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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isie May 13. 2019

#1. 당신은 왜 싱가포르에 왔나요?

환상과 현실

 싱가포르에 오고 나서 제일 많이 듣는 질문, "왜 싱가포르를 선택했어?". 한국에 살 때는 한국인이니까 당연히 한국에 산다고 생각해서 인지 아무도 나에게 이 질문을 하지 않았다. 잠깐 교환학생으로 중국에 갔을 때, 한 두명 묻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당연히 중국어를 배우러 왔겠거니 사람들이 생각했는지 그다지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싱가포르를 선택한 게 무슨 문제라도 되는 것인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모두들 하나같이 "많고 많은 나라 중에서 왜 싱가포르를 선택했어?" 새로운 친구를 만날 때도, 일과 관련된 사람을 만날 때도, 지인의 친구들을 만날 때도, 잡 인터뷰를 보러 갔을 때도 항상 따라오는 이 질문. 지금까지 싱가포르의 몇 가지 장점을 들어서 이 질문에 답을 해 왔다. 하지만 솔직히 답하자면 별 이유가 없다. 싱가포르에 가기로 한 건 출발 한 달 전이기 때문에 이 곳에 대한 동경이라던가 야심찬 계획같은 건 없었다. 그저 평범하고 조용히 살고 싶었고 내가 남과 비교하며 괴로워하지 않을 새로운 곳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나의 무모함과 생각없음을 감추기 위해서 주로 사용하는 이유들(장점들)과 각각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 내용은 아주 주관적이며 부정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난 지금 회사가 너무 싫고 생각만 해도 짜증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원에게 회사가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도 크다.



첫째,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하는 글로벌한 도시 국가.

사실이다. 그래서 오기 전에는 싱가포르에 오면 영어도 중국어도 많이 늘 줄 알았다. 싱가포리언들은 영어도 하고 중국어도 한다. 말레이어나 타밀어를 하는 싱가포리언도 많다. 싱가포르는 한 국가에서 통용되는 언어가 4개나 되는 언어 천재들의 국가이다. 하지만 잘 한다고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환경에 따라서 표현력이나 발음은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보통 일상에서 마주하는 싱가포리언들은 그들 사이의 의사소통에는 모자람이 없으나 외국인인 나에겐 정말 생소하고 알아듣기 힘들다. 말레이어나 타밀어는 모르기 때문에 내가 평가할 수 없지만 적어도 중국어나 영어는 싱가포르식 중국어, 싱가포르식 영어이다. 영어 같은 경우에는 싱글리쉬 수업이 따로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둘째, 아시아의 허브로 다국적기업의 아시아본사가 모여 있는 국가.

사실이다. 당시 일반 기업에 신입으로 들어가기에는 애매한 나이였던 나는 싱가포르에 MNC가 모여있다는 이야기에 혹시 나도 들어갈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싱가포르에는 애플, 구글처럼 누구나 아는 기업부터 유명하지 않은 기업까지 많은 다국적기업이 있고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한국보다는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나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갖춘 '한국어'라는 스펙을 가지고 몇 군데 다국적 기업 인터뷰를 봤고 긴장해서 혹은 당시에는 별로 원하지 않아서 라는 이유로 면접에서 떨어졌다. 모든 분야에 대해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국보다는 취업이 쉽고 취업 시장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직에 성공하면 그 때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기로 해야겠다. 


셋째, 아시아의 유럽이라고 불리는 국가.

글쎄다. 누가 정말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유럽이라 생각하고 부르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물과 배만 있다면 동양의 베니스가 탄생하는 식(마카오, 상하이 등등)의 작명법대로라면 일정 부분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싱가포르에 온 지 얼마 안되서 만난 친구가 싱가포르 영어는 영국식 발음이고 싱가포르인들은 영국식 교육을 받아서 유럽식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듣기에 그냥 그 친구의 영어는 싱글리쉬였다. 영국식 교육을 받아서 유럽식 사고 방식을 가진 부분에 대해서는 유럽식 사고가 나조차도 뭔 지 모르겠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기 의견을 피력할 때는 떳떳하지 못할 순간에도 굉장히 당당해서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고 가끔 상처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처럼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참는 분위기보다는 이렇게 할 말은 하고 담아두지 않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넷째, 깨끗하고 치안이 좋은 국가.

이건 전적으로 동의한다. 동남아 국가이기 때문에 도마뱀이나 바퀴벌레가 있다는 점만 무시하면 정말 깨끗하고 깨끗하고 깨끗한 도시이다. 또 나무가 많기 때문에 도시에 살고 있어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도 많다. 공기도 좋은 것인지 서울에서는 항상 비염으로 고생했지만 싱가포르에 온 후로는 지병이었던 비염과도 안녕했다. 새벽에 나가도 괜히 겁먹거나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보면 치안이 좋은 국가인 것도 맞다. 그래서 그런지 이 나라를 설명할 때는 싱가포르는 여자가 살기 편한 곳이라는 설명도 붙는다.  


이 4가지 이유를 계속 돌려 사용해 가면서 "당신이 싱가포르에 온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누구든 이 질문에 대답하기 귀찮다면, 사실 아무 이유가 없었다면, 그냥 다음의 이유들을 사용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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