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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 매거진 Feb 13. 2018

나만의 케렌시아를 가꾸다

『gather and spread』 발행인 윤성민과의 인터뷰


케렌시아는 스페인어로 ‘안식처’를 뜻하며, 투우 경기에서 소가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영역을 가리킵니다. 즉 나만의 케렌시아는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며, 서울대 분석센터가 2018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gather and spread』의 발행인 윤성민이 작은 사물 하나도 소중히 다루는 태도로 그만의 케렌시아를 가꾸어 나가는 방법을 독자분들과 공유합니다.



ESSAI 윤성민 씨가 운영하는 텀블러는 흥미로운 콘텐츠가 가득합니다.

YSM 2014년 텀블러를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영감을 주는 디자인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욕구가 컸고, 함께 디자인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실 그보다 먼저 2010년부터 약 4년간 『gather and spread』라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했고 이후 포스팅을 간추려 텀블러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포스팅 활동을 통해 저는 많은 작가의 삶, 흥미, 영감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을 접했습니다.





ESSAI 『GATHER AND SPREAD』라는 타이틀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YSM 개인적으로 가구와 오브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뉴욕 유학 시절, 학생 신분으로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브루클린과 같은 외곽 지역을 돌며 플리 마켓이나 빈티지 상점을 통해 다양한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950년대 만들어진 빈티지 서류 가방을 선별해 판매하는 『gather and spread』를 시작하게 되었고, 같은 이름의 매거진을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gather and spread』는 제가 보고 느낀 1950년대의 가구와 오브제, 그리고 디자이너의 삶을 공유하는 작은 프로젝트이자 다양한 사람과의 뜻깊은 교류를 가능케 한 매개체였습니다.





ESSAI 가구와 오브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YSM 공간을 향한 관심은 고등학교 시절 미국에서의 기숙사 생활에서 시작한 것 같습니다. 당시 기숙사는 최소한의 필수품만 갖추고 있었습니다. 콤팩트하고 일률적인 공간에 가구와 생활용품이 더해지면서 개인의 향기를 발산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극적인 과정을 목격하며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ESSAI 개인의 취향과 안목을 갖추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YSM 저는 운이 좋게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뉴욕에 7년간 머물면서 다양한 오브제와 공간의 아름다움을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90년대의 빈티지 가구부터 명함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것에서도 자기만의 고유한 개성을 지닌 많은 가게를 방문했습니다. 굳이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고객이 그 공간을 경험하는 일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오너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공간을 체험하고 그들과 경험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저만의 취향이 정립된 것 같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소규모 독립 갤러리부터 구겐하임[Solomon R. Guggenheim Museum]이나 모마 [Museum of Modern Art], 그리고 자연사 박물관 [AmericanMuseum of Natural History]같이 대중적인 공간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는 2010년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1944-56년대 생활 가구」전시처럼 시대적 특징이 있는 여러 예술품을 한데 모아 다양한 큐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SSAI 이케아의 국내 진출로 국내 가구 시장에 판도가 크게 변했습니다.

YSM 이전에는 한남오거리에 위치한 비트라숍이나 그 밖의 편집 스토어—10 코르소 꼬모, 디앤디파트먼트—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 선택의 폭이 점점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ESSAI 손쉽게 집안을 꾸미고 사진을 공유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만큼 정형화된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SNS를 통해 엿볼 수 있는 당신의 공간은 매우 유니크해 보입니다.

YSM 제가 공간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편안함과 유동성입니다. 더 나은 편안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면서 좋아하는 가구나 식물을 구매하고 원하는 위치에 가구와 오브제 등을 배치합니다. 이 과정은 무척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오브제와 가구의 재질, 색감, 기능, 공간, 배치 등에 관해 깊게 생각하다 보면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저는 제 공간이 아직 미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SSAI 모듈러 시스템에 특히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YSM 저는 분기별로 한두 번 정도 가구의 위치를 바꾸곤 합니다. 이를 위해 바퀴가 달려 쉽게 움직일 수 있고, 쉽게 조립하고 호환성이 높으며 많은 양의 물건을 쉽게 정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모듈러 가구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특히나 잘 구성된 모듈러 가구는 공간을 활용하는데 최적화되었으며, 물건의 기능에 따라 카테고리화하는 데에도 유용합니다. 개인적으로는 1960년대 조립 가구에 모더니즘을 반영한 스위스 브랜드 USM 그리고 USM Haller 제품을 좋아합니다. USM Haller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갖추었으면서도 기능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견고하고 여타 가구와 잘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비율로 만들어졌습니다.





ESSAI 당신이 생각하는 미니멀리즘이란 무엇인가요.

YSM 미니멀리즘이란 제품이 요구하는 필수 요소만 남긴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출신의 근대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 Ludwig Mies van der Rohe가 “간결한 것이 더 아름답다.”라고 말한 것처럼, 1950-60년대의 가구와 오브제는 다양한 예술가에 의해 다듬어지면서 탄생하였습니다. 뉴욕 디아 비콘 Dia Beacon에서 접한 솔 르윗 Sol LeWitt의 작품은 1960년대의 미니멀리즘 큐브 작품과 유사해 보이면서도 다릅니다. 그가 작품에 사용한 무채색과 기하학 형태는 “보이는 것이 전부다.”라는 말처럼 미니멀리즘이 추구하는 이념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ESSAI 당신이 꿈꾸는 라이프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YSM 저는 1949년 욘 밀리 Gjon Mili가 촬영한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의 사진을 좋아합니다. 1950년대 인류의 비극 속에서 피카소가 빛으로 그림을 그린 창작의 원동력은 아마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그만의 삶의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욘도 사진을 촬영하면서 피카소의 이상적인 삶을 내심 부러워했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실행하며 사는 삶을 동경합니다.





ESSAI 끝으로 아무런 제약조건이 없다는 가정 하에 당신이 진정으로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YSM 저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없습니다. 유수의 아티스트와 그들의 작업으로부터 영감을 얻기는 하지만 아직 저 스스로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창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꿈꾸고, 제 신념을 담은 제품을 만들고 함께 누리는 사람과 어우러지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Interviewee | 윤성민 (30) / 회사원

매거진 『gather and spread』 발행했으며, 현재 디자인 아카이브[outoutoutout.tumblr.com]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 작업은 http://cargocollective.com/sungminyoun에서 확인 가능하다.



에디터 정진욱 Chung Jinwook

사진 제공 윤성민 Youn Sungmin

교정교열 김다영 Kim Da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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