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서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서 어디에 무엇을 쓸까 생각하다가 오래전에 인사도 없이 도망치듯 버려두었던 것들을 떠올렸다. 찬찬히 살펴보자니 여러 가지를 기웃거렸던 지난날부터 지금까지를 똑 닮은 것 같다.
그래서 뉴스에서든 종종 나오는, 반려동물을 외진 길가에 버리고 돌아선 모진 사람들을 떠올렸나 보다. 느닷없는 미련에 오래 유기된 글들을 돌아보고 나니, 그들만큼은 아니어도 나 또한 제법 몹쓸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글들 중에는 내가 애정으로 시작했으되 끝내지 못한 것들이 많았고, 간혹 끝냈으나 그 이상의 마음을 쓰지 못한 것이 또 많았고, 기억을 깊이 더듬지 않고서는 쉽게 기억해 낼 수 없는 것들도 많았다. 그곳에서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던 그것들은 두려운 눈빛이었다.
무엇을 다시 시작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또 금방 내팽개치고는 하룻밤의 변덕인 것이었던 것처럼 굴 수도 있다. 내게 열망이란 반딧불 같아서 환하다가, 어둡다가, 계절이 지나면 사라지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 다시 빛나기도 하면서, 사는 동안 내내 지금처럼 그저 깜빡이는 것이었다.
그래도 오늘 찾아온 이 약한 빛에 기대를 걸어볼까. 빛이 닿는 곳마다 수북한 버려졌던 것들, 들 수 있는 만큼 주워 들어 보는 중이다. 벌써 몇 개가 우수수 품에서 떨어졌지만, 몇 개는 아직 남았다. 못해도 하나는 남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