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문득 역사와 관련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아직도 얼떨떨하고 설레는 기분이 가득한 채로 어떤 글을 먼저 올려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문득 아주 옛날에 서랍에 넣어두고 묵혀든 글 하나를 꺼내 보았다.
아래 내용은 “역사란 무엇인가.” 아주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된 거친 나의 글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역사를 전공한 사람들은 누구나 익숙하게 들은 질문이다.
나 역시 학부 때, 이 질문을 들었다.
그때는 학부 수업으로 E. 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었고,
별다른 생각 없이 책 내용 요약하기에 바빴던 것 같다.
그리고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무렵 나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던 것 같다.
“역사 너는 도대체 뭐니?”
역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자동으로 이렇게 답이 나온다.
“역사란 현재와 미래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이 말은 마치 진리처럼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고, 지금도 마치 구구단을 외우듯 자연스럽게 나온다.
내가 스스로에게 역사에 관하여 묻던 그 시기는 아마도 박사 과정을 다니고 있을 때였다.
그때도 나는 “현재와 미래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문구를 성경 구절처럼 자연스럽게 뱉어냈다.
그러다가 이거 너무 진부한데?라는 삐딱선 기질이 나와서,
나름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정의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역사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이다.
그때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멋있지도 않은 말로 역사를 “삶 그 자체”라고 규정해 버렸다.
우리의 모든 슬픔, 기쁨, 즐거움, 아픔이 담겨 있고, 내가 있고 우리가 있는
그 공간이자 시간. 그것이 바로 역사이다.
이런 모호한 생각을 “삶”이라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당대 사람들의 사회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당시 사람들의 사회 안에서 당대 사람들의 생각, 문화, 가치를 살펴보고자 했다.
이런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을 거창하게 말하면 미시사적 관점이라고 한다.
민속, 생활사 등이 이런 관점에서 당대 사람들의 풍속, 문화를 바라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나의 연구가 민속, 생활사는 아니다. 나는 사회사 전공자이고, 그중에서도 서원과 양반을 공부하였다.
양반은 나의 주 전공인 조선시대 안에서 지배 엘리트 계층이면서
동시에 촌락 안에서 이른바 일반 민들과 가장 밀접하게 부딪히며 살아가던 사회 구성원이었다.
양반의 삶과 문화는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격식이 있고, 품위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실록, 승정원일기, 비변사등록 등 공식적인 자료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문중, 서원 등에서 보관한 고문서, 개인 일기 등에 상세히 나와 있다.
이런 자료를 발굴해 내는 일이 사회사 연구에 묘미라고 할까.
이런 묘미에 빠져서, 내가 아직도 양반과 서원 같은 재미없어 보이는 주제를 끊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나는 왜 양반과 서원을 공부했을까.
우리가 모를 조선시대 양반 그리고 그들과 밀접했던 서원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런 주제들을 앞으로 글을 통해 하나씩 살펴보고 싶다.