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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밍버드 Oct 27. 2019

노르웨이에서의 한주

오슬로, 베르겐 그리고 피오르

노르웨이에서 고작 한주 보내고 런던으로 떠나정이라 마지막까지 갈까 말까 망설이다 결정했던 여행이었다. 노르웨이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세계지리 시간에 배운 몇몇 도시들, 피오르 해안, 자작나무 숲, 바이킹, 뭉크 그리고 2011년의 끔찍한 테러사건 정도가 전부.

여기에 새로운 경험을 더할 기회다. 아직까지도 북유럽 나라들은 많이 낯설다.

5월 중순인데도 오슬로의 아침은 꽤 쌀쌀다.  컨퍼런스 장소로 향한 남편과 헤어져 아침 일찍부터 오슬로 탐구 시작.

제일 먼저 그 유명한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 Norwegian National Opera and Ballet를 찾았다.  오페라하우스 주변으로 엄청난 규모의 첨단 디자인의 건물들이 속속 건축 중이라 소음도 많고 먼지도 날리는 어수선한 환경 속에서도 오페라하우스의 인상은 강렬했다. 오페라 하우스 하면 연상되는 고풍스럽고 화려한 이미지가 아니라 간결한 선과 면으로 이뤄진 거대한 외관이 압도적다.

Norwegian National Opera and Ballet

특히 건물 양측면의 완만한 경사 구조 연스 람들을 건물 지붕까지 올라가 보도록 유도한다. 그리하여 차가운 유리와 금속, 석재로 이뤄진 모던한 건물 사람과 만난다. 

 

박스오피스에서 저녁 오페라 공연 티켓을 매한 후 주변을 걷는데 오페라하우스 안에 떠있는 유리와 금속으로 된 특이 조형물이 에 들어왔다. 구글 도움을 받아보니 그 구조물은 2010년 설치된 이탈리아 작가인 모니카 본비치니 Monica Bonvicini 의 'She Lies' 라는 작품이었다. 이 설치작품은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Caspar David Friedrich (1774-1840)의 그림 'The  Ice Sea' 속의 빙산 입체로 재구성 것으로 녹아버린 빙산의 일부가 오페라하우스 앞의 해안으로 떠내려 왔다는 가상의 사건을 통해 지구 온난화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상상을  시각화하여 거대한 규모의 유리 빙산을 실제 바다에 띄운 이 작가의 대담한 시도가 놀랍다.

Monica Bonvicini, 'She Lies', 2010, stainless steel, glass, 12m×17m×16m

저녁에 로시니의  라 체네렌톨라 La Cenerentola 를 보기위해 다시 오페라하우스를 찾았다. 올 2월 라스칼라에서 처음 라 체네렌톨라 공연을 관람는데 연이어 같은 작품을 보게되다니 이런 우연이 있나싶다. 물론 무대 연출 및 의상이 전히 달라서 비교하는 재미 있었.

오페라하우스 로비

오페라하우스의 로비 또한 이 건축물의 외관만큼이나 인상적이다.  바닥에서 천정까지 거침없이 올라 내부 구조 그 높이감이 압도적인데다가 차가 보이는  달리 마감재로 사용한 재때문에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다. 게다가 직선적이고 간결한  배열  외부 전체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극장 내부                                     라 체네렌톨라 커튼콜

늦은 시간에 공연이 끝났는데도 너무 환하다. 이제서야 해가 지고 있다. 백야구나.  

공연이 끝난 뒤  해질 무렵의 오페라하우스

요즈음은 노르웨이나 덴마크가 건축 및 디자인 분야에서 최강세이지만 사실  미술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빼어난 노르웨이 화가들을 떠올리기는 쉽지않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빛나는 화가가 있다. 바로 에드바르 뭉크 Edvard Munch (1863-1944) 다. 뭉크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이제는 수많은 패러디와 함께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그의 그림 '절규 the scream'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

뭉크미술관

그의 탄생 백주년을 기념하여 1963년에 지어진 뭉크 미술관은 뭉크 사후 오슬로시에 기증된 그의 작품들 주축으로 방대한 양의 회화,  판화, 서적, 필름, 세계 각국과의 교류전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2004년 뭉크미술관에서 무장강도들에 의해 탈취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했다가 2년 후 버려진채로 발견되어 다시한번 세상을 놀라게한 두 그림 '절규' 와 '마돈나"
각국에서 여러 형태로 변주된 '절규' 와'마돈나'의 전시물

'별한게 있을까? 그래도 오슬로에 왔으니...' 하는 마음으로 미술관에 들렸고 또 알고 있는 몇 그림 만으로 그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내게 이곳에 머물렀던 두 세시간은 외로 큰 울림을 주었다. 의 방대한 작품들 꼼꼼히 짚어보면서 그의 삶과 예술을 다시 한번 복기하는 시간이었다. 지나버린  아 오늘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2020년 새건물로 확장 이전하는 이 미술관의 다음 장 기대된다.


뭉크미술관 내부,   오른편사진은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부근에 2020년 봄 개관을 목표로 새로 지어지는 뭉크미술관

그리고 하나 더. 배가 고픈데  다른 옵션이 없어 먹게되는 맛없는 미술관 카페 샌드위치가 아닌 의외로 아주 괜찮은 샌드위치를 이곳에서 .


메트로도 타고 버스도 타면서 시내 이곳 저곳을 여유있게 혼자 돌아다녔다.  날이 좋아 거리에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구도심에 오면 공원과 왕궁, 시청, 국립극장, 의회, 대성당, 여러 뮤지엄들이 대략 가까운 곳에 모여 있어서 쉬엄 쉬엄 구경하며 다니기에 좋다. 서유럽의 국가들과 비교해 볼 단정  소박 보이기까지 하는 북유럽의 왕궁들은 그들의 국민성 때문인지 아님 재정의 문제서 비롯된 것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National Theater                    언덕에 위치한 Royal Palace
 현재 휴관 중인 National Gallery는 2020년 Nobel Peace Center 근처 신축건물에서 재개관예정이다.

다른 버전의 '절규'가 소장되어 있는 내셔날 갤러리는 내년까지 임시 휴관이다. 아쉽기도하고 또 홀가분하기도한 기분. 노르딕 국가 중에서 가장 큰 미술관이  것이라 로운 내셔날 갤러리 만남은 다음 번 여행까지 미뤄다. 지금 2020년 개관 예정의 신축 술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의 자료관인 노벨피스센터 편 옛 철도 역사에서 마무리  중이다.

노벨피스센터.  로비 천정은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얼굴이 찍힌 조형물로 장식되어있다.

노벨 피스 센터 부근오슬로 시청은 오슬로 피르에 면해있다. 1931년 착공되어 부분적으로는 1950년 공식오픈 전부터 사용되고 있던 이 건물은 커다란 두개의 타워가 인상적이다. 건물 외관은 모두 붉은 벽돌들로 마감되어 있는데  얼핏 엄격 단순해 보이지만 가로 세로로 기하학적인 변화 요소 가미되어 마치  벽돌로 직조한 피스트리인  고풍스럽고 정적인 아다움 있다. 노르웨이의 역사와 문화가 반영되었다는 부조법의 조각들 또한 건물과 조화를 이룬다. 이곳에서는 매년 알프레드 노벨의 임종일인 12월 10일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린.

건물 후면
건물측면

네플릭스나 히스토리 채널에서 로 즐겨 다뤄지는 주제 프로그램은 아마도 바이킹이 아닌가싶다. 바이킹하면  떠르는 바다, 모험, 강인한 전사들처럼 적당히 낭만적이고 또 적당히 야만적인 요인들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듯하다. 오슬로 바이킹뮤지엄에서는 상상 속 바이킹의 삶이 구체화되 눈 앞에 드러난다.  

Viking Ship Museum                    The Tune Viking Ship
The Gokstad Viking Ship.     The Oseberg Viking Ship

박물관에는 발굴, 복원 배 부장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날렵한 선이 아름답다. 이렇게 생긴 배들을 타고 바다를 누비던 이나라 사람들의 선조들을 떠올려본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실내의 벽들이 스크린이 되어 바이킹시대항해를 영상으로 재현해 보여준다.

1903년 Oseberg에서 발굴  Oseberg Viking Ship은  화려하고 정교한 장식이 두드러진다. 고고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길이 22m 폭 5m에 이르는 이 배는 AD 820 년 건조 되었는데 AD 834년 유골을 통해 50대와 80대로 추정되는 두 여성의 grave ship 이 되었다고 한다. 반면 Gokstad Viking Ship 에서는 4-50대의 남성 유골이 발견되었는데 생전의 키가 180에서 183cm이었을 것으로 정된다. 9세기에 이미 조상들이 그 컸으니 오늘날 유난히 노르웨이 사람들 키가 큰게 이상한 일이 아닌듯 싶다. 코펜하겐에 갔을 때 너무들 키가 커서 놀랐는데 노르웨이 사람들은 그보다 더 커보인다. 비행기 천정에 키가 거의 닿는 이들도 드문드문 있었다. 하나님이 그점에선 그다지 공평하시지만은 않은듯.



그 아름답다는 노르웨이의 르를 보기 위해 베르겐행 기차를 탔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 오슬로에서 플람 Flam, 르달 Myrdal, 베르겐 Bergen 그리고 베르겐에서 배이용한 송네피 Sognefjord 투어지 포함하게 되는 교통편을 'Norway in a nutshell'서 미리 예약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고 수월하게 다닐 수 있었다.

 슬로 센트럴역에서 기차를 탔을 때는 분명 5월의 늦은 봄이었는데 고도가 높아지면서 점점 바깥 풍경이 겨울로 향한다. 몇시간 전엔 창 밖으로 아름다운 푸른 지를 보았는데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물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얼마안가 온세상이 눈과 얼음으로 덮이고 끔은 눈발도 날린다. 직접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매우 비현실적인 광경이다. 오슬로역에서 승차할 때 스키를 가지고 타는 사람들이 있어서 의아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 해발고도 1222m에 위치한다는 핀세 Finse 역에서 내려 바로 스키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간다.

겨울에서 봄이 아니라 봄에서 겨울이 되는 오슬로발 베르겐행 열차구간의 풍경들

플람에서는 기차를 갈아타기까지 두시간정도 여유가 있어서 자동차 투어로 피오르가 한눈에 담긴다는 산정까지 올랐다. 숨이 막힐 정도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진부하지만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는 말보다 이를 더 잘 표현할 수는 없다. 깊고도 깊은 푸르른 물빛이다.

플람에서 바꿔타게 되는 산악열차
고요하면서도 장엄한 피오르

베르겐 역에 내리니 마침 5월 17일 노르웨이의 제헌절 Constitution Day 퍼레이드가 있은 후라 거리에 가득한 사람들로 정신이 없다. 사람들과 부딪치며 호텔까지 걸었다. 베르겐에 사는 남녀노소는 모두 집 밖으로 뛰쳐나온 것 같았다. 그래도 모두가 전통의상 아니면 정장을 갖춰 입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후줄근한 옷을 입은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관광객들 뿐.

항구에 정박해 놓은 크고 작은 요트들 안에서도 파티가 한창이다

점심은 항구에 위치한 피쉬 마켓에서 해결했다.

가게와 음식점이 함께 운영되고 있어서 직접 보고 골라와서 먹어도 되고 그냥 메뉴만 보고 주문해도 되는데 어느쪽이든 신선하고 맛있는 요리가 제공된다. 튀김과 맥주는 어디서든 진리.

베르겐의 피쉬마켓

저녁 무렵 날이 점점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럼 그렇지 베르겐인데. 객실 천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아름답다. 비가 와도 저녁 늦게까지 바깥은 시끄럽다. 머무른 곳은 Opus XVI 이라는 작은 호텔이었다. 호텔명이 독특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뭉크와 더불어 노르웨이의 자랑이자 이곳 베르겐이 고향인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 Edvard Grieg가 이 호텔 주인 친척이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자부심인지 비즈니스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호텔 내에는 그리그의 삶과 음악을 다룬 전시 공간까지 있었다.

Opus XVI호텔       해산물이 풍성한 매우 노르웨이스러운 호텔 조식

피오르 투어 때문에 아침 일찍 호텔을 나

어제의 소란함은 온데간데 없고 너무나 평온한 베르겐의 아침이다.

아침의 베르겐 항구

어제는 멀리 산 위에서 피오르를 내려다봤지만 오늘은 산 래서 피오르를 만난다. 세계에서 가장 길고 깊은 협곡이라는 송네피오르의 길이는 205 킬로미터이며 가장 깊은 곳은 수심 1308 미터에 이른다고 다. 날이 흐리고 빗방울도 간간히 떨어니 물색이 더욱 깊어 보인다. 천년 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이 협곡의 물길을 지나 대양으로 빠르게 노를 저어갔을 바이킹들 그려진다.


페리를 타고 두시간 정도였던 투어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그저 압도적인 풍광에 빠져버렸던 시간이었다.  번 노르웨이 여행도 성공적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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