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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llow Sep 26. 2021

[Will's Mind] 상실에 대하여

21.09.22

두 달간의 상실 후의 시간.


그 동안,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상실은 계속 날 괴롭혀왔다.

어떨 때는 거추장스러운 뾰루지처럼,

다른 때는 느닷없는 퍽치기처럼.


이제는 내 괴로움의 대상마저 불분명하다.

상실한 대상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인지,

상실 그 자체에 대한 것인지,

전에 없이 부풀려진 마음에 갑자기 생긴 빈 공간에 대한 허전함인지.


무엇이 되었건 나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 감정을 다뤄보았다.


첫번째는 억지로 긁어내는 것.

다른 사람을 만나고, 운동을 하고, 새로운 곳을 가고, 잠을 자고.

억누르고 모른체하고 쥐어뜯고 깔아 뭉게서 잠시나마 마음이 편해지도록.


두번째는 그냥 두는 것.

냇물이 발등을 스치고 지나가듯.

설령 자갈조각을 데려와 긁고 지나가더라도

있는 그대로 두면서 그 감정과 나를 관찰해보았다.


결과적으로는 두 방법 모두 똑같다.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다가 다시 불현듯 찾아온다.

어떤 때는 내가 나서서 찾아가기도 한다.


감정과 같은 인간 내부의 추상적인 것들은 얄궂게도 

좇으려 할수록 멀어지고

벗어나려 할수록 붙잡는다.

전자의 예로는 행복이 있고,

후자의 예로는 우울감이 있다.


그렇기에 어차피 괴로움의 정도와 벗어나는 시간에 큰 차이가 없다면,

두번째 방법으로 감정을 대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 상태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적응해나가는 것.

이상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위드 코로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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