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비평하는 재미 함께 하실래요?
누구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스스로 객관적인 시선을 갖는 것이 힘들 때는 다른 이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된다. 이때, 자기 합리화를 통해 주변의 목소리에 변명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MBC는 애정을 갖고 쓴소리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쓴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이해한다면 분명 MBC의 새로운 도약은 멀지 않은 시기에 가능할 것이다.
<탐나는 TV>는 TV 평론가, 영화 평론가,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위원들이 코너의 특성에 따라 또는 주제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이러한 기획에서 MBC가 다양한 각도에서 자사 방송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었다. 가령 'M빅 데이터'라는 코너는 데이터 전문가가 나와 프로그램 관련 연관 검색어, 언급량, 관련 감성 언어를 소개한다. 연관 검색어가 나오게 된 배경,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관해 연상하는 단어의 이유를 패널들이 덧붙인다. 정량적인 접근에서 문제점을 뽑아내고 얘기를 하니 단순히 시청률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보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뿐 아니라 시청자들이 TV를 볼 때의 반응 그대로를 참고하려는 노력도 보였는데 'TV 보는 날'이라는 코너가 그렇다.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시청자들이 MBC 라운지에서 첫 방송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이때 보이는 반응을 비평의 소스로 이용한다. 가장 날것의 반응을 통해 시청자의 마음을 읽고자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누군가의 생각을 확인할 때 잘 정리된 리뷰 글이나 곱씹어 생각한 표현도 좋지만 그 순간 드러나는 표정이나 말 등 날것만큼 직접적인 것은 없다.
패널들은 허를 찌르는 신랄한 비판을 마음껏 쏟아낸다. 3회 'M빅데이터' 코너에서 <아육대>의 안전과 출연진 섭외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제대로 만들 자신이 없으면 폐지하는 게 맞다"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4회 '도마 위의 TV' 코너에서는 "<토크 노마드>에서 김구라는 감성 토크에 어울리지 않는다" 등 프로그램의 목적, 연출, 연기 능력까지 다양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옴부즈맨 방송으로서 패널들의 주장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강한 지적들을 그대로 방송으로 보여주며 다양한 의견들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내는 듯 했다.
가감 없는 주장과 함께 전문적인 설명이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를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4회 '도마 위의 TV' 에서 <토크 노마드>의 차별화 포인트인 '토크 로드쇼'가 오히려 편집점을 잡기 힘들게 한다는 지적, 1회 '주객전담' 에서 "소지섭이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신드롬으로 불릴 만한 작품을 내지 못했다" 등 연출이나 출연진의 필모그래피 분석을 통한 캐릭터 적합성 등을 분석했다. 시청자로서 '재미있을 만한데 왜 재미가 없지?' 같은 모호한 의문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유사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비슷한 포맷과 주제의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나다 보니 피로감 또는 진부한 느낌이 매번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유사 프로그램에 대한 직접적인 비교 분석을 통해 MBC 프로그램의 문제 또는 차별점, 경쟁력들을 꼽고 직접적으로 프로그램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었다. <언더 나인틴>이라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MNET의 <프로듀스 101>과 비교를 한다든지, <토크 노마드>를 tvN의 <알쓸신잡>과 비교하며 차이는 무엇이고 혹평을 받는 이유를 분석한다. 경쟁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하기도 한다.
드라마 캐스팅과 관련하여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뜬 '유연석', '류준열', <미생>에 출연한 '강소라'를 바로 드라마 주인공으로 세우는 점을 지적하며 MBC가 인물 발굴에 있어 소극적이다는 의견이 가장 공감되었다. 타 방송 프로그램들을 직접적 언급할 줄은 몰랐는데 구체적으로 비교해주니 매우 시원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와 그에 대한 비판 및 호평이 매끈하게 전개되는 점이 시청자로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키워드나 줄거리 소개를 통해 주제를 설명하고, 진행자가 생각해 볼 점을 질문하면 패널이 한 명씩 자기 생각을 밝히는 데, 늘어지거나 감정싸움이 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패널들의 의견을 30초 가량 핵심만 치고 빠지도록 편집한 부분이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자칫 의견 충돌로 인한 감정싸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없이 객관적인 톤을 유지한다.
다만, 패널들이 의견을 나누는 점에 대해서는 빠르고 핵심적인 편집으로 몰입감 있는 전개를 이어 나가는 데에 비해 논의할 프로그램 소개 영상이 필요 이상으로 길다. 프로그램 설명 vcr이 하나 당 5분가량 이어진다. 비평이 중점인 만큼 소개 영상을 3분으로 줄이고 패널들의 설명이나 질문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세심하게 프로그램을 얘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부족한 설명은 패널들의 의견을 통해 드러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순삭'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4편이나 보았다. 최근에 본 MBC 프로그램 중 가장 알차고 재미있다. 다양하고 직설적인 토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웠고, 풍부한 내용들은 최근 MBC의 문제점이 상당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했다. 그래도 확실히 시청자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충분히 시청자들의 얘기를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느꼈다.
한 번 언급된 프로그램도 계속 팔로우 업 하며 꾸준히 목소리를 내주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얘기들이 프로그램에 반영되어 옴부즈맨 프로그램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길 바란다. MBC가 탐나는 TV로 새로워질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