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더 빛나는 책]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사무실에서 가끔 말동무하는 동료의 추천으로 스토너를 읽게 되었다. 자주 읽는 블로그 페이지에서 스토너란 제목으로 검색을 하니 400개가 넘는 글이 올라와 있다. 많은 이들이 스토너를 읽고 느낌을 전하여 준다.
보통 사람의 잔잔한 이야기
“스토너는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미국 미주리주에 있는 작은 대학의 영문과 교수가 되어 40년간 강의를 하였고 퇴직하는 해에 생을 마감하였다.”가 이 책의 줄거리이다.
스토너는 보통의 우리네와 같이 예상할 수 있는 테두리 안에서의 삶을 살았다. 그의 젊은 시절은 스페인 내전, 1차 세계대전, 경제 대공황, 2차 세계 대전이 연이어 벌어진 20세기 전반부의 격변기였지만, 스토너는 세상의 큰 변화에 뛰어들거나 휘둘림 없이, 묵묵히 보통 사람의 삶을 살았다. 친구 한 명은 전쟁에 참여하여 죽었고, 다른 한 친구는 전쟁에서 살아 돌아와 승진을 거듭하고 승승장구하였다.
늘상 소설에 있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 고통을 이겨내는 극적 반전도 없고, 평생 조교수로 지내어 학문에서의 성과도 크지 않았다. 보통으로 살다가 잠깐의 샛길이 있었지만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극적 감정은 하나도 없이 정말 보통의 잔잔한 평정과 동감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해 뜨고 해지는 것이 유일한 감동이 되는 삶
그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강의를 시작하고 10년 만에 진정으로 가르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때, 책읽기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냥 인생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리고 순수하게 아내와 애인, 딸을 사랑하였을 때이다. 딸과 함께 서재에서 책을 읽을 때 가장 행복했다.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많은 사람의 SNS를 보면 해 뜨는 사진과 일몰의 사진이 유난히 많다. 스토너 역시 동쪽에서 뜬 해를 바라볼 때와 동쪽 유리창에 비치는 해지는 모습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우리네 삶을 살았다. 그것보다 더 큰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휴~ 하고 내뱉는 깊은 날숨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될까? 세계적 경제와 정세의 끊임없는 변화, 좌파우파로 반대방향으로 달리는 정치, 신기술을 통한 세상의 진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대로가 우리 삶의 나머지의 모습이고, 예측되는 삶의 모습이 그려진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한 번은 적들에 부딪혀 싸울까? 캔자스시티와 미주리의 시골 마을을 벗어나 긴 세계 여행을 떠날까? 스토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게는 퀀텀 점프의 바램이 있을까?
“휴~”하고 깊은 날숨을 내뱉는다. 뭔가 큰 성취를 지향하지 않는 평범한 모습, 스스로를 무시하는 이들에게 복수하지도 못하고, 하지만 해 뜨고 해질 때까지 매 순간 작은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우리를 닮아 있다.
더 많은 사람이 감동하고 느꼈던 것은, 스토너가 바로 우리네 모습이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