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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Jun 12. 2023

눈앞의 무한 세상

[미래와 기술] ‘애플 비전 프로’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One more thing”이라고 했을 때, ‘이번에는 진짜 발표를 하겠지.’하고 여겼던 새로운 폼팩터의 MR(Mixed Reality, 혼합현실) 글라스 제품을 발표하였다. 단순히 한 가지를 더한 것은 아니었다. 45분간 이어진 발표는 한 편의 잘 만들어진 SF영화와 같았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애플이 발표한 ‘애플 비전 프로’를 보면서, 2018년에 상영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유튜브에서 영화를 결제하고 다시 시청을 하였다.


2025년 12월에 가상 세계 ‘Oasis’가 서비스되기 시작하고, 그로부터 20년 뒤인 2045년에 가상 세계의 새로운 주인이 되기 위한 경쟁을 스토리로 하고 있다. 여전히 빈부의 차이가 심화된 실세계에서 사람들은 실세계와 다른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또 하나의 페르소나를 만들어 간다.  


VR을 이용하여 미디어를 시청하고, 스포츠를 즐기고, 이국적인 도시 여행과 우주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인간의 본질적인 사회-생태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새로운 도구를 이용하여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의 연결이다. 사람과의 연결은 소수의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결국 집단 이상의 크기의 사람들과의 연결이 핵심이 되고, VR 글라스의 킬러 서비스는 고립된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와 게임을 통한 집단의 형성이 된다.  


그래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게임이 그 중심에 있다. 실감 있는 VR 게임을 위해 사람들은 특정 공간, 즉 Pod에서 게임을 진행한다. 전방향 러닝머신(Omni-directional Treadmill)에서 걷고 뛰며, 액션에 대하여 햅틱 의상과 햅틱 장갑을 통해 포스 피드백을 받는다. 또한 실세계와 가상세계를 허무는 실세계를 똑같이 모사한 가상세계에서 또 하나의 페르소나로 존재할 수 있다.  


가상 세계 ‘Oasis’의 설계자는 두 가지를 전달하여 준다. 첫째는 실세계와 가상세계 모두에서 우리의 목적은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실세계만이 유일하게 실재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애플 비전 프로’는 이 두 가지를 중심에 두고 있다.


현존하는 IT기술의 총망라, 애플 비전 프로

‘애플 비전 프로’는 현존하는 모든 IT 기술, 즉 칩셋, 디스플레이, 센서, 오디오, 콘텐츠, UX를 총망라하였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으로 즐기던 미디어, 게임, 통화, 교육, 여행을 눈앞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초거대화면으로 4K의 고화질로 즐길 수 있고, 실내에서의 실세계와의 상호 작용을 지속할 수 있다.  


23개의 입력장치(12개 카메라, LiDAR를 포함한 5개의 센서, 6개의 마이크)로부터 들어온 신호를 MTP(Motion-To-Photon, 통상 20ms이내) 지연 없이 처리하기 위해, AR(증강현실)을 위한 새로운 실시간 처리 프로세서(R1)를 별도로 구현하였다. 그동안의 VR 글라스가 사용자가 고립된 환경에서 미디어를 소비하는 것이었다면 ‘애플 비전 프로’는 외부의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그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볼 수 있고 주변의 사람 역시 글라스 사용자와 필요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할 수 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나왔던 디지털 페르소나 기능을 통해 아바타 기반의 영상 통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Ready Player One(2018)과 Apple Vision Pro(2023)

무한의 공간에 대한 시장 경쟁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메타와 소니, 그리고 구글의 ARCore를 지원하는 제조업체들은 힘들게 VR 시장을 개척하여 왔다. MR 글라스를 세상에 매력적으로 소개한 애플에 대하여 시장의 파이가 커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일단은 환영하는 듯하다.  


이번 ‘애플 비전 프로’의 발표로 MR 글라스의 정형(스펙)이 제시되었다. 테슬라가 전기차의 정형을 제시하였고, OpenAI가 ChatGPT 발표를 통해 트랜스포머 기반의 AI 모델을 정형화한 것과 그 맥락이 통한다.


기술적으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글라스 경량화, 배터리 사용시 지속 시간, 시야각(FoV)의 개선, 그리고 이동통신 연결이 필요함을 알려주었다. 사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사용자마다 다른 시력과 눈 사이의 거리를 고려하는 것이 요구되고, 또한 VR 어지럼증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방안이 개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 경험과 'Oasis'와 같은 멋지고 가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해지는 것이다.


우리들 눈앞의 공간은 무한하다. 가까이에 있는 스크린에서, 도시의 빌딩, 하늘의 구름 그리고 멀리 우주까지 이 무한의 공간에 캔버스를 펼치는 것이 MR 글라스의 비전이 될 것이다.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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