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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관 Aug 25. 2017

영화 <더 테이블> 너머

  머리 속에 떠오른 이야기가 글로 옮겨지고, 그 글로 스텝과 배우를 모아 촬영을 준비하고, 찍고, 배우와 공간이 담긴 수많은 조각의 장면들을 모아 영화로 만들고, 관객들에게 보이는 자리에 선다. 그런 창작의 과정을 영화 <더 테이블>도 지났다. 그리고 그 일정한 여정의 종착지에 다다랐다.  


 영화 <더 테이블>을 만드는 과정은 대체로 즐거웠다. <최악의 하루> 촬영을 끝내고 후반 작업을 하던 중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2016년 1월 1일, 신년 연휴의 한가함을 틈타 빈 커서를 움직여 글자를 채우기 시작했다. 언제 만들지 모르지만 어떤 갈증으로 써 내려간 순수한 창작이었다. 나는 하룻 동안 카페 안에서 벌어지는 네 가지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갈증을 풀어내듯, 두 사람과 한정적인 공간을 이용했던 예전의 작업들을 떠올리며 재밌는 글 작업을 했고 3일이 채 지나지 않아 시나리오를 끝냈다. <최악의 하루>가 4일 만에 쓴 시나리오였으니 <더 테이블>은 집필의 시기를 하루 더 단축한 셈이다. (몇 달 몇 년을 쓰고 준비하던 다른 시나리오들은 만들어지지 못했는데 단 며칠의 집필로 완성이 된 시나리오들은 만들어졌다. 신기한 일이다. )


 그렇게 즐겁게 썼고 몇 달 후 의지가 생겨 내가 아끼는 스텝과 배우를 모았다. 보기만 해도 포만감을 주는 좋은 배우들이 내가 쓴 시나리오에 의미를 주었다. 짧은 촬영이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기도 했지만 좋은 배우들과 짧은 촬영 안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했다. 배우들 또한 편안 마음으로 임해 주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낯선 상황에 큰 도전을 해주었다. 어찌 보면 배우들에게 가지고 갈 수 있는 커리어는 많지 않고 위험부담은 큰 도전이었을 수도 있다. 단 둘만이 나누는 제법 긴 대사를 하루 혹은 이틀이라는 짧은 촬영의 기간 안에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슛이 들어가기 전 의자에 앉아 자세를 다잡는 배우들을 보며 나는 그들의 결정에 책임감이 들었다.    


 짧은 기간에 쓰고 만들어진 영화지만, 쓰고 준비하고 찍고 다듬고 세상에 소개하는 과정을 끌고 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일 년 반의 시간이 지났고 처음 혼자였다가 스탭과 배우가 하나 둘 모이고 기대와 번잡스러움이 가득한 현장의 시간이 지나고 또 우르르 사람들이 빠져나간다. 몇 명의 남은 사람들이 남아있는 영화를 짊어지고 완성시키고자 노력한다. 영화가 완성되면  그 영화를 세상에 선보이고자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개봉을 준비한다.  


 연휴의 한가함을 견뎌보고자 깜빡거리는 빈 커서를 노려다보던 나의 행위는 나 그리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져서 세상 앞에 나오게 되었다. 지문과 대사로 정리된 머릿속의 희미한 생각들이 공간을 만나고 실제의 배우를 만났다. 커피잔에 라떼가 가득 채워지고 슛이 들어가면 배우는 잔으로 목을 축이고는 창 너머의 거리를 한번 보고는 상대와 대화를 시작한다. 나는 촬영장에 앉아 배우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그 신기한 감정의 경험을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럴 수 있는 영리한 연출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나 스스로의 한계와 여전히 싸우고 있고 창작자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했을까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수많은 과정을 지나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 세상에 보이려고 하고 있다.  


 긴장과 기대의 시간이 왔다. 출항을 했다. 그리고 편지를 썼다. 이 이야기를 들여다 봐 줄 관객들이 즐거움을 갖고 내가 이 시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면 나는 다음의 편지를 써 볼 것이다. 희미한 공상이 그림을 가지고 날씨를 지니고 사람의 표정을 지니는 그 순간을 다시 만나고, 가득 채워진 찻잔을 조심스레 들어 올리며 미소 짓는 배우의 얼굴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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