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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밍버드 Jan 22. 2018

덴마크 코펜하겐 여행

코펜하겐의 매력

코펜하겐 여행을 계획했을 때 덴마크에 대한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았었다.

내가 가진 상식을 동원하여 그릴 수 있었던 덴마크는 키 큰 금발의 남녀들, 바이킹의 후손이 사는 작은 나라,

그리고 어린시절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싫어했던 동화 인어공주를 쓴 안데르센의 나라,  그리고 그 인어공주의

동상 정도로 관광객을 모으는 나라, 음식은 아마도 생선류가 괜찮을 것이라는 그리고 아직까지 왕가가 존재한다는 그정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바로 딱 그만큼의 기대때문에 매일 매일 만났던 코펜하겐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1830년 안데르센의 동화 속에서 탄생한 인어공주는 1913년 조각가 에드바르트 에릭센에 의해 조각상으로 제작되었고 오늘날  덴마크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있다. 그러나 말없는 이 자그마한 조각상은 2017년 까지 이세상의 어느 조각상보다도 많은 수난을 겪어왔다. 1964년과 1998년에는 머리가 1984년에는 오른팔이 베어졌고 2003년에는 폭약에 의해 상이 기단부에서 떨어져나갔다가 발견되었으며 2004년에는 터키의 EU 가입 반대자들이 상에 부르카를 입혔었다.. 2006년 세계여성의 날에는 그녀의 손에 딜도가 들려졌었고, 제각각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그룹들에 의해 초록색 페인트 때로는 붉은 페인트로 덮여지기도했다




코펜하겐을 여행할 때 숙소를 도시 한가운데 잡는다면 웬만한 볼거리들은 걸어다니면서 볼 수 있다. 물론 튼튼한 두 다리가 전제가 되어야할 것이고 자전거를 잘 탈 수 있다면 더욱 더 쉬워진다 코펜하겐은 자전거의 도시다. 가장 자전거타기 좋은 도시로 암스텔담과 더불어 세계 1. 2위를 다투는데 올해는 코펜하겐이 1위 자리를 빼앗아 왔단다.  차도와 거의 같은 너비의 넉넉한 자전거 전용 도로는 이 나라 사람들의 자전거 사랑을 드러낸다. 환경친화적이며 건강에도 좋은 일석이조의 이동수단인 자전거 때문인지 북구인들의 우월한 유전자 때문인지 코펜하게너들의 신체 비율은 거의 비현실적이다. 8등신도 모자라 9등신들도 수두룩하다.  자전거 때문만이라면 당장 집에 자전거 몇대 들여 놓고싶은 마음이다.

카페 창가에 놓인 꽃을 찍으려다 창밖의 자전거들이 함께 찍혔다. 무심한듯 하나 어느 구석도 소홀하지 않은  덴마크 인테리어의 자연스럼이 배어나오는 이곳이 아름답다


곳곳에 위치한 크고 작은 뮤지엄들 내실 있는 자그마한 전시공간들에 동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공원 및 왕가의 건축물들까지 코펜하겐의 매력은 끝이 없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가구, 조명같은 실생활의 분야 뿐 아니라 덴마크인들의 생활양식을 단적으로 표현한다는 용어 휘게도 더이상 낯선 단어가 아닐 뿐더러 크게는 환경친화적인 건축물들, 지속가능 디자인, 세계 풍력발전의 25%를 차지한다는 이 작은 나라의 에너지원까지 덴마크에 대한 관심의 외연이 점차 넓어지는 듯하다.


반짝이는 검은 화강암 마감재와 각형의 건물 외관때문에 블랙 다이아몬드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는 덴마크 왕립도서관이다. 1999년 완공되었고 코펜하겐의 워터프론트를 따라 현재까지도 진행중인 대규모 문화건축물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된 건물이다. 수변을 따라가다 보면 디자인과 규모에 눈이 번쩍 뜨이는 건물들도 있지만 주거지역과도 만나고 그사이에 줄지어 카약 패들링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 사람들의 환경과 여유가 또 한번 부러워지는 때다.

코펜하겐의 매력은 크고 작은 옛 건물들 및 아름다운 왕궁들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거의 600여년간 코펜하겐은 덴마크 왕들의 거주지였다. 도심에 위치한 Rosenborg Castle, Christianborg Castle, 그리고 Amalienborg Palace는

덴마크왕실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데 아직도 이 왕궁들에는 왕실 가족이 거주하고 있어서 다양한 왕실 행사가 열리고 있다.  동시에 왕궁의 많은 부분들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있어서 화려한 왕실의 역사와 유물들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걷다가 왕궁주변에서 근위병들을 보는 일도 낯선 풍경은 아니다.

사실 내게 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화려한 왕궁들보다는 세월을 읽을 수 있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도심의 역사적 건축물들 이었다.

1642년에 건축되었던 천문대 건물 Rundetaarn (The Round Tower) 에는 나선형 램프를 따라 크고 작은 역사적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반전은 도서관 홀에 전시되었던 Helene Nymann의 Ars Memoria였다.  500년 가까이된 건물 프레임속에 존재하는 현대적인 컨텐트가 신선했다.  이 전시는 부서지기 쉬운 우리 기억에 관한 것이란다.  생각의 과정과 상상력, 기억의 힘에 기반을 둔 아트 프로젝트인데 오늘날처럼 기술이 진보한 세상에서 어떻게 기억의 잠재력을 활성화 할 수 있는가를 형상화했다는 설명이 있었는데 해석은 관람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www.rundetaarn.dk


코펜하겐 시내와 근교에는 왕궁에 부설된 박물관들 외에도 수많은 미술관 박물관들이 있다. Nationalmuseet (National Museum of Denmark)을 비롯하여 SMK (National Gallery of Denmark), Design Museum of Danmark,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알려진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는 시간을 내어 들려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Nationalmuseet는 선사시대부터 바이킹, 고대 그리스, 르네상스 및 근대 덴마크 문화사를 조망할 수 있는 박물관으로 늘 학생들과 관람객으로 붐빈다. 워낙 전시물들이 방대하여 2층 카페에서 중간 재충전이 필수다.  www.natmus.dk.



Design Museum of Danmark 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디자인 미술관으로 덴마크 뿐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및 각국의 응용 미술 및 장식미술품 산업디자인 작품들을 독창적이고 관람자 친화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이 미술관의 많은 전시물들은  아래 사진에서 처럼 세심하면서도 캐주얼하게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 눈에 익숙한 많은 디자인들이 덴마크 출생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또한  가구 디자인사의 획을 긋는 수많은 북구의 의자 디자인을 한자리에 모아둔 감각적인 전시 공간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www.designmuseum.dk



과거로부터 현대까지 700여년에 걸친 덴마크 및 각국의 미술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SMK (National Gallery of Denmark) 의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 백남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반가왔다. 덴마크 역사에서 4명의 인물들을 선택해서 (동화작가 Hans Christian Andersen, 물리학자 Niels Bohr, 영화감독 Carl Th. Dreyer, 철학자 Soren Kierkegaard)  4개의 로봇으로 형상화한 1996년의 작품이다. 텔레비젼 스크린 속의 비디오와 장난감, 책들, 우산과 같은 일상용품들은 형상화된 인물들 각각의 삶과 작품들을 연결시킨다. 백남준 특유의 유머와 문학,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아방가르드적 비디오 아트가 오늘의 시선으로는 고풍스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www.smk.dk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코펜하겐에서 40km 정도 떨어진 바닷가 언덕에 위치한 덴마크가 자랑하는 현대미술관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는 별칭이 붙은 미술관답게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널직한 정원에는 알렉산더 칼더, 헨리 무어같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여유롭게 놓여 있고 관람객들 역시 군데 군데 눕거나 앉아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바다 건너 보이는 육지는 스웨덴이란다.


루이지애나 미슬관 방문 당시는 Marina Abramovic 의 회화, 스케치를 비롯한 설치 작품, 다큐멘터리 필름, 퍼포먼스를 총괄하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작품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카리스마와 메시지가 압도적이었다. 그외에도 몇개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사실 나의 관심사는 상설전시실에 위치한 쟈코메티의 작품들에 있었다. 특히 전시실 하나를 독차지하고 있던 Walking Man 은 세계의 어떤 미술관에서도 본 적이 없는 여유로운 공간에 놓여 있었다. 공간을 가득 채운 비움의 아이러니. 벽면의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자연과 하늘은 작품의 배경이 되어 무한대로 작품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바로크적 특성을 가진 반면 걷는 동작을 내포하지만 다분히 고전적인 특징을 가진 조각상의 충돌이 보여주는 기분 좋은 아이러니 또한 매력적이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코펜하겐 근교 헬싱외르에 있는 Kronborg Castle도 들려볼만하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배경이 되었던 르네상스 양식의 성으로 여름에는 성의 곳곳에서 pop-up으로 햄릿에 나오는 장면들이 연극배우들에 의해 재연되어 방문객들을 즐겁게한다. www.kronborg.dk



덴마크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것중 하나가 바로 먹을 거리, 스뫼레브뢰드다. 덴마크 어느 식당에가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표 메뉴로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있다는 말에 정확히 부합된다. 삼시 세끼를 스뫼레브뢰드만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열심히 먹었다. 어느 곳을 들어가도 실망스럽지 않았는데 혹시 실내장식도 예쁘고 맛도 있으면서 사진도 잘나오고, 관광객이 찾기 쉬운 집을 원한다면 로얄 스무쉬 카페를 추천하고싶다. 로얄 코펜하겐 그릇에 죠지 젠슨 커틀러리는 덤이다. www.royalsmushcafe.dk  


아래 사진은 길을 지나다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점심으로 만났던 스뫼레브뢰드 한상. 스뫼레브레드에는 역시 맥주가 그만이다.



머물렀던 에어비비 숙소 아랫층 입구에서는 매일 매일 저녁 늦게까지 버스킹이 있었다. 눈과 입이 호사를 누렸던 낮에 이어 귀호강까지 더했던 완벽한 코펜하겐 여행의 기쁨을 다음 여행까지 쭈욱 이어가고픈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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