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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Jun 12. 2019

33. 에필로그

 인도의 설화집 《판차탄트라》 는 어리석은 원숭이를 총애한 왕의 비극을 담고 있다. 원숭이는 왕이 깨어 있을 때는 다양한 재롱을 부려 사랑을 받았고, 왕이 자는 중에도 부채질까지 하며 더욱 사랑을 받았다. 잠을 자는 무방비 상태에서도 곁에 둘 정도로 총애한 것이다. 어느 날 파리가 날아와 왕의 몸에 자꾸 앉았다. 원숭이는 손으로 파리를 내쫓다가 화가 나서 파리를 죽이기로 했다. 파리가 왕의 배에 앉자 칼을 내리쳤고, 왕은 죽고 말았다.

 회사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당연히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원숭이가 파리를 잡기 위해서 칼을 휘두르는 것이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왕으로서 누릴 수 있는 삶이 끝났다. 회사를 그만두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안정적인 경제 기반과 일을 통한 성취감, 이에 바탕한 자존감이 일시에 사라질 것이다.

 파리가 임금에게 자꾸 다가가듯 앞으로도 거슬리는 상황을 수없이 마주할 것이다. 누구나 머릿속에는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떠버리 원숭이가 산다. 이 원숭이가 함부로 설쳐서 주인을 해치지 않도록 잘 감시하자.

 누가 나를 이렇게 화나게 하는지, 누가 내 머릿속을 이토록 어지럽게 만드는지 의문을 가져보자. 생각과 감정은 온데간데없이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연재를 차근차근 읽어왔다면, 당신은 마인드 프로그램을 통해 안개 뒤에 숨어 있었던 원숭이의 정체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원숭이에게서 자유로운 당신이 되길 바란다. 왜 그토록 휘둘려 왔을까? 복잡한 상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격렬한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원숭이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아직까진 바둑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보다 앞서 온 당신의 자연지능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필요에 따라 무수히 갈아탔던 다양한 뗏목들이기도 하며, 당신의 뇌 속에 형성된 여러 개의 정서체계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 마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더더욱 힘들었다. 당신은 여러 컴퓨터가 모인 클라우드 컴퓨터와 같다. 스포츠 팀에 여러 명의 선수가 있듯, 당신 안에도 여러 명의 캐릭터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원숭이를 절대 내쫓지 말고, 온순하게 길들이길 바란다. 파리를 칼로 죽이겠다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비약하지도 말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생략하지도 말자. 상황을 직시하자. 원숭이의 특성을 파악하는 만큼 원숭이를 잘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당신도 훌륭한 조련사가 될 수 있다. 마인드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앞으로 마주할 현실을 분석하며 개선하는 내공을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원숭이를 유용하게 잘 써먹을수록, 의미를 부여할수록 당신의 삶은 생기를 되찾을 것이다. 잘 길들여진 원숭이는 더 이상 말썽꾸러기가 아닌 훌륭한 조력자가 될 것이다. 단순히 거친 환경에서 자신을 지키는 데 머물지 말고, 당신이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길 바란다. 진정으로 당신은 누구인지, 또 당신 주변의 것들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회복할 수 있다. 마인드 프로그램 개선하기가 도화지에 묻은 때를 지우는 것이라면, 마인드 프로그램 활용하기는 자기만의 색으로 도화지를 입히는 것이다.


 정반대의 길로 떠난 여행이었다. 감정은 행동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책이 안내한 길은 감정에 따라 행동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밖을 향한 1차적인 감정 풀이식 행동이 아니라, 안을 향한 2차적인 감정 재정비 행동이다.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거슬러 오르는 길이다. 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우선 사건 자체에서 오는 감정이 아닌 불필요한 생각에서 오는 감정을 제거해야 했다. 그래서 1부와 2부에서 불필요한 착각을 제거하고자 했다. 1부와 2부를 파편적인 처세법이라 생각하고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실은 마음을 점검하는 법이다. 다시 읽어보면 명확하게 느낄 것이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 판단기준을 조절해야 하는지, 마음을 정비하기 위한 준비 단계다. 3부부터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3부에서는 감정의 강을 여행할 수 있도록 지도를 소개했고, 4부에서는 감정의 오물을 걸러내는 구체적인 기술을 안내했다. 5부에서는 익힌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자신만의 삶을 가꾸는 방법을 설명했다. 하지만 소를 물가에 끌고 갈 순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듯, 단순히 글을 읽는 것만으로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이 책은 당신을 지혜의 물가까지만 안내했다. 현실적으로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는 마인드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마인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만의 삶을 되찾고 지키길 바란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 많은 것을 바라며 살아왔다. 단순히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시련이 다가온다고 해서 도피한다면 무언가를 이룰 수도, 지킬 수도 없다. 마인드 프로그램을 활용해 지혜롭게 시련을 극복하고, 소중한 가치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자.


 이 세상에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선 만족할 수 없다. 도피자의 삶일 뿐이다. 연재 중에 예로 들었던 경허 선사의 일화처럼 파전과 동동주 같은 자신만의 가치를 하나씩 실현해가는 삶을 누리길 바란다.

 안타깝게도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자신을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고 편협한 사고방식을 하나씩 고쳐가자. 마인드 프로그램을 하나씩 업그레이드할수록, 감정의 지배에서 벗어나 삶의 주인으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갈 것이다.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은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얼마나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자기가 마주하는 현실을 얼마나 유연하게 대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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