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5
나이가 네 살 정도 위인 직장 선배가 있었다. 선배는 맥락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어버버 하는 모양으로 하고자 하는 말을 표현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다. 선배는 책도 즐겨 읽는 사람인데 왜 이럴까...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그로부터 5년 정도가 지난 지금 내가 딱 그렇다. 이건 노화로 인해 언어 능력이 퇴화되고 있는 게 틀림없다. 게다가 스스로 인지할 정도라니 충격적이다. 예전엔 하고 싶은 말도 또릿또릿 잘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제 머릿속의 생각이 말로 잘 나오지 않고 글로 표현하기도 어렵다니! 운동 신경이야 원래도 없었으니 내 몸 하나 생각처럼 움직이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내 생각 하나 전달하지 못한 사람이 된 건가 싶어 새해 벽두부터 서글퍼진다.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마침 새해이고 해서 올해엔 퇴화하는 언어능력을 올리기 위한 읽기/쓰기/말하기 훈련을 해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훈련의 과정은 이렇다.
매일 아침 조금 더 일찍 일어나 그 날 그날의 생각이나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초고를 쓴다. 그리고 저녁에는 문장을 다듬어 발행한다.
매월 1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반성하자면, 예전에는 회사에서 마음이 맞는 분들과 독서 모임을 가져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책을 꾸준히 읽었었는데 점점 독서가 뜸해지더니 작년은 정말로 책 읽기와 거리가 먼 한 해였다. 1월에는 에세이/시집/소설을 중심으로 가볍게 시작해보려고 한다. 물론 완독 한 책에 대한 생각도 쓰기 또는 말하기로 '표현' 해야 한다.
말하기 연습은 일상 속에서 매일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면 아래의 원칙을 지키자.
1) 먼저 잘 들을 것
2) 그리고 조급해하지 말고 사고 회로를 거쳐 정제된 단어를 사용할 것
3) 문장을 짧게, 주어, 동사, 서술어 등 문장 구조에 짜임새 있게 말할 것
4) 잘 말하는 사람에 대해 참고할 것
혼자 있을 때엔 누군가를 배려해야 할 상황이 없으니 생각(input)을 올바른 문장 구조로 표현(output)하는데 집중해볼 것.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브이로그 등의 수단을 통해 기록을 남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위의 과정들을 한 번 실천해보고 올해 말에는 1년의 변화에 대해 정리해보아야겠다. 누군가에게 나눔 할 수 있을 만큼 유의미한 성장이 있기를 바라며. 이 훈련의 후기는 한 달 주기로 계속해서 점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