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관 Sep 11. 2017

책 <더 테이블>, 글로 만든 스핀오프

  막연하게 떠오른 이미지로 인물을 그렸습니다.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를 쓰면서 조금씩 그 인물들을 알아갔습니다. 배역이 캐스팅되었고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배우가 그 인물을 연기하는 순간 비로소 유진, 경진, 은희, 혜경 그리고 그 외의 인물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투를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영화가 완성되고 머리 속에 떠돌던 인물들을 눈으로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 그들은 나의 구상에서 시작되었지만 나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옷을 입고 분장을 한 배우들이 무대에 들어선 순간, 땅과 볕의 영양을 먹고 움트고 꽃을 피우는 식물들처럼 스스로의 생명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영화가 만들어진 시간을 지나 나는 다시 글을 썼습니다. 지나간 인물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같은 인물들이 다른 사정에 놓이고, 나는 그들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그들에 대해 고민해 보았습니다. 


  책을 만들었고 그 안에서 영화의 인물들이 과거, 혹은 미지의 어느 때에 다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스핀오프를 책으로 만든 셈입니다. 아무래도 흔치 않은 일이지 싶습니다.


  책에는 배우와 공간이 생기기 전의 극본이 담겼고, 짧은 소설의 형식으로 극본 안의 인물들이 격은 다른 사연들이 담겼습니다.  영화를 보고 읽어도 영화를 보지 않고 읽어도 상관없을 듯합니다. 각자의 감상은 다르겠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읽는 것과 보는 것의 재미는 다르니까요. 그녀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고 관객이 아닌 독자를 기다려 봅니다.



2017년 가을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50971984

더 테이블

일상조차 감성 젖게 만드는 김종관의 마법! 하루 동안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 위에서 벌어지는 네 가지 이야기에 관한 영화 《더 테이블》. 일상의 미학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김종관 감독과 한국 영화계가 사랑하는 네 명의 배우들,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의 만남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영화를 책으로 만난다. 스크린 위에 수놓은 아슬 하게 부딪히는 마음들과 그 행간의 감정을 충실히 담아낸 시나리오 ‘더 테이블’로 시작해, 시나리오 이면에 담긴 그녀들의 후일담인 단편소설 ‘언더 더 테이블’로 이어지고, 영화를 만들며 느낀 창작자의 고뇌를 담은 에세이 ‘비하인드 더 테이블’로 끝나는, 한 마디로 《더 테이블》의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덟 명의 주인공들은 하나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한다. 그 대화 속에는 추억이 되어버린 사랑을 바라보는 씁쓸함이 있고, 하룻밤의 사랑 이후 용기 내지 못한 마음, 뜻밖의 교감, 인생의 갈림길에 마주한 애틋함이 있다. 그들의 대화와 표정, 눈빛을 보고 있으면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났던 과거의 일과 관계가 자꾸만 궁금해진다. 이처럼 주인공들이 마주 앉게 된 사연, 혹은 이전에 그들이 살아온 삶의 단편을 펼쳐 보여주고자 탄생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녀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읽으며 웃을 수도 울 수도 있을 것이다.

book.daum.ne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