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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tenjohn Sep 25. 2023

버려졌던 것들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서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서 어디에 무엇을 쓸까 생각하다가 오래전에 인사도 없이 도망치듯 버려두었던 것들을 떠올렸다. 찬찬히 살펴보자니 여러 가지를 기웃거렸던 지난날부터 지금까지를 똑 닮은 것 같다.


 그래서 뉴스에서든 종종 나오는, 반려동물을 외진 길가에 버리고 돌아선 모진 사람들을 떠올렸나 보다. 느닷없는 미련에 오래 유기된 글들을 돌아보고 나니, 그들만큼은 아니어도 나 또한 제법 몹쓸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글들 중에는 내가 애정으로 시작했으되 끝내지 못한 것들이 많았고, 간혹 끝냈으나 그 이상의 마음을 쓰지 못한 것이 또 많았고, 기억을 깊이 더듬지 않고서는 쉽게 기억해 낼 수 없는 것들도 많았다. 그곳에서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던 그것들은 두려운 눈빛이었다.


 무엇을 다시 시작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또 금방 내팽개치고는 하룻밤의 변덕인 것이었던 것처럼 굴 수도 있다. 내게 열망이란 반딧불 같아서 환하다가, 어둡다가, 계절이 지나면 사라지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 다시 빛나기도 하면서, 사는 동안 내내 지금처럼 그저 깜빡이는 것이었다.


 그래도 오늘 찾아온 이 약한 빛에 기대를 걸어볼까. 빛이 닿는 곳마다 수북한 버려졌던 것들, 들 수 있는 만큼 주워 들어 보는 중이다. 벌써 몇 개가 우수수 품에서 떨어졌지만, 몇 개는 아직 남았다. 못해도 하나는 남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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