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이다
나는 바라볼 수 있다
만질 수는 없다
나는 사람들이 서로
만지는 것을 바라본다
그들에게 닿고 싶어서
손을 내밀어 본다
나는 눈이라 다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내게 다가와
혜안을 바란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은 내게 다가온다
그들이 나를 만지고
나도 그들은 만진다
나는 눈이라
만질 수가 없다
내가 그들을 만진다면
나는 눈이 아니다
나는 눈이 아니면
그들을 바라볼 수 없고
그들은 눈을 잃어버리고
그들은 내 곁을 떠난다
뒤늦게 그들을 바라보지만
뒷모습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는 눈이다
나는 자문한다, 나는 눈인가?
눈이어만 하는가?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