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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제주 서귀포 숙소 | 몽중정원]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꿈같은

시간이 깃들다


글ㆍ사진  고서우


[EVENT]

8 - 12월 투숙 시 20% 할인 및 미니 향수 제공,

연박 시 추가 할인 (공휴일 제외)

예약 기간 | 8. 21. - 12. 31.



‘몽중정원’의 첫인상은 익숙했다. 그리고 신기하기도 했다.

불과 얼마 전, 이 길을 지나치면서 ‘스테이처럼 생겼다. 저기도 스테이일까?’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바라보았던 그곳에 하루를 머물러 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멀리서부터 눈에 띄던 스테이의 감성만큼, 가까이 와서 보니 그 동화 같은 모습이 더욱 실감 났다. 지붕 위로는 잠자리 떼가 날아다니고, 주변을 둘러싼 초록들이 이 집의 외벽 색깔과 잘 어울리는 것이 정말 예뻐 보였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우리는 폭우를 만났다. 아니, 내내 흐림과 폭우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이토록 맑은 하늘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드론을 가지고 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싶었던 마음도 그 때문에 접었는데, 도착하니 이런 날씨라니 어쩐지 묘한 배신감마저 들었다랄까.


“이렇게 날씨가 다를 수 있나?” 

아무리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제주도의 날씨라지만, 둘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몽중정원’은 A타입과 B타입의 객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현관 바로 앞에 주차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점이 첫 번째 편안함이었다. 이렇게 가까이에 주차할 수 있는 스테이는 여태 처음 봤기 때문에 더욱 인상 깊은 특징이었다.



우리는 A타입을 예약했고, 이내 도어락을 해제하여 체크인했다. 내부의 천장고가 아주 높았다. 외관에서 보이는 지붕의 꼭대기까지 알뜰하게 내부 공간으로 사용한 덕분에 공간감이 시원하니 좋았다. 특히 이렇게 높은 천장고와 더불어서 거실의 넓은 창밖의 야외 정원까지 한눈에 들어오니, 답답함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객실이었다.




이렇게 넓은 거실엔 주방과 4인용 식탁이 있고, 양옆으로 두 개의 침실 그리고 각각의 욕실이 있다. 두 침실은 어느 한 쪽이 좁다 할 것 없이 모두 넓게 구성된 편이었는데, 거실과 같이 넓은 창문을 통해 외부 정원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현관을 기준으로 우측 방에, 조금 더 아늑하면서도 외부 자쿠지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은 좌측 방에 머물면 좋아 보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늑한 기분이 드는 것을 좋아해서, 좌측 방에 짐을 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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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먼저, 방 한편에 마련된 다기세트로 차를 내려 마시기로 했다. 커피도 준비되어 있어, 각자의 취향에 맞게 티타임을 가지면 되었는데, 둘 다 따뜻한 차 한 잔씩을 골랐다.



정수기에서 차를 우릴 물을 준비해서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차를 내리는 자리 앞에는 통창 넘어 습지 식물과 다육식물이 살고 있었다. 평소에는 별로 신경 써 보지 못하고 지나칠 것들에게도 관심을 주고, 그 주제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파인스테이의 경험적 장점이 아닌가 싶다.


자연스럽게 눈이 닿는 것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다육식물을 보며 한참을 앉아 이야기했다. 집에서 엄마가 키우는 다육식물부터 시작해서 언젠가 선물 받았던 화분까지 이 한 가지로 쉴 새 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몇 번 차를 내려 마시다 보니, 바깥에 날씨가 급작스럽게 나빠졌다. 먹구름이 드리워 오고 있었던 거다.



“야외 자쿠지 이용해야 하는데?”

무언가에 쫓기듯이 서둘러 수영복을 챙겼다. 다행히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자쿠지에 물부터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물이 어느 정도 차기만 하면, 들어가면 그만이었다. 물이 차기를 기다리며 차 한 잔씩을 내려 마셨으니 이 시간이면 들어갈 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반 뼘만 더 찼으면 좋겠는데, 비가 내릴 것 같으니까 일단은 들어가자!”

이미 빗방울이 어느정도 느껴지는 날씨였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바빠지는 건 우리였으니, 아까 봐 두었던 입욕제까지 얼른 손바닥에 쏟아부었다.



‘몽중정원’의 야외 자쿠지는 온수가 제공된다. 사계절 온수를 사용할 수 있는 자쿠지라니, 사실 이렇다면 여름보다는 겨울에 더욱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온천이 따로 없지 않을까 상상됐기 때문이다. 여름엔 시원한 물을 받고, 겨울엔 따뜻한 물을 받아 그 물속에 들어가 앉으면 정말 그간의 잡념은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조용하고 예쁜 마을, 남원읍의 숙소 그 야외 자쿠지에 몸 담그고 있으려니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느껴졌다. 이날따라 간간히 지나가는 차 한 대도 없어, 유달리 조용함이 좋기도 했던 것 같다. 움직이는 몸짓에 물결이 일며 들리는 물소리만이 주변을 채웠다.



이윽고 밤이 찾아왔다. 해가 지기 전에 먹구름이 모두 가려버리니, 평소보다 어둠이 일찍 시작된 느낌이었다. 둘 다 배가 고파서, 뭘 먹을까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근처에 가보고 싶었던 맛집들이 많아서 어렵지 않게 저녁 식사를 했다. 



새로운 공간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에 차오르는 설렘이나 즐거움, 오랜만에 만끽하는 야외 자쿠지에서의 시간, 역시 오랜만에 떠드는 수다 같은 것들로 ‘몽중정원’에서의 기억을 차곡차곡 만들어갔다. 저녁을 먹고 돌아온 밤에는 식탁에 앉아, 커피를 나눠 마셨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커피를 두 잔씩이나 비워냈다.



“벌써 밤 12시가 다 돼 가는데?”

이제는 그만 자야지, 침실로 들어가며 다시 한번 창밖을 내다봤다. 좋은 곳에서의 하룻밤은 정말 매번 겪어도 겪을 때마다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하루만 더 있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인 양, ‘몽중정원’의 정원을 바라보는 머릿속에도 한가득 차올랐다.



침구류를 유난스레 가리는 몸에 베개나 매트리스, 이불 또한 포근하게 잘 맞았던 기억까지.

덕분에 뒤척이지 않으며 푹 자고 일어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볕이 내부로 쏟아져서 다시 어제의 첫 만남의 기억을 불러오기도 했다.


체크아웃할 채비를 하면서, 다음에 친구들과 다시 찾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올해 여름이 지독하게 더웠으니, 다음 방문은 이왕이면 추운 날, 온수를 가득 채운 야외 자쿠지를 즐기러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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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r 고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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