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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nhanl Jul 10. 2020

1인가구를 위한 마을은 있을까?

도서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 리뷰

출처 알라딘

1인가구 청년은 마을의 구성원일까? 2030세대의 태반이 1인가구이지만, 기존의 마을공동체 등의 사업에서는 육아, 교육 등 소위 "정상가구"가 겪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마을을 꾸리는 모습이 주로 보인다. 그렇다면 청년은 과연 마을의 구성원인가?

도서 "1인가구를 위한 마을사용설명서,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는 "마을의 귀환" 후속 기획으로 <오마이뉴스>에서 연재를 묶은 책이다. 이 책에서는 마을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정체성의 '1인가구'들과 그들이 겪는 삶의 모습,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풀어나가는 시도들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알라딘. 도서 목차

책은 13가지의 1인가구들의 공동체와, 2명의 전문가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1인가구'의 형태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귀촌을 연습하는 공동체, 문화예술과 집밥을 매개로 한 생활공동체, 친환경 텃밭을 가꾸는 공동체, 비혼 1인 여성가구, 성소수자, 생태운동가 등 특정한 정체성의 공동체 등이다.


"혼자 살지 않는 사람들은 혼자 사는 사람조차 낯설어하는 상상적 이미지를 혼자 사는 사람에 관해서 만들어내고, 이 이미지에 따라 혼자 사는 사람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판단하고 참견하고 간섭하고 조언한다." 노명우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http://www.medias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944


여성 1인가구들의 협동조합인 '그리다협동조합'은 30-40대 여성 위주로 120여명의 조합원이 모여 있다.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할 건데" 이들은 사회에서 1인가구에 갖는 환상과 편견을 거부한다. 1인가구가 무언가 부족한, 혹은 잘난, 혹은 아직 결혼 전 단계라는 생각은 그저 편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독립하고 나서 많이 느꼈다. 공동체가 성숙하려면 구성원들이 혼자 살아봐야 한다는 것을"
"혼자 사는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외로움에 사무쳐 하며 '혼자'라는 굴레를 탈피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의도를 가지고 혼자인 사람도 있지만 살다 보니 혼자인 사람도 적지 않을 거다." 강위 <1인용 행복>


1인가구가 된 까닭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상태를 즐길 수도, 벗어나고자 할 수도 있다. 이렇게 1인가구가 다양한 까닭에, 그들이 모이는 공동체 또한 다양한 형태로 느슨하게 구성된다.


"자본주의 사회에 잘 적응해서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 돈을 벌어 좋은 집을 사고...... 그런 삶에 대한 '욕심'을 억지로 가져보려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30대가 되면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을"


가구 수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1인가구로 살아갈 때 4인가구보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을 '마을을 여행하는 저소비 생활자'라 소개하는 공동주택 '따로 또 같이'의 기민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신념을 이렇게 말한다. "돈이 많고 적음에 좌우되지 않고 내 삶을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1인가구들이 공동체를 꾸려 사는 것은 기존과는 다른 삶의 양식이며, "단순히 비용 좀 줄이려는 마음만으로는 타인과 같이 살기가 싶지 않다."고 말한다.


http://www.todakbank.org/about-us/

이러한 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연대로 풀어나가려는 시도도 있다. 21세기 판 청년 금융 두레 '토닥'이다. 토닥은 만 15-39세, 매달 5천 원 이상의 출자금, 1,000원 이상의 조합비를 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이들은 청년들이 협동을 통해 자립과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청년유니온과 '함께일하는재단'은 2011년 15-34세 청년 300여 명을 대상으로 '불안정 노동 청년과 사회 안전망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9.7%가 취업 상태라고 답했지만, 그들 중 정규직은 19.1%뿐이었다. 이들 취업자의 월 평균 임금은 121만 8,000원, 그중 48.5%는 평균 1,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30.9%는 최근 1년 사이 현금이 없어서 급하게 돈을 빌린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생활비(51%), 학자금(21%), 주거 관련 비용(12%) 등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2013년에는 토닥의 부설 기관으로 출발했다가 2015년 독립한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청지트)'는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다. "주류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이 아니라 내 욕구를 중심으로 내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만들까를 고민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생애 설계와 재무관리를 해야 한다."(청지트 한영섭 대표)


출처 알라딘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능력 없는 사람이 1인가구가 되는 것을 지옥이라고 했다. 가족의 기능 중 하나는 구성원 사이에서 비시장적인 서비스 교환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1인가구에서는 비시장적 서비스 교환이 불가능하다. 대신 1인가구는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생활비 증가로 이어진다, (...) 1인가구에는 완충작용이나 보호막 같은 것이 없다. 그래서 1인가구가 실업 등의 위기 상황에 빠지면 지옥이 된다는 것이다."

책은 도서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펴낸 1인가구 사회학자 노명우 교수의 인터뷰로 마무리된다. 교수는 "능력 없는 사람이 1인가구가 되는 것은 지옥"이라고 말하며, 이러한 대안을 1인가구들의 연대에서 찾는다.


1인가구가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거스를 수 없는 사회의 변화일 수도 있겠다. 현재의 1/4, 15년 뒤에는 전체 인구의 1/3을 차지할 1인가구들은 어떠한 마을을 구성할 수 있을까? 마을은 해체될까, 아니면 1인가구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마을이 출현할까? 


인용

홍현진 강민수(2016),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 서울:오마이북, pp65, 69, 71, 106, 124, 130, 165, 275


2018년 "서울시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 기자단으로 작성했던 글을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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