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가다
각 나이대마다 인생의 속력이 있다고 한다.
10대는 10km/h, 20대는 20km/h로 비유되는데,
이는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2024년 8월,
현재 37km/h로 40km/h를 향해 달리고 있는 지금.
인생의 순간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그렇게 간절했던 임용고시에 합격했을 때 정말 행복했다.
합격까지 걸리는 시간은 2년 정도였는데, 그에 비해 행복한 감정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교직생활을 하다 보면 물론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때도 있지만,
“몇 년이나 일해야 연금이 나오는 거야?”
“교사는 이렇게 생기부만 쓰다가 끝나는 건가?”
이런 생각들을 하며 버티는 중이다.
합격했던 순간이 마치 환상처럼 쓱하고 지나간 듯했다.
요즘 <나는 솔로>가 열풍이다.
부모님이 재밌게 보셔서 언젠가부터 나도 챙겨보고 있는데, 지난주부터 돌싱 편을 다시 시작했다.
이번 회차에서는 출연자들의 개인사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결혼을 생각했던 남자친구와 한여름밤의 꿈같던 130여 일을 보내고 이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연애도 얼마 하지 않고 혼인신고부터 했던 사람부터,
7년을 연애했는데 7개월만 살고 헤어진 사람,
빚이 산더미인데 결혼 전까지 철저하게 속였던 사람 등
그들은 각각 다양한 사유로 이별을 맞이했다.
“연애와 결혼은 진짜 다른가 봐”
“저렇게 작정하고 속이는 사람은 대체 어떻게 걸러내야 해?”
“좋아 죽어서 결혼했는데 한순간에 남이 되어버리는 거 보면 모든 걸 다 밝혀서는 안 되는 건가?”
프로그램을 보면서 부모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기도 하고 스스로 깨닫는 점도 많았다.
아무리 나이가 많더라도 인생은 길고 소중하기 때문에 결혼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한편으론 결혼이라는 종착지에 다다르는 것이 아니라면 경험치만 쌓일 뿐,
연애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 또한 말이다.
비단 이성친구뿐일까? 대인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직장 생활을 먼저 살펴보자. 교사 조직은 포스트잇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관계의 지속성이 짧다.
아무리 친하게 지내고 평생을 함께할 것처럼 여행을 다녀도 다른 학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면
소원해지거나 연락이 끊어지는 것을 다들 경험했을 것이다.
은퇴해서까지도 잘 지내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정말 극소수일 거라 생각된다.
친한 친구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은 갑자기 연락해도 편하고 스스럼이 없지만,
각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격이 변하기도 하고 자주 만나지 못하다 보면 사이가 예전 같지는 않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잠적한 듯 사라진 친구들도 많다.
아마 가족을 챙기느라 친구들까지 돌아볼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만나더라도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다 보니 공통점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만날 때 즐겁고 행복하고 관계가 깊어지기도 하지만, 서로의 삶이 바빠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하루의 80프로를 보내는 직장도, 학창 시절, 힘든 시절을 함께해 온 친구들도 이렇게 소원해진다면..
그럼 대체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글을 쓰며 결국엔 가족밖에 남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족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고, 어려울 때도 함께해 주는 존재이다.
가족 간의 유대관계가 좋지 않거나 불행한 가정도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혈육과 남은 다를 수밖에 없다.
부모님께서 내 곁에 계속 머물러계시는 것은 아니기에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아닌 또 다른 가족을 만들 수 있도록 차차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