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 리뷰
요즘 글쓰기에 빠져 있다.
퇴근 후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서, 무엇을 할지 궁리하는 편이다. 배드민턴을 한창 할 때도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체육관이 폐쇄되어서 글쓰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논문이나 보고서, 기획서 등 글 쓰는 일이 잦기도 하고, 책이나 영화, 공연 후기를 남기는 편이라 열심히 끄적거리고 있다.
글을 쓸 궁리를 하다 보니, 글쓰기 관련한 책이 눈에 밟힌다. 이번에 읽은 책은 '윤태영의 좋은 문장들'. 저자는 전 대변인 출신이고,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초안을 작성하였다.
"글은 사실 남들이 읽으라고 쓰는 것이다. 그런데 당신이나 주변 사람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표현으로 글을 쓴다면 어떻게 될까? 석박사 학위 논문이라면 모르되, 주변의 사람들이 읽어야 할 글이라면 쉽게 써야 한다."
책에는 저자가 실제 작성하고, 고쳐 쓴 문장이 실려있다. 고쳐 쓰는 과정을 통해 저자의 생각과 원칙을 보여준다. 저자는 자신의 글쓰기의 장점을 '쉽게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한 문장으로 끊어 쓰기', '적어도 한 문장에서는 똑같은 낱말을 반복하지 말기', '사례는 한두 가지만' 등의 원칙을 강조한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라는 국정운영 원칙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간절한 요구들이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 것입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공평과 정의가 국정운영의 근본이 될 것입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것을 국정운영의 원칙으로 바로 세우겠습니다."
여러 가지 뼈와 살이 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그중 가장 와 닿는 건 '글은 늘여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줄여서 나온다.'이다.
글을 쓰다 보면 멋있게 적어야 할 것 같고, 부연 설명을 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긴다. 할 말만 적다 보면 너무 짧지 않나 걱정도 된다. 하지만 하나마나 한 이야기, 내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면 굳이 적을 필요가 있을까? '한 시간을 쓰고 세 시간을 고쳐 쓴다.'는 저자처럼은 아니어도, 고쳐 쓰는 데 시간을 더 많이 들이도록 노력해야겠다.
저자의 글 쓰는 방법 인용으로 마무리한다.
"특정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 나는 먼저 구조를 잡는다. 그다음에는 써야 할 내용을 바탕으로 대강의 목차를 만든다. 거기에 약간의 살을 붙이기 시작한다. 이때 인용하거나 활용할 자료들을 파일에 함께 담아놓는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필요한 분량의 두 배 정도 되는 글을 초고로 완성한다. 그러고 나서 글을 고치기 시작한다. 1차로 수정이 완료되면 이번에는 압축하면서 미세한 수정을 해나간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면 글이 간결해지고 군더더기도 없어진다. 거듭 말하지만 좋은 글은 늘여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줄여서 나온다."
윤태영(2019),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