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걸음마, 한 걸음씩 천천히
한동안 나의 최대 관심사는 AI였다.
겨울방학에 AI관련 연수를 닥치는 대로 들었고 걸으면서도 온통 AI생각뿐이었다.
연수를 듣다 보니 아이디어가 샘솟아 새로운 수업들을 구상해 봤고,
총 4번의 주제 변경을 통해 2024년 4월, 현재의 수업을 꾸리게 됐다.
고3 학생들과 이 새로운 수업을 진행하면서 이전보다 더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즐겁기도 한데 솔직히 정말 힘들다.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아이들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내 생각만큼 아이들이 따라와 주지 않아서 힘이 들었다.
학생들은 대체로 새로운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며, 정신은 딴 곳에 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 고등학교 3학년이면 다르지 않을까 라는 내 생각은 착각이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이 또한 뼈저리게 느꼈다.
첫 째, 나의 학창 시절과는 다르게 어릴 때부터 다양한 진로 관련 수업, 프로그램을 접해온 아이들임에도 자신에 대해 정말 모른다는 것
둘째, 학생들은 휴대폰으로 유튜브 시청, 릴스 감상, 게임, sns를 주로 하기에 디지털도구 활용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
셋째, 몇 번을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거나 나중에 이게 이것 아니냐는 허무맹랑한 소리로 교사를 기운 빠지게 한다는 것
그런데 글을 쓰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런 나의 생각이 짧았음을 느끼게 된다.
첫 째, 아무리 진로 관련 체험을 한다 해도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은 정말 어렵다. 성인이 되어도 어렵지 않은가? 아이들의 삶은 처음이다.
둘째, 디지털 도구 활용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 천천히 친절하게 알려주면 된다. 처음은 어려워도 점점 좋아지지 않을까? 현재 아이들의 기기 활용 능력은 소폭 상승한 듯하다.
셋째,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학생은 다른 학생에 비해 이해도가 떨어짐이 원인이니 어린아이에게 걸음마 가르치듯 더욱 천천히 친절하게 알려주면 된다. 여러 번 반복하면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이 새로운 수업을 진행하는 나도 모든 것이 처음이다. 시행착오를 겪고 나면 내년엔 조금 더 나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