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 아저씨,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대외활동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나는 이른 아침부터 눈을 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들어본 예상질문들을 머리속으로 되뇌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나 또한 면접이 너무 싫다. 면접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을 나를 생각하면 자기소개서를 쓰는 시간 정도는 행복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과거 불합격 통보를 받았던 몇몇의 면접 경험은 이러한 생각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어떤 면접이든, 면접 전후로의 내 삶은 늘 엉망이었다. 정말 간절하게 붙고 싶은 곳이 있을때는 면접 일주일 전부터 면접 준비로 심장이 마구 뛰었다. 이러면 어쩌지 또 저러면 어쩌지... 고민들로 불면증은 기본.

반면 부담없이 임한 면접에서는 면접이 끝난 후, 다른 면접자들에 비해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내 자신을 탓하며 원망으로 허한 가슴을 꽉꽉 채우곤 하였다.

지난 학기에 있었던 인턴 면접을 합격한 이후에는 이런 트라우마에서 어느정도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괜히 트라우마가 아니다. 쉽게 극복되지 않았다.

최근 정말 해보고 싶은 대외활동 공고가 올라왔고 또 내 심장은 일주일동안 나대기 시작하였다.

"에휴, 그럼 그렇지"

불안감에 휩싸이며 쉽게 체념한 나는 또 별수없이 면접 예상 질문들을 만들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면접 전날이 되었다.

지난 3일동안 열심히 만들어놓은 면접 예상 질문들과 답변들을 몸과 머리에 체화시키려 노력하였다.

그러나 다음날 있을 면접에 대한 그림이 이미 내 머리속에서는 그려지고 있었고 두근거리기 시작한 심장을 제어할 방법을 찾을 길이 없었다.

딴짓을 좀 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해서 브런치에 들어가 메인에 있는 글 하나를 아무 생각없이 클릭하였다.

그런데 하필 그 글은 면접자의 자세에 대한 글이었고 글에서는 면접관에게 굴복하다시피하는 현 시대의 면접자들에 대해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특히나 무한도전을 연출하였던 '김태호PD'님의 말씀이 크게 공감되었다.

어차피 떨어지면 동네 아저씨보다도 못한 사람들인데, 내가 왜 떨고 있어야 하나 생각했어요.

반박할 여지가 없이 맞는 말이다.

"어차피 떨어지면 살면서 두번 다시 만날 일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왜 내가 면접관 앞에서 떨고 있지?"

글을 다 읽고나니 미친듯이 뛰고 있던 심장은 조금씩 원래 박자로 돌아오고 있었다.

오늘 면접을 보고왔다.

막상 면접 전까지는 긴장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막상 면접이 시작하니까 긴장을 전혀 안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할 말은 다하고 왔으니까.

“떨어진다고 내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실패한 것도 아니잖아. 만약에 떨어지면 그 회사랑 나랑 궁합이 안맞았다 생각하지 뭐.“

과거에 면접을 보고나서 여자친구에게 말했던 이 허세 넘치는 말들이 오늘만큼은 허세가 아니라 진심을 담아 말한 것 같아 조금이나마 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