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고 루프 3번째 이야기
AI는 경쟁자가 아니라 ‘사고를 증폭시키는 파트너’다
샘 올트먼이 여러 인터뷰와 연설에서 반복해온 이 문장은, 표면적으로는 익숙하다. 하지만 그가 실제 R&D 연구소 사례를 통해 설명한 맥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문장은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매우 구조적인 통찰임을 알 수 있다.
그가 주목한 것은 ‘AI가 얼마나 똑똑해졌는가’가 아니라, AI가 들어왔을 때 인간의 역할이 어떻게 재배치되는가였다.
올트먼이 소개한 R&D 조직들의 공통점은 이랬다.
실험 설계
코드 작성
데이터 전처리
논문 초안 정리
시뮬레이션 반복
이 모든 영역에서 AI는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해졌다. 그 결과 연구 속도는 수 배, 어떤 경우에는 수십 배로 빨라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AI 도입 이후, 가장 병목이 된 지점은
코딩도 아니고
계산도 아니고
정보 검색도 아니었다.
가장 느려진 것은 오히려 이것이었다.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다음 실험을 어떤 가설로 설계할 것인가?”
즉, 도메인 지식이 깊을수록 ‘판단’의 중요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AI는 답을 잘 내놓는다.
그러나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인가’를 스스로 판단하지는 못한다.
올트먼이 말한 “역할 분담”은 단순한 업무 분업이 아니다.
인지 구조의 분화에 가깝다.
AI: 계산, 생성, 탐색, 조합, 시뮬레이션
인간: 문제 정의, 의미 해석, 우선순위 결정, 가치 판단
예를 들어보자.
의료 연구에서 AI는 수백만 개의 논문을 읽고,
유전자 상관관계
약물 반응 패턴
통계적 유의미성
을 몇 초 만에 정리한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 연구자가 해야 할 일은 남는다.
이 패턴이 실제 임상에서 의미가 있는가?
윤리적으로 적용 가능한가?
어떤 환자군에게 먼저 쓰는 것이 맞는가?
이 단계는 계산 문제가 아니라 판단 문제다.
AI가 강해질수록, 인간의 역할은 ‘실행자’에서 ‘해석자’로 이동한다.
그리고 해석자는 항상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진다.
올트먼은
“AI를 쓰는 것과, AI를 잘 쓰는 것은 전혀 다르다.”
AI를 ‘쓴다’는 것은
자동화
속도 향상
비용 절감에 머문다.
그러나 AI를 ‘잘 쓴다’는 것은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기존에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사고하고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같은 AI를 써도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A형 사람:
“보고서 요약해줘.”
→ 업무 속도 20% 개선
B형 사람:
“이 시장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찾아줘. 단, 기술 변화·정책·소비자 심리를 분리해서 분석하고, 각각이 충돌하는 지점을 가설로 만들어줘.”
→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바뀜
차이는 기술 숙련도가 아니라 사고 프레임의 깊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AI가 다 알게 되면, 인간의 지식은 의미 없어지지 않을까?”
그러나 올트먼의 관점은 정반대다.
AI는 지식을 없애지 않는다.
지식을 도구화한다.
피터 드러커가 말한 ‘지식 근로자’의 핵심은 정보를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판단 기준을 세우며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다.
AI 시대의 지식 근로자는 오히려 더 고도화된다.
단순 암기형 지식은 AI로 대체되지만
구조적 이해, 도메인 직관, 윤리적 판단, 전략적 사고는 더 중요해진다.
즉, 노동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AI로는 대체되지 않는 나만의 판단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인간다운 선택’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인식의 문제다.
나는 무엇을 중요하다고 느끼는가?
어떤 가치에 책임을 지고 싶은가?
효율보다 의미를 우선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AI는 최적화를 잘한다.
그러나 무엇을 최적화할지 정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그리고 그 기준이 곧,
미래에 AI와 협업할 수 있는 사람과
AI에 종속되는 사람을 가르는 경계선이 된다.
올트먼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것이다.
AI는 인간을 대체하지 않는다.
다만, 생각하지 않는 인간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뿐이다.
이제 경쟁은
인간 vs AI가 아니라
사고하는 인간 vs 사고를 포기한 인간 사이에서 벌어진다.
그리고 그 분기점에 있는 질문은 언제나 하나다.
“나는 이 도구를 무엇을 위해, 어떤 기준으로 쓰고 있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자기만의 답을 쌓아가는 사람이
AI 시대의 진짜 ‘지식 근로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