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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llow Dec 03. 2016

BLONOTE 타블로

위로의 한마디 필요할 때

  나는 타블로의 오랜 팬이다. 에픽하이 앨범부터 타블로 솔로 앨범, 소설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을 거친 저작물은 다 가지고 있다. 어릴 땐 단순히 음악이 좋았던 것 같다. 신나고 따라 부르기 좋았으니까. 그러다 문득 모든 걸 잘 싫증 내는 내가 10년 넘게 그를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힙합에서 락, 발라드, 알앤비, 인디밴드, 요즘 다시 힙합... 그동안 내 음악 취향은 변화무쌍했지만, 타블로의 음악만큼은 꾸준히 들었다. 난 그 이유를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힙합에는 '펀치라인'이라는 것이 있다. 뒷통수를 맞은 듯하게 만드는 구절을 뜻한다. 좁게는 참신한 언어유희를 뜻하기도 한다. 타블로는 힙합계에서 알아주는 펀치라인의 귀재다. 다른 대다수의 래퍼들은 주로 자극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좁은 의미에 갇혀서 말장난에 집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타블로는 뒤통수를 때린다기보다는 천천히 떠오르는 아침 해처럼 자연스럽지만, 어느 순간 주변을 전부 감싸버리는 가사를 쓴다.


"날 버리고 살게. 내가 버렸던 너와 함께." (집 번호를 준다는 것 中)
"안녕과 안녕으로, 시작과 같은 말로 끝나는 건 다 이유가 있겠지." (헤픈 엔딩 中)
"사는 건 누구에게나 화살 세례지만, 나만 왜 맘에 달라붙은 과녁이 클까." (집 中)

  

  이 책에도 이러한 타블로의 발상과 감성이 잔뜩 담겨있다. 공통점 속에서 발견되는 모순. 모순 속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그것들을 꿰뚫고 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그의 시각은 읽는 이로 하여금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천사에겐 악마가 천사가 아니지만, 악마에겐 천사가 악마다.
열창하듯 사랑했는데, 그 사람은 나를 흥얼거림 정도로 느꼈나 보다.

   

  주변이 시끄럽고 복잡할수록 이런 짧은 문장이 구구절절한 위로의 말들보다 큰 힘이 될 수 있다. 손에 잘 닫는 곳에 두고 자주 들여다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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