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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llow Jan 14. 2018

영화 1987

묵직하지만 경쾌하게, 빠르지만 섬세하게

실화 기반의 영화는 양날의 검이다. 먼저, 연출적으로 편리하다. 배경 설명을 최소화하더라도 관객이 이해하기 쉽다. 실화라는 사실은 관객으로 하여금 사건과 인물에 더 몰입하게 해준다. 하지만 고증과 편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계속해야한다. 이 영화 또한 그러했다. 영화화의 과정에서 특정인물이 미화되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러한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감독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무거운 주제를 다루겠다고 결심한 데에는 어떠한 사명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할 때는 사명감이 필요하다. 특히 근현대의 사건들은 더욱 그렇다. 이 시대의 사건들은 여전히 정치적, 사회적으로 영향이 크다. 그렇기에 자칫 특정 정치 진영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크다. 하지만 택시운전사, 1987, 화려한 휴가와 같은 영화들은 만들어져야만 한다. 아직 이 사건들은 누군가에겐 상처이며 빚이다. 누군가에게는 교과서에서나 보던 사건들이다. 앞서 말한 사명감이란 이러한 상처와 빚을 나누고 희생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이 영화는 택시운전사와 비슷하면서도 참 다르다. 택시운전사는 고정된 시점에서 사건이 진행되며 어찌보면 영웅서사적이다.하지만 1987은 대학생, 기자, 검사, 공안 경찰, 교도관 등 사회 곳곳의 시각에서 보여진다. 영화 속에서 그 누구도 영웅이 아니고 그 누구도 악당이 아니다. 모두가 자신의 소신대로 움직이며 얽혀간다. 그들은 적극적이기도 소극적이기도 하다. 일관되게 나아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즉흥적인 인물도 있다. 선의가 악용되기도 하고 이기적 선택이 공익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역사는 우연같은 필연 속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결국 모든 우연과 필연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물줄기가 된다.

이미지 출처: 한계레

그렇기에 이 영화의 주인공이 누구냐라고 묻는다면 답하기 참 애매하다. 김윤석 같기도 하고 하정우 같기도 하다. 그러다 문득 유해진과 박희순이 떠오른다. 김태리와 이희준도 빼놓을 수 없다. 오히려 특별출연인 강동원이나 설경구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 사건도 그렇다. 6월 항쟁과 개헌이라는 거대한 사건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검사의 부검 결정, 경찰의 애매한 대응, 보도지침을 어긴 기자, 이한열의 죽음 중 어떤 사건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 즉 그 시대의 모든 사람과 상황이 주인공인 것이다. 마치 제작년 말부터 작년 초까지 진행된 사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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