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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Apr 15. 2024

(책꼬리단상) 불합격 해도 오늘은 행복하기

문학의 즐거움

[불합격해도 오늘은 행복하기]

"미래만이 우리의 목표가 되는 한, 그리하여 우리가 살기보다는 살기를 희망하기만 하는 한, 우리는 언제나 행복을 준비할 뿐 한 번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파스칼의 지적은 수백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 하루에 전력을 다해 행복을 추구하고, 내일은 내일에 맡기는 일이 일견 근시안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의 행복을 내일 혹은 미지의 미래에 담보 잡힌 채 살아가는 일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 사과나무는 언제나 오늘 지금 심어야 한다. 내일은 사과열매를 따먹는 날이 아니라, 또 다른 사과나무를 심는 날일 뿐이다. (정재원, 문학의 즐거움, 155쪽)


막내 딸이 모 회사에 신입사원 지원을 했다. 원래는 1차 서류면접 및 인적성 시험, 2차 다대다 면접관 면접 이후 최종 결과 발표로 공고가 났었다. 딸은 1차 서류면접과 인적성 시험을 통과하고 2차 면접까지 마치고 에너지가 다 소진되었는데, 공고를 낸 회사 측에서 급하게 면접 일정을 조정하여 3차 PT 면접 후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고 안내가 왔다. 몇 명이나 뽑기에 이렇게 힘든 여정을 거치는 과정을 밟을까? 딸 얘기로는 600명  이상  지원 했다고 한다.

현재 다른 회사 인턴을 다니고 있는 막내딸은 주말을 몽땅 반납하고 새벽까지 밤을 새우듯 하면서 발표자료를 준비했다. 이왕 3차까지 왔으니 최선을 다해보자고 다짐했다. 금요일 분위기도 좋게 면접도 잘 보고 왔다. 나는 3차 면접자가 20명 이상 왔으면 최소한 3명은 뽑지 않을까 생각했다. 딸 아이 말로는 지금 그 부서 인원이 4명인데 3명까지 뽑겠냐고, 만약 진짜 3명까지 뽑는다면 자기는 붙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했다. 최소 2명은 뽑겠구나. 잘 하면 붙지 않을까 실같은 희망도 가져봤다.

오늘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났다. 예상대로,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지금까지 인턴을 뽑는 채용에서는 늘 최종 합격을 받았던 딸이기에 이번 불합격 소식은 겉으론 웃어도 속으로는 충격이 좀 컸을 것이다. 지난 인턴 면접 때도 260대 1로 뽑힌 인턴 유경력자였는데  맘이 많이 아렸을 것이다. 게다가 최종 합격자가 2명이라고 하니 2명 안에 못 들었다는 사실 앞에 조금 더 망연자실 할 것이다. 하지만 신입사원 면접은 이제 시작이다. 이런 과정을 얼마나 더 거쳐야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오늘 감사파티를 하기로 했다. 불합격 감사 파티다. 합격이 아니어도 그동안 수고하고 고생한 딸을 위한 축하와 위로 그리고 또 다른 도전을 위한 파티.  그것이 치킨 한 마리가 될지, 피자 한 판이 될지는 모르겠다.

나는 오늘 딸 아이가 불합격 소식을 알려오자 가족 채팅방에 위에 적힌 저 문구를 올렸다. 내일의 행복을 담보로 오늘 불행한 삶을 살지 말자.는 뜻이었다. 그동안 수고했고, 앞으로도 이런 과정을 계속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러니, 불합격은 불합격대로 또 감사하고 위로할 일이다.

 오늘은 기쁨의 사과나무를 심는 날이다. 오늘 불합격 소식을 받았다고 온 가족이 불행의 나락으로 함께 떨어질 이유는 없다. 우리에겐 내일이라는 선물이 없을 수도 있다. 우리는 아무도 내일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 하루로서 최대한의 행복을 만들어 살아가자. 치킨을 누가 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밤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기쁘고 즐거운 수다로 가득 채울 것이다. 오늘 저녁 우리의 행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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