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llow Dec 26. 2017

[스포 없음] 신과 함께: 죄와 벌

'죄와 벌'인가, 'cg와 눈물' 인가

신과 함께: 죄와 벌을 봤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개봉 전부터 말이 많은 작품이었다. 인기 캐릭터이자 핵심 인물인 진기한의 유무, 김자홍의 캐릭터 설정 등에서 원작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배우들을 믿고 보기로 결정했다.  믿고 보는 배우인 하정우와 평소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던 주지훈, 원작 캐릭터와의 싱크로가 가장 좋았던 김향기. 설정의 차이는 원작을 기반으로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스스로의 결론을 내리고 티켓을 결제했다. 죄와 벌이라는 부제, 참으로 심오하지 않은가. 그러나 결과는... 흠...

원작 웹툰을 굉장히 감명 깊게 본 필자는 영화의 성공을 응원하고 있었다. 실제로 현재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며 흥행에는 성공한 모양새이다. 원작의 매력은 사실 유성연 병장(극 중에선 김수홍 병장)의 스토리가 주는 감동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선과 악을 결정하기 애매한 평범한 회사원인 김자홍이 유능하고 재치 있는 변호사 진기한을 만나 힘겨운 재판을 이겨나가는 과정에 있다. 오히려 담백하게 그려진 부분이 원작 웹툰을 이끌어가는 힘이었다. 독자들은 김자홍을 자신에게 대입하기 쉬웠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만화에 몰입해갔다. 

영화는 이러한 웹툰의 힘을 모두 배제한 채 새로운 동력을 만들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진기한과 강림 차사를 한 캐릭터로 묶은 것과 원작에서는 전혀 관련이 없는 김자홍과 유성연을 형제로 묶은 것은 두 갈래로 나뉘어있던 원작을 하나로 묶어 스토리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려 한 흔적이다. 웹툰은 1주일에 한 번 연재한다. 이 형식은 결정적인 순간에 끊음으로써 스토리의 템포를 마음껏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2시간 안에서 템포를 조절해서 관객을 몰입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와 캐릭터의 통합은 영리한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억지로 합쳐놓은 캐릭터와 스토리는 조화가 되지 않았다. 삼차사는 흔히 말하는 '케미'가 없었고, 김자홍은 밋밋했으며 대왕들은 가벼웠다. 모든 캐릭터가 다 다른 영화에 출연하는 것처럼 거리감이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염라(이정재)와 강림(하정우)만 빛났다. 그러니 후반부의 눈물 포인트가 힘을 발휘하기 참 어려운 구조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부제인 '죄와 벌'이 무색할 정도로 선과 악에 대한 고찰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작이 성공한 이유를 하나 더 들자면 저승 대왕들이 한 마디씩 던지는 송곳 같은 말이다. 영화의 판관들은 캐릭터에 메시지가 묻혀 아무것도 전달해주지 못했다. 그저 김자홍을 괴롭히고자 하는 사람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영화는 의미와 재미를 모두 상실한다.

긍정적인 점이라면, cg의 기술력은 볼만 했다는 것이다. 과시하듯 드러낸 부분이 없지 않지만... 아직은 어린 배우 김향기의 성장과 진정한 한국형 판타지의 탄생을 기원하는 바이다. 

작가의 이전글 모래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