 아내 거미와 함께 곡을 쓰고 부르는 것을 즐겨왔던 조정석은 처음에는 혼자 힘으로 곡 작업을 시작한다. 클래식 기타를 전공으로 대학을 준비할 정도로 음악적 기초 지식이 풍부했던 만큼, 스스로 곡의 구성과 가사를 만들어 나갔다. 그러나 곧 한계에 부딪힌다. 정규앨범을 완성하기에는 자신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좌절하게 된다.
시간은 촉박하고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앨범을 완성할 수 없음을 깨달은 조정석은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아이유, 다이나믹 듀오, 박효신, 김이나, 그리고 99즈(정경호, 김대명, 유연석, 전미도) 등에게 연락해 곡을 들어보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전문 뮤지션부터 대중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이 더해지고, 배우 공효진까지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결국 100일 만에 앨범 8곡과 뮤직비디오 1개가 완성될 수 있었다.
직장인, 그리고 홍보/마케팅 AE로서 '신인가수 조정석'을 보면서, 그의 100일간의 앨범 제작 과정이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대행사에서 프로젝트를 담당한다는 것은 조정석이 처한 상황과 닮아 있다. 개인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이며, 나머지는 팀원들과 협력업체들의 도움으로 완성된다.
특히 평소 내 라이프스타일과는 동떨어진 프로젝트를 맡을 때, 협업의 중요성이 더욱 빛을 발한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알고리즘에 의해 콘텐츠가 노출되는 후배들의 감각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런 경우, 후배들의 감각을 믿고 그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 협력사와의 협업도 마찬가지다. 우리 회사에 없는 역량이 필요해 협업을 요청하는 것이라면, 그들의 전문성을 믿고 단기 수익보다 최선의 결과물을 위해 노력해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부탁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부족한 능력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거나, 자신의 평가가 낮아질까봐 고민하며 모든 일을 혼자 떠안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일에 내 손이 직접 닿고 내 생각이 반영돼야만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관리자 중에서는 회사 수익 극대화에만 집중해 협력업체 대신 내부 직원들을 더 투입시키는 경우도 있다.
부탁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고, 우리의 수익을 줄이는 일도 아니다. 오히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부탁하는 것이 빚을 지는 것 같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한 번의 머리 숙임으로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성공한 기업가들은 '사업은 돈이 아니라 사람을 남겨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부탁을 잘하는 것은 단순히 관계를 잘 맺는 것을 넘어,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진행시키고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만든다. 부탁하는 능력을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