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희정 Dec 12. 2016

어리광을 피울 수 있는,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2004)


결혼하고 나서의 주말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간다. 

평일 중에는, '이번 주말에는 기필고 이런 저런 것을 해야지!'하고 잔뜩 계획을 세우지만,

막상 주말이 되면 하릴 없이 이종격투기를 본다거나 TV를 보고 짜장면을 시켜먹다가

금새 일요일 저녁이 되어버린다. 

밀린 빨래도 해야하고, 모처럼 주말이니 요리를 좀 해볼까, 가까운 곳에 산책이라도 갈까 싶고

종종 시댁이나 친정집에도 가야하는 주말인데, 

둘이 나란히 쇼파에 앉아 노닥거리다 보면 금방 그렇게 지나버리고 만다. 

그리고 월요일엔 또 생각하지, 이번 주말에는 꼭 ! 


결국 결혼 후에 가장 달라진 건 아무래도 두 사람의 주말 풍경이니까,

[주말]이 그 부부를 특정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 생활에 대한 에피소드 묶음인 이 책의 제목, [당신의 주말은 몇 개 입니까]가 참 좋다. 


사실 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여주인공은 (사실 작가 본인의 이미지도) 왠지 이런 느낌 - 

예민하고 애정 결핍이 있는, 목욕을 좋아하는 조용한 여자. 

불륜에 관대한 여자. 늙어도 여자일 것 같은 여자.

나랑은 별로 친해지지 않을 것 같은 여자.


그래서 그녀의 결혼 생활 얘기를 들을 때 

뭐야 이 여자 유난스럽네, 남자가 피곤하겠어 싶었는데

이내 얘기에 빠져들어 맞아맞아, 나도 그래, 하면서 신나게 맞장구를 치게 됐다. 


때로 외간여자, 아내가 아닌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거나(28p)

결혼 한 후 나의 에너지는 거의 주말에 소모된다거나(36p)  뭐 그런 것들.

심지어 남편은 말라깽이에 힘도 없고, 땡땡(프랑스만화 주인공)처럼 다리가 가는 것(122p)까지 비슷헤서 

마음 딱 맞는 친구와 남편의 흉 아닌 흉을 실컷 보면서 어머어머 한참 깔깔거린 기분이 들었다. 


몇 년 후에, 이 책을 다시 읽는 다면

어쩐지 그리운 마음이 물씬 하겠지.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아무튼 들러붙어 자느 것이 바람역할을 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과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 것, 몇번이고 되풀이해 듣는 음악이 바람이 되어준다.
그런 소박한 일들에서 위안을 얻지 못하면 도저히 사랑은 관철할수가 없다_74p


심각하고 우스꽝스럽고 헤아릴수도 없는 - 우연히 발견된 원유처럼, 끝없이 솟아나는- (부부)싸움의 이유.
용케 찾아내네, 하고 남편은 말한다. 
당신이 눈 앞에다 들이밀고 있잖아_87p


밤 길은 같이 걸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 안에 벌레가 들어오면 잡아줘야 하고, 때로 사치스런 초콜릿을 사다주면 좋겠고, 
무서운 꿈을 꾸면 안심시켜주기를 바란다.
어리광을 피울 수 있는 아내이고 싶으니까_119p


어쩐지 나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어려워 했던 언니와 한가지 공통사안이 생겨 신나게 떠들었다. 


#책 #에쿠니가오리 #당신의주말은몇개입니까 #신혼부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