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슬픈 사랑의 노래
미뇽의 노래는 괴테가 이탈리아 기행 초반에 만났던 하프 연주자와 그의 어린 딸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알려졌다. 시인은 여행 중 잠시 자신의 마차를 얻어 탄 인연을 놓치지 않고 간직해 두었다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서사를 창작해 냈다.
언젠가 소나기가 지나고 맑게 개인 날 스승님께서 먼 하늘을 바라보시며 이 시를 읊어 주셨다. 그 계기로 이 시는 내 인생 최애시가 되어버렸다.
오늘 아침에 시를 다시 읽어보니 <비헬름 마에스터 수업시대>에 등장하는 비극적 인물 미뇽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남국의 이상이었던 이탈리아를 향한 괴테의 동경뿐 아니라 가엾은 아이를 구원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기까지 했던 그 숭고한 마음이 구구절절 스며있음을 재발견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시 해설은 다음에 해볼 요량이지만.......
오늘은 치자꽃과 월계수에 대한 얘기만 잠깐 해봐야 하겠다.
치자꽃 고요히,
월계수 드높이 서 있는 곳
치자는 아시아가 원산지로 알려진 식물이다. 순백의 아름다움과 매력적인 향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치자나무의 열매와 꽃은 말려서 약재로 쓴다고 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물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하와이 등 태평양의 많은 부족의 여성들이 이 지차꽃을 엮어 화환과
목걸이를 만들어 자신을 치장했던 것 같다. 치자꽃은 순백의 색과 특유의 감미로운 향 때문에 순결한 신부를 상징하는 대표적 식물이다. 시에 나오는 '치자꽃 고요히'라는 문구는 순결한 미뇽을 뜻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반대로 드높이 서 있는 월계수는 올림피아 제전에 참전해 영광을 드높일 그녀를 사랑하는 강인한 남성의 심상으로 쓰인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불행히도 작품 속에서는 빌헬름과 미뇽의 사랑은 이뤄지지 못한다. 그리고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 귀하고 애틋하다.
곧 집 근처에 나만의 카페를 다시 오픈하게 된다. 기능하다면 그곳에 치자꽃, 레몬과 오렌지 나무를 구해 들여놓을 생각이다. 어려서부터 괴테가 흠모했던 남국(이탈리아)의 이상을 동경했던 마음은 내가 커피를 좋아했던 마음과 비슷하다.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커피로 비즈니스를 잘 풀어내고 싶다. 젊은 시절 커피 산지를 찾아 중남미로 아프리카로 동남아로 떠돌았던 그 마음이 바로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과 맞닿아 있다. 우리 카페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맛있는 커피 한잔과 여유로운 브런치를 즐기며 그런 정취를 느끼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원래는 올해 말이나 내년 중에 이탈리아를 한번 방문하고 싶었으나 당분간은 벌여 놓은 사업에 매진해야 할 것 같다. 사업이 순항한고 매장이 안정된다면 내 후년에 기회를 모색해 봐야 할 것 같다. 아니 혹 잘 안되어도 내 후년쯤에 꼭 한번 다녀오고 싶다.
이 아름답고 귀한 시의 번역본과 원문을 여기 브런치에 남겨 자주 음미해 보려 한다.
시를 읽다 보니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중 초반부에 등장하는 이탈리아 북부 아름다운 전원의 아름다운 풍경이 내 눈에 아른거린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수와 해묵은 용들이 살 것 같은 동굴과 그 산 구름다리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는데 실제로 그곳을 가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행이 가장 좋을 때는 여행을 가지 바로 직전이라 생각해보면 위안을 삼는다.
이 설레는 마음을 가슴에 고이 간직하며 이 시를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다.
https://youtu.be/Yk_Y9ALhzho?si=fFoOvC5k1erqrhrA
아시죠, 저 레몬꽃 피는 나라
짙푸른 잎새 속에서 황금빛 오렌지가 이글거리고
푸른 하늘에선 한가닥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고
치자꽃 고요히, 월계수 드높이 서 있는 곳
그곳으로 그곳으로
그 나라, 아시죠
당신과 함께 가고 싶어요, 오 사랑하는 이여
아시죠, 그 집! 둥근기둥들이
지붕 떠받치고, 홀은 휘향찬란, 방은 빛나고
대리석 입상들이 날 바라보며 물어 주는 곳
가엾은 아이야, 무슨 일을 당했느냐고
그곳으로 그곳으로
당신과 함께 가고 싶어요. 오! 나의 보호자여.
아시죠, 그 산, 그 구름다리를
안갯속에서 노새가 갈 길을 찾고
동굴 속에선 해묵은 용들이 살고
깎아지른 바위 위로는
폭포수 쏟아져 내리는 곳,
그곳으로 그곳으로
우리의 갈길 뻗어 있어요, 오 아버지, 우리 그리로 가요!
1. Mignons Gesang "Kennst du das Land" (D. 321)
Kennst du das Land, wo die Zitronen blühn,
Im dunkeln Laub die Gold Orangen glühn,
Ein sanfter Wind vom blauen Himmel weht,
Die Myrte still und hoch der Lorbeer steht?
Kennst du es wohl?
Dahin! Dahin!
Möcht’ich mit dir, o mein Geliebter, ziehn!.
Kennst du das Haus?
Auf Säulen ruht sein Dach,
Es glänzt der Saal, es schimmert das Gemach,
Und Marmorbilder stehn und sehn mich an:
Was hat man dir, du armes Kind, getan?
Kennst du es wohl?
Dahin! Dahin
Möcht’ich mit dir, o mein Beschützer, ziehn.
Kennst du den Berg und seinen Wolkensteg?
Das Maultier sucht im Nebel seinen Weg,
In Höhlen wohnt der Drachen alte Brut,
Es stürzt der Fels und über ihn die Flut.
Kennst du ihn wohl?
Dahin! Dahin! Geht unser Weg!
o Vater, lass uns zie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