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ㆍ사진 ㅣ 고서우
낮은 지대의 바닷가 마을, 월정리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비교적 높아 보이는 건물을 하나 마주하게 된다. 길에 서서 가만히 올려다보려면, 강렬한 오후의 볕 때문에 눈을 바로 뜨기가 힘들다. 그대로 계속 걸어, 그늘 아래로 들어가 문을 연다. 이것이 ‘하월라잇’에 닿기까지의 과정 기억들이다.
‘하월라잇’은 넓은 중정을 가운데 두고, 두 채의 건물이 마주 보고 있는 모양새다. 나는 먼저, 중정의 계단 아래에 위치한 ‘하월동’의 문을 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여름의 스테이 내부는 매우 시원하다. 여기까지 오는 길, 딱히 힘들 것도 없었는데 마치 할머니가 어린 손주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오느라 고생했다!” 하시는 인사말 같은 쾌적함이다.
‘하월동’은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작은 테이블과 그 곁에 침대, 욕실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아무래도 빛을 따라 걸음하게 되는 심리 때문일까, 나는 욕실로 향했다. 욕실에는 크기가 제법 되는 자쿠지가 있었는데, 블라인드를 걷으면 습지정원을 볼 수 있도록 되어서 그 운치가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별채’ 정도의 가벼움이 아니라고 느껴졌던 거다. 따뜻한 차를 한 잔 만들어서, 자쿠지 근처에 두고 마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들면 좋을 모습이었다.
다시 침실 쪽으로 돌아와서 곳곳을 탐색했다. 주방 하나 빠졌을 뿐, 충분히 넓다는 인상을 주던 ‘하월동’에서 오늘 밤을 머물러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친구 여럿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더라면, 시끄럽게 떠들며 저녁을 먹은 뒤에 밤잠은 꼭 이곳에 돌아와 자려 했을 것이다. 부디 이러한 ‘하월동’의 분위기가 짧은 내 문장만으로 잘 전달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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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중정 가운데 계단을 올라, ‘라잇동’으로 들어갔다.
확 달라지는 분위기가 신선하기까지 했는데, 어두운 분위기의 ‘하월동’과는 다르게 ‘라잇동’의 밝은 분위기는 아늑함과 익숙함이었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느껴지는 낯섦과 설렘 그보다는 왠지 편안한 내 집 같은 공간이랄까? 어느 쪽이 취향이냐에 따라 ‘하월라잇’은 선택의 여지가 있는 스테이였다.
‘라잇동’은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한 공간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 좋아 보였는데, 넓은 주방과 4인용 식탁, 분리된 침실 그리고 욕실에서 이어지는 야외 자쿠지까지 없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커튼으로 가려져 있던 야외 자쿠지, 그 주변으로 습지 식물들이 마음에 들어서 가까이 갔다. 민달팽이 한 마리가 작은 돌 위에 앉아 쉬고 있길래 신기한 눈을 하느라 더운 줄도 모르고 밖에 한참 머물렀던 것 같다.
이렇게 무더운 날엔, 야외 자쿠지에 차가운 물을 받아놓고 몸을 푹 담가보는 것이 유쾌하다 생각해서, 차가운 물을 틀어 받기 시작했다. ‘하월동’의 내부 자쿠지와의 사이에서 갈등 중이었던 것을 햇님이 결정해 주셨다랄까.
침실 구경을 할 때도 참 예쁘다는 생각의 연속이었다. 역시 커튼을 걷어내면, 바깥의 초록들을 내부로 한껏 들여보낸다. 침대에 누워, 발밑에 온통 초록을 두는 것만으로도 피로를 녹여내는 위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웰컴 기프트로 수첩과 볼펜을 하나씩 챙겼는데, 침실을 돌아다니다 보니 방명록 곁에 자그마한 수첩과 볼펜이 눈에 띄었다. 요즘 스테이를 다니면서 정말 보물찾기라도 하는 기분이다. 그 공간에 어울리는 향수를 찾는다든지, 이곳에서처럼 수첩과 볼펜을 찾는다든지 하는.
웰컴 기프트는 때때로 바뀐다는데, ‘하월라잇’을 추억할 수 있는 물리적인 무언가가 있으므로 여행의 여운꼬리를 길게 가질 수 있겠다 싶어 괜스레 설렘이 짙어졌던 것 같다.
오후 4시의 체크인은 이렇게 두리번거리며 공간을 서성이다 보면, 금세 저녁을 맞이하게 된다. 사실 이날은 내 생일날이었다. 일부러 생일에 체크인 예약을 했던 것이다. 그냥 조용한 곳에서 가장 편안한 하루를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리 받았던 선물 중에 몇 개를 골라 가져가기도 했다. 저녁이 되자, “케이크는?”하고 묻는 연락이 왔다. 그래도 초는 불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우리는 랜선 생일파티까지 유난스럽게도 했다. 먹방 유튜버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카메라 구도를 못 잡는다는 성화를 들어가며 저녁을 시끄럽게 보냈다. 다행히 청승까지는 가지 않도록 해 준 친구들 덕분에 시끄럽고도 조용했던 생일. 내가 원하던 결말의 밤이었다.
침대에 누워, 이제는 어두워져 더 이상 보이지 않아 진 발밑의 마당에 커튼을 쳤다. 아침의 ‘하월라잇’은 어떨까 상상하며.
아침의 월정리는 매우 분주했다. 관광객들이 이른 아침부터 물놀이를 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주변 곳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골목 여기저기서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모습. 정겹고도 설레는 아침 풍경이었다. 모두가 들뜬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만날 수 있으니 이렇게 좋구나 싶었다.
모두의 매일이 딱 오늘과 같기를 바라면서, ‘하월라잇’에서의 여행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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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Photographer 고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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